거대 파키라 나무의 긴급 수술. 화분 속을 열어보고 경악한 이유

갑자기 잎이 누렇게 변하는 파키라, 알고보니 '갑자기'가 아니었다

집에서 키우는 파키라의 잎이 얼마전부터 누렇게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화분 높이까지, 키가 2m 남짓하여 '거대 파키라'라는 애칭으로 부르곤 했던, 3년 가까이 키운 파키라인데 불과 며칠새 잎이 시들어버리는군요.

 

옆집 형님 댁에서 술 한잔 하다가 주시는 걸 넙죽 받아, 그야말로 얼떨결에 저희 집으로 들어온 거대 파키라는 올해로 3년째 키우고 있고, 나무의 크기로 봐서는 나이가 꽤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가끔 계절이 바뀔 때 잎이 살짝 시들다가 또 다시 새 잎을 올리곤 하던터라 올해도 환절기 몸살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증상이 너무 심각했습니다.

 

지난해 찍은 사진을 보면 이렇게 잎이 무성하고 짙은 녹색을 자랑하던 파키라였는데 말이죠.

1년전 사진, 스마트폰 카메라 덕분에 녹색이 정말 짙다

 

굳이 작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난 3월 27일 캠핑 장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잎의 수가 좀 빈약한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누렇게 시들진 않았는데, 며칠새 병색이 완연해졌습니다.

2013년 3월 27일

 

뭔가 큰일이구나 싶어 파키라 밑둥을 꾹 눌러봤더니 단단해야할 밑둥이 움푹 들어갑니다.

좀 더 힘을 주어 눌렀더니 껍질이 쑥 벗겨지는데, 두 그루의 가지 중 한 그루의 밑둥이 썩어가고 있었네요.

어이쿠야 싶어 썩은 껍질을 잡아 당겼더니 쉽게 쑥 뜯겨 나옵니다. 겹겹이 썩은 껍질을 뜯어냈더니 파키라 나무의 껍질이 이렇게 겹겹이 벗겨진 대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썩은 파키라의 주변 흙을 파봤더니 이렇게 시꺼먼 흙이 나옵니다 ㅡㅜ

식물은 과습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왔기에 올 겨울 들어서는 물을 2주에 한번 정도 줄 정도로 물관리에는 신경을 썼는데 뭐가 문제였을까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곧 원인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가끔 떨어지는 파키라의 잎들을 양분이 되라는 의도에서 잘게 잘라 다시 파키라 화분에 뿌려두곤 했고, 이게 썩으면서 문제를 일으킨 듯 싶네요ㅡㅜ

파키라 화분 주변에 뿌려 둔 잎이 문제인듯 ㅡㅜ

파키라 긴급 수술과 분갈이 착수

저희 집에서 기르던 식물이 이렇게 죽어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몇 년동안 싱싱한 녹색 잎과 산소를 뿜으면서 집안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주던 거대 파키라였기에 더욱 안타까웠는데요, 죽어가는 파키라를 그냥 지켜볼수만 없어 긴급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굵은 가지를 잘라 숯을 넣은 물병에 담가두었습니다.

 

그리고 파키라를 화분에서 뽑아냈습니다.

두 그루의 파키라 가지 중 썩어가던 한 그루는 흔들흔들, 그닥 어렵지 않게 빠지더군요.

빼낸 파키라의 뿌리를 보니, 가지보다 훨씬 굵은 뿌리 뭉치가 보이는데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화분에서 빼내니 물렁한 부분이 더 발견되었고, 껍질을 벗기자 곰팡이같이 썩어가는 모습이 더욱 확연합니다.

말도 못하는 식물이 이렇게 될때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ㅡㅜ

 

썩어가는 껍질 부위는 겹겹이 쉽게 뜯겨 나갔습니다. 일단 상태가 심각한 부분까지 벗겨내고

 

원래 흙과 바이오 상토를 섞은 흙으로 새 흙을 만들어 다른 화분으로 옮겼습니다. 바이오 상토는 올해 초 커피콩의 화분 갈이를 위해 50리터짜리 큰 봉지를 사뒀던 것인데 이렇게 쓰이게 되는군요.

사실 파키라 가지의 상태를 봤을때는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그래도 아래쪽 뿌리까지 썩지는 않은 터라, 혹시나 싶은 한가닥 희망을 걸고 옮겨 심었습니다.

 

아...껍질이 잔뜩 벗겨진 파키라 줄기를 보니 자꾸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이렇게 될때까지 뭘하고 있었던건지ㅡㅜ

흙 관리를 제대로 해야한다는 경험을 얻기는 했지만 너무 비싼 수업료를 치른 듯 합니다.

껍질이 벗겨진 쪽에서 수분이 증발되어 증상이 악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비닐이라도 감는게 도움이 될까 싶은데, 일단은 거뭇하게 썩어가던 줄기라 며칠 두고 본 뒤에 추가 작업 여부를 결정해야 겠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화분속 스티로폼, 직접 보고 경악하다

두 그루의 파키라 가지 중 나머지 하나는 다행히 이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흙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게 되었으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고, 하는 김에 흙 전체를 갈아엎기로 했습니다.

 

오랫동안 한덩어리로 뭉쳐있던 파키라 뿌리는 흙과 함께 생각보다 쉽게 덩어리째 들어올려집니다.

그런데...뿌리와 함께 딸려오는 스티로폼들이 있군요.

 

화분 아래로 손을 집어 넣어보니 얇은 스티로폼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화분의 절반 이상을 스티로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티로폼 뿐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닐 조각들도 나왔습니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화분에 스티로폼을 채우는 화원의 행태에 대한 고발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는데, 딱 그모양이군요.

 

켜켜이 쌓인 얇은 스티로폼 조각을 파키라 뿌리가 관통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갑갑했을까요ㅡㅜ

 

화분에서 끄집어낸 스티로폼 조각은 대형 종이 박스의 절반을 넘길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큰 화분을 모두 흙으로 채우면 화분이 너무 무거워 배송하기가 어렵다는 화원 업자의 인터뷰가 떠오르는군요.

아주 이해가 안되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화분의 절반 이상을 이런 스티로폼으로 채워 놓다니...ㅡㅜ

 

스티로폼을 싹 비우고 원래 담겨 있던 흙과 바이오 상토로 화분을 채웠습니다.

 

원래 흙과 바이오 상토를 섞어주었습니다.

바이오 상토는 무게가 덜나가고 움찔움찔 탄력이 있는 흙이라 이런 용도에 맞을지, 확신은 서질 않지만, 뭘 넣든 스티로폼이 잔뜩깔린 흙보다 낫지 않겠나 싶어 바이오 상토를 위주로 흙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화분에서 아웅다웅 뻗어 있던 파키라를 두 개로 분리했습니다.

분갈이 후 뿌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열흘에서 2주 정도 물을 주지말라고 들은터라, 따로 물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앙상해진 파키라,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방치했던 것 같아 다시 한 번 미안해지는군요.

특히 밑둥이 썩어가던 파키라, 시련을 견디고 살아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고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면 다시 포스팅을 하게 되겠죠.

 

한 편, 잘라낸 줄기는 몇 개의 물병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어디선가 물병에 숯을 담아두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숯도 한덩어리씩 넣어주었습니다.

누렇게 뜬 잎은 잘라내야겠지만, 일단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큰 잎은 누렇게 떠버렸지만 그 와중에도 작은 파키라 잎이 새로 올라오고 있었네요.

잘라낸 파키라 가지에서 뿌리가 잘 돋아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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