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담양 여행 첫째 날 소소한 이야기. 먹거리, 5일장, 메타세콰이어길, 고양이

3년만에 다녀온 담양 여행, 첫째 날

한 달에 한 두번씩은 캠핑을 다니다가 날씨가 추워져 캠핑을 멈추고 나니 슬금슬금 어디라도 다녀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지난해 2월에 다녀왔던 한라산 눈꽃 트래킹을 한 번 더 다녀오자 했지만 1박2일의 일정의 한라산 트래킹은 꽤 고된 일이었기에 제주도는 나중에 좀 더 긴 일정으로 다녀오자고 타일렀습니다.

 

이런 저런 여행지를 물색하다가 마눌님께서는 전라남도 담양을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3년 전, 약 한 달간의 일정으로 마눌님과 전국 일주(?)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들렀던 담양의 대나무 숲이 꽤 인상깊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탄에서 담양까지는 250km, 왕복 500km 남짓한 거리로 1박2일의 일정으로 다녀오기에는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다녀오기로 합니다.

 

아침 9시쯤 동탄에서 출발, 담양에 도착할 때는 12시가 넘은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일단 밥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자고 했더니 마눌님께서는 미리 알아두었던 '승일식당'으로 가자고 하는군요.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승일식당은 숯불 돼지갈비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사실 집에서 즐겨보던 TV 프로인 '한식대첩' 참가자가 운영하는 식당이라기에 찾게 된 이유가 더 큽니다.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승일식당 뒷편의 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더니 카운터 안쪽으로 숯불에 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입니다.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식당 내부 사진은 따로 남기지 않았지만 평일인데도 넓은 식당에 발디딜 틈없이 사람들이 많더군요.

두 사람이 들어가니 딱히 무슨 메뉴를 고를 것도 없이 '두 개 드릴까요?' 하는 것으로 주문이 간단히 끝났고, 곧이어 밑반찬과 숯불돼지갈비 2인분이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승일식당의 숯불 돼지갈비 2인분입니다.

태우지 않고 구워져 나온 양념 갈비의 비주얼은 꽤 괜찮아보였는데, 제 입맛에는 달고 퍽퍽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무쌈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야채에 싸서 먹는 걸 즐기는 마눌님은 맛있다고 평가를 했지만, 야채에 싸먹는 것 보다는 고기만 집어 먹는 제 스타일에는, 특히 점심 시간에 밥과 함께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메뉴 선택이었습니다.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특히 아쉬웠던 것은 1000원을 내고 시킨 밥과 된장국이었습니다.

된장국을 미리 퍼놨던 것인지 제 자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 있어 몇 수저만 뜨고 말았습니다.

밥과 밑반찬, 그리고 돼지 갈비만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4명이 앉은 옆 테이블을 보자니 바로 구워나오는 숯불 돼지갈비가 식지 않도록, 4인분을 시키면 2인분씩 나누어 내오는 등 나름 세심한 배려가 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점심 메뉴로는 그리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캠핑에 나가서 숯불에 고기를 자주 구워 먹다보니 불향이 스며든 고기가 그다지 새로운 느낌이 아니었던 것도 있었지만, 제 입맛에는 너무 달고 퍽퍽한 느낌이 들었단게 제 맛 평가입니다.

담양 승일식당 숯불돼지갈비

뭐 저의 혹독한(!) 평가와 달리 마눌님은 '나중에 또 생각나는 맛', '또 갈 의향있음'이라는 후한 평가를 내렸고, 한식대첩에 등장했던 주인공과 사진도 찍으면서 기분이 업되어 식당을 나섰습니다.

여행을 왔으면 컴퓨터는 그만!

담양에는 유난히 키 큰 메타세콰이어 길이 자주 눈에 띕니다.

굵기도 엄청난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 길은 덤프트럭들이 유난히 많이 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근사합니다.

담양 메타세콰이어 길

 

3년만에 찾은 담양, 마눌님께서는 숙소 역시 3년전에 머물렀던 같은 펜션의 같은 방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금성산성 펜션이라는 펜션인데, '금성산성'이라는 어감에서 오는 느낌과는 달리 작은 정원과 작은 펜션 건물들이 옹기종기 배치된 잘 꾸며진 작은 펜션입니다.

담양 금성산성 펜션

 

근처 풍경이 근사한 관광지 분위기는 아니지만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느낌이 편안한 그런 곳입니다.

담양 금성산성 펜션

 

마눌님께서는 이 금성산성 펜션이 작지만 깨끗하고 부지런히 관리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합니다.

저희가 도착하던 시간에도 펜션 주인장께서는 각 펜션에서 이불을 꺼내와 햇볕에 소독하고 계시더군요.

담양 금성산성 펜션

 

저희가 머물렀던 '산성' 방은 두 사람이 머물기에 적당한 크기로, 내부의 컨셉은 핑크(!)입니다ㅎㅎ

저는 여기까지 운전을 하고 내려오다보니 살짝 피곤하기도 했고, 또 오는 도중에 업무와 관련된 전화를 받고 급히 처리하느라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담양 금성산성 펜션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업무 처리가 생각보다 길어졌고, 마눌님은 바깥쪽 나무 의자에 앉아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창밖으로 보이는 마눌님의 뒷모습에서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담양 금성산성 펜션

죽물시장 5일장

마눌님의 뒷모습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얼른 노트북을 접고 또 밖으로 나서기로 합니다.

마눌님께 다음 행선지를 묻자 저녁때 먹을 것들을 사러 '죽물시장 5일장'에 가자고 하는군요.

제가 사용하는 T-MAP 네비게이션에는 '죽물시장'이 검색되지 않아 '담주4길'로 검색하여 찾아갔는데 마침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그런지 장사하러 나온 사람괘 물건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습니다.

담양시장 죽물시장 전라남도 5일장

 

죽물시장 5일장을 거의 끝까지 걸어간 지점에서 마눌님께서 시래기 파는 할머니에게 시래기 값을 물었더니 담아놓은 시래기 통째로 만원에 가져가라하시는군요.

아무리봐도 너무 많은 양이다 싶어 5천원 어치만 달라고 했는데, 할머니께서는 9천원, 8천원...으로 가격을 낮추십니다.

값을 깎으려 흥정을 하려는게 아니라 정말 너무 많아서 5천원 어치만 달라고 하는데도, 베란다에 말려 놓으면 1년을 두고 먹어도 된다고 하시는군요.

결국 8천원에 시래기를 통째로 넘겨받았습니다ㅎㅎ

시래기 담양시장 죽물시장 전라남도 5일장

 

죽물시장 5일장을 돌다보니 꽤 큼직한 매생이 한 덩어리가 2000원입니다.

대형마트에서 1/2정도 되는 양의 매생이를 5천원 정도에 샀는데,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매생이를 좋아하는터라 생각 같아서는 여러 덩어리를 사서 집의 냉동실에 넣고 두고두고 먹고 싶었지만, 집까지 모셔가기가 어려울 듯 싶어 딱 한 덩어리만 사왔습니다.

매생이 담양시장 죽물시장 전라남도 5일장

 

여행을 왔으니 고기를 사서 구워먹을 생각이었지만, 점심때 이미 고기를 먹었기에 그다지 구미가 당기질 않더군요.

죽물시장 입구의 트럭에서 석화를 팔고 있기에 작은 망 하나에 만 원을 주고 사왔습니다.

석화 담양시장 죽물시장 전라남도 5일장

 

 

죽물시장 5일장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또 나오더군요.

담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메타세콰이어 길이지만, 대부분 차들이 다니는 도로 양쪽에 심어져 있어서 차를 타고 지나다녀야만 하는 길인데, 이 곳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걸을 수 있는 메타세콰이어 길입니다.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차들이 다니는 도로 옆인게 아쉽지만 그래도 걸어볼 수 있는 메타세콰이어 길이 어디냐 싶어 잠시 걷기로 했는데, 이 곳은 1인당 2천원의 입장료를 내야 걸을 수 있는 길이더군요.

차라리 주차료를 걷으면 모를까 얼마간의 길을 걷는데 내야하는 비용치고는 너무 비싸다 싶어 입구에서 살짝 사진만 찍고 돌아왔습니다.

메타세콰이어의 '메타'가 1년에 '1미터'씩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 유래

화로불에 구운 석화, 그리고 고양이

메타세콰이어 산책로를 지나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두워졌네요.

저희는 챙겨온 캠핑 화로를 꺼내어 불을 피우고 죽물시장 5일장에서 사온 석화를 올렸습니다.

석화 화로구이 담양여행

 

백미리 희망캠핑장의 갯벌에서 주운 석화 몇 개를 구워먹었던 맛이 꽤 괜찮아서 선택한 메뉴였는데, 커다란 굴껍질 속에 작은 알맹이가 들어 있어 손쉽게 먹기는 쉽지 않은 메뉴였습니다.

2013/05/24 - 백미리 희망캠핑장, 시원한 바닷 바람과 함께 한 오토 캠핑

처음 절반 정도는 처음부터 불에 올려 구워 먹었고 나중 절반은 솥에 넣고 삶은 뒤 다시 불위에 올려 살짝 구워 먹었네요.

석화 화로구이 담양여행

 

장작불을 피우고 석화를 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동네 고양이들이 애옹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담양 여행 고양이 친구들

 

저희에게 다가온 고양이는 갈색 고양이, 검정 고양이, 그리고 얼룩이까지 총 세마리였는데, 세 마리 모두 성격이 제각각이더군요.

덩치가 크고 늙은 갈색 고양이는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었고 검정 고양이는 후다닥 사람을 피하기 바빴던 반면 얼룩 고양이는 무척이나 '살가운' 개냥이였습니다.

담양 여행 고양이 친구들

 

특히 요 얼룩이는 사람에게 무척이나 친근하게 다가와서는 곧추 세운 꼬리를 다리에 부비기도 하고 불도 쬐는 넉살 좋은 녀석이었습니다.

담양 여행 고양이 친구들

 

캠핑을 다닐 때는 참치캔을 두어개씩 챙겨 다녔는데, 이 날은 고양이들을 만날꺼라 생각 못했던 터라 줄만한 게 없더군요.

죽물시장 5일장에서 산 마른 노가리를 물에 삶아서 주는 중입니다.

담양 여행 고양이 친구들

 

다들 배가 고팠는지 먹성이 상당했습니다.

갈색 고양이과 검정 고양이는 먹이는 잘 먹으면서도 사람이 다가가면 엄청나게 경계를 하는데 이 얼룩이는 사람을 너무 잘 따르는터라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담양 여행 고양이 친구들

 

사람에게 너무 살가운 것은 걱정이지만 그래도 이 날 만큼은 세 녀석 중에 가장 많은 먹이를 먹었고, 저희가 화로불을 끄고 숙소로 들어갈 때까지 옆에 버티고 앉아 화로불의 따뜻한 온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담양 여행 고양이 친구들

펜션 주인장께서는 손님들이 화로불만 피우면 모여드는 고양이들이라고 웃더군요.

펜션 주인장의 말투에서 동네 고양이들을 구박하는 분위기가 아닌 듯 싶어 짠하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 들었고, 밤 늦게 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담양에서의 첫째 날이었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