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불을 만드는 야생남의 로망, 마그네슘 파이어 스타터
캠핑을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서야 캠핑 망치, 팩, 여분의 스트링 등의 캠핑 용품을 담을 공구 상자를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신발 박스를 비롯한 튼튼한 종이 박스에 넣어다니기도 했는데, 비를 몇 번 맞고 났더니 종이가 흐물흐물해져 박스 바닥이 폭삭 내려 앉은 적이 있었습니다.
캠핑 용품 공구 까페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공구박스인데, 벽에 플라스틱 파티션이 내장되어 내용물이 없을 때도 박스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게 좋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담았던 캠핑 공구들을 박스안에 한데 모을 수 있어 꽤 요긴합니다.
이번 캠핑에 따라온 신상 캠핑 용품 중 하나입니다.
흔히 파이어스타터라 불리는, 라이터 없이 불을 켜는 도구입니다.
자잘한 캠핑 용품 몇 가지를 고르다가 눈에 띈 파이어스타터, 오지 생존 프로그램 등에서 가끔 봤던 도구라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함께 주문했습니다.
배송비 별도, 8000원 남짓한 가격대의 제품 답게 포장은 상당히 터프한 느낌입니다.
파이어스타터 포장 뒷면에는 파이어스타터를 이용해 불을 피우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 적혀 있는 내용은 뒤에서 살펴볼 것이므로 여기서는 해석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 거친 상남자 느낌
파이어스타터 포장을 뜯어보니 마그네슘 막대와 스테인레스 재질의 긁개가 들어 있습니다.
파이어스타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그네슘 막대입니다.
7.7*3cm, 두께 1cm 남짓한 마그네슘 막대로 투박한 무광 은색의, 거칠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느낌입니다.
참고로, 마그네슘은 공기중에서 산소와 빠르게 반응하여 불꽃을 일으키며 불꽃놀이에 쓰이는 화약에도 마그네슘이 쓰인다고 하는군요.
파이어스타터의 마그네슘 막대는 한 쪽에 긁어내는 면이라는 뜻으로 'Shaving Edge'라는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반대쪽에는 불꽃을 일으키는 부싯돌이 달려 있습니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 포장 뒷면의 사용법에서는 '나이프'를 이용하라는 얘기가 반복되고 있어 포장을 뜯기전에는 제품에 긁개가 포함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포장안에는 스테인레스 재질의 전용 긁개가 들어 있더군요.
5cm짜리 자와 병따개 겸용으로 쓸 수 있는, 허접한 느낌의 긁개지만 모서리 끝부분이 거칠게 가공되어 있어 마그네슘 막대를 긁어내는 역할은 제대로 수행합니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로 불을 피우는 방법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를 주문하여 받은지 꽤 오래되었지만 역시 캠핑장에서 불을 피워보는게 좋겠단 생각이 들어 고이 보관해오다가 몽산포오토캠핑장에서 개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로 불을 피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불쏘시개를 모으는 일입니다.
소나무가 많은 몽산포오토캠핑장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마른 솔잎을 모았습니다.
마그네슘 막대의 갈아내는 면을 스테인레스 긁개로 긁어 내어 마그네슘 가루를 바닥에 모아야 합니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의 설명서에는 '나이프를 마그네슘 막대에 수직으로 세우고 긁어내라'고 되어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마그네슘을 깎는 중
스테인레스 긁개로 쓱쓱 긁으면 연필을 깎을 때 나오는 나무 심보다 작고 가느다란 마그네슘 가루가 깎여 나옵니다.
이 마그네슘 가루는 무척 가벼워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쉽게 흩어져 버리는군요.
마그네슘 막대를 깎을 때는 바람을 잘 막은 상태로 하는게 좋습니다.
일정량의 마그네슘 가루를 모았으면 부싯돌로 불꽃을 일으킬 차례입니다.
파이어스타터 뒷면의 설명에는 부싯돌을 45도 각도로 지면에 대고, 마그네슘 가루와 부싯돌의 거리를 1인치 이내로 조준한 상태로, 나이프로 부싯돌을 긁어 불꽃을 일으키라고 되어 있습니다.
스테인레스 긁개를 부싯돌과 90도 각도로 밀어 내면 강한 불꽃이 발생하고
퐈이아~~~!
마그네슘 가루에 순간적으로 불이 붙게 됩니다!
오!! 사진으로 보면 굉장히 그럴듯한 불꽃이군요!
그런데, 이 마그네슘 가루가 워낙 순식간에 확 타고 사그라들어버립니다.
마그네슘 가루가 타면서 생긴 작은 불길이 사라지기 전에 주변의 나뭇가지에 옮겨야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쉬운일이 아니군요!
생각만큼 쉽지 않은 파이어스타터로 불피우기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에서 마그네슘 가루를 깎아내는 것도, 부싯돌로 불꽃을 일으키는 것도, 마그네슘 가루에 불이 화르륵 붙는 것 까지는 쉽게 되는데, 이렇게 얻은 불씨를 불쏘시개에 옮겨 불을 키우는게 쉽지 않습니다.
마른 솔잎을 모으로, 종이 조각을 갖다 놓고, 땅을 움푹하게 파서 마그네슘 가루를 더 모으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도 여전히 마지막 단계에서 불이 꺼져버립니다.
종이위에 마그네슘 가루와 솔잎을 올려놓고 불을 붙여보니 좀 더 잘 붙는 듯 했지만
역시 불이 금새 사그라듭니다.
몇 번인가 반복하여 마그네슘 막대를 깎다보니 마그네슘 막대의 한 쪽면이 꽤 많이 깎여나갔습니다.
그리고 부싯돌 쪽도 꽤 깎여 나갔습니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의 포장을 처음 열고 마그네슘 막대를 처음 꺼냈을 때는 '베어그릴스처럼 오지에서 날것을 뜯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이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가 있어도 날 것을 뜯어야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파이어스타터로 불붙이기의 핵심, 불꽃을 키울 불쏘시개
30분 남짓 파이어스타터의 마그네슘을 깎고 불붗이기를 수차례 반복해보니 마른 솔잎은 불쏘시개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어제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착화제, 불쏘시개를 한 방울 떨어뜨리고 마그네슘 가루를 긁어낸 뒤 시도해보니
단번에 불이 붙는군요.
불쏘시개 착화제 덕이 불꽃이 꽤 오래 지속되어 편하게 불을 붙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이틀 연달아 불쏘시개 착화제와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를 소개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불쏘시개 착화제를 이용해 불을 붙이는 것은 왠지 파이어스타터의 기본 정신(?)을 무시한 조합인 듯 느껴졌고, 뭔가 쓸만한 불쏘시개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휴지 두어 장을 겹쳐 밑에 깔고 사용해보니 단 번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 - 생존을 위한 도구, 재미를 위한 도구
처음 사용해 본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 불붙이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30분 남짓 쭈그리고 앉아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를 긁으며 든 생각은
- 캠핑 때 라이터를 잊지말고 챙기자
-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를 쓸 상황에 맞닥뜨리지 말자
였습니다.
특히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로 불을 피울 때 가족들이 주변에 있다면,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충분한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휴지를 깔면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로 불 붙이기가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번 캠핑에 동행하신 장인어른께서는 '왜 멀쩡한 라이터 놔두고 왜 그러고 있는가'하는 뉘앙스의 말씀을 여러번 하시더군요 ㅎㅎㅎ
제품을 직접 구입하여 사용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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