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커피로스터, 킴스로스터 3호! 가내 수공업 제작기

2년 넘게 써온 자작 커피로스터,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었던 커피 로스터, 일명 킴스로스터 2호는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열심히 생두를 볶아왔습니다.

 

2년 넘게 쓰다보니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불 조절에 대한 '감'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로스터 안쪽에 한겹 한겹 쌓인 커피 기름 자국을 보면 제법 오래된 물건 같은 느낌까지 듭니다.

 

하지만 킴스로스터 2호의 큰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1회 로스팅 양이 60~65g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제작 당시 최소한의 비용으로 만들 궁리를 하다보니 찜기를 대각선 방향으로 올려놓은 형태가 최선이었지만, 얹을 수 있는 생두의 양도 적었던 것이죠. 가끔 욕심을 부려 생두를 많이 올려 놓으면 로스팅 과정에서 생두가 부풀면서 찜기 밖으로 넘치기도 합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저희 집은 한번 로스팅할 때 3종류의 생두를 180g 정도씩, 총 540~550g 정도를 로스팅하는데, 로스팅을 아홉 번 반복해야 합니다. 한번 로스팅에 12~3분 정도 걸리니 여러모로 불편합니다.

 

킴스로스터 2호의 또 다른 단점은, 찜기 틈새로 생두가 끼거나 빠지는 경우가 잦다는 것입니다.

조금 알이 작은 생두는 사각형 틈새로 빠지거나, 생두가 부풀면서 틈새에 끼어버리는 것인데요, 끼어버린 생두는 까맣게 타버리는 경우가 많아 낀 생두를 빼내는 것도 꽤 피곤한 일이었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자작 커피로스터, 킴스로스터 3호에 사용된 재료들

킴스로스터 2호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 조건은 이렇습니다.

  1. 1회 로스팅 양이 180~200g정도는 될 것
  2. 로스터 사이로 생두가 빠지거나 끼지 않을 것
  3. 전동식일 것
  4. 되도록 킴스로스터 2호에 사용된 재료들을 재활용할 것

 

자작 로스터 관련 자료들을 많이 찾아본 끝에, 로스터 통은 다시통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식당에서 육수를 낼 때 흔히 쓴다는 다시통은 스테인레스 재질인데다 몸통에 구멍이 뚫려있어 자작 로스터 재료로 많이 사용됩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스테인레스 통을 모터에 고정할 축과 관련 부품들입니다.

축은 스테인레스 재질의 8mm 전산나사로 정했습니다.

전산나사는 나사머리가 없이 몸통 전체가 나사산이 파진 형태의 나사를 뜻하는데, 1m 단위로 판매되므로 잘라써야 하며 쇠톱 등의 공구를 준비해야 합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킴스로스터 2호는 축에 걸리는 무게가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단순히 모터와 축을 대각선 방향으로 올리는 것으로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하지만 킴스로스터 3호는 로스터 통, 전산나사 등 무게가 꽤 나가는 부품으로 이루어진데다, 생두도 200g 정도를 버텨야하는터라, 베어링을 달아주기로 했습니다.

내경 8mm 베어링은 옥션을 뒤져보면 무척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로서 필요한 재료가 얼추 갖추어졌네요.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자작 커피로스터, 킴스로스터 3호를 위한 작업 시작!

킴스로스터 2호에 달려 있던 모터와 축을 모두 제거하고 나무 몸체에 베어링을 달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대각선으로 뚫려있던 구멍을 수평으로 넓히는 작업인데, 이 작업에는 '리머'라고 불리는 수작업 공구가 동원됐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스테인레스 전산나사를 쇠톱으로 잘라냅니다. 스테인레스 재질이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잘라낼 수 있었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대각선으로 설치되어 있던 모터를 수평으로 조정하고 모터와 축을 연결하는 부품은, 집에서 굴러다니던 전선용 방수캡을 이용했는데, 그럭 저럭 축과 모터가 잘 맞물려 돌아갑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베어링을 끼워주니 생각보다 부드럽게 작동하는게 꽤 만족스럽습니다. 역시나 가내 수공업으로 작업한터라 작업 흔적이 거칠게 남아 있네요.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다시통에 전산나사를 고정하려면 타공된 구멍을 넓혀야 합니다. 스테인레스 드릴날을 따로 갖추지 못한 터라 이 작업에도 리머를 사용했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킴스로스터 3호의 통 안쪽에는 생두가 골고루 섞일 수 있게 돕는 '교반 날개'를 달기로 했습니다.

교반 날개 재료로 뭐가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킴스로스터 2호의 찜기 날개를 이용하면 딱 좋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찜기 날개를 떼어내어 한쪽을 구부리고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다시통 뒤쪽 3장 앞쪽 3장, 총 6장의 날개를 교차하여 고정시켰습니다. '고정시켰다'는 짧은 한마디로 마무리했지만, 날개를 고정하는 방법을 위해 꽤 골똘히 생각해야 했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자작 커피로스터, 1차 시험 실패

이제 나름 듬직해진 킴스로스터 3호가 완성되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모터가 늘어난 무게를 잘 견딜까 싶었는데, 의외로 별 무리없이 회전하는군요.

다시통을 떼어내어 작업 중 묻었을 쇳가루 등을 깨끗이 세척하고 시험가동에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180g 남짓한 생두를 통에 넣어보았습니다. 그런데...생두를 넣기 전에는 잘 돌아가던 모터가 생두를 넣자 움찔움찔하며 돌아가질 못합니다.

역시 모터가 역부족이었군요.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옥션에서 좀 더 힘쎈 모터를 주문했습니다.

킴스로스터 2호에 달려 있던 모터와 같은 10rpm으로 회전하면서 4배 정도의 힘을 갖춘 모터입니다.

아울러 모터와 축을 연결하는 커플러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가내 수공업형 자작 로스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럭셔리한 커플러인데, 지속적으로 힘을 받을 부품이다 싶어 함께 구입했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다음날 도착한 모터를 로스터안에 고정했습니다. 모터의 부피가 기존 모터보다 커진 덕분에 모터를 고정하는 나무도 모두 다시 달아야했습니다.

역시 한 장짜리 사진으로 상황 설명이 종료되지만, 새로운 모터와 커플러를 연결하고, 나무를 잘라내는 과정에는 꽤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가내 수공업의 처절한 흔적이 엿보입니다(하지만, 뚜껑을 덮으면 이런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4배의 힘을 갖춘 모터 덕분인지 200g의 생두를 넣고 돌려도 전혀 무리없이 휙휙 돌아갑니다.

스테인레스 통에 달아놓은 교반날개 덕분에 생두가 올라갔다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꽤 시끌시끌 합니다.

잠시 시험 가동을 통해 모터와 커플러의 고정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가스레인지의 불을 올려 로스팅을 시작했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결과물은, 기존 킴스로스터 2호에 비하면 실패입니다. 킴스로스터 2호를 이용한 로스팅은 13분 기준으로 2차 파핑까지 완료해 왔는데, 킴스로스터 3호는 1차 파핑은 15분 전후, 2차 파핑은 20분 경에 일어났습니다.

색상은 고른 편이지만 부풀어 오른 상태가 고르지 못한 것은 역시 처음 다루는 원통형 로스터의 불조절에 실패한 것이겠죠.

로스팅을 반복하다보면 킴스로스터 3호에 맞는 불의 세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킴스로스터 3호, 아쉬운 점

킴스로스터 3호는 의도했던대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로스팅 해본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어 마이너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보입니다.

1. 관측창의 부재

킴스로스터 3호에 쓰인 스테인레스 다시통은 작은 구멍만 뚫려 있어 생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며 파핑 소리에 의존해야 합니다.

2년 정도 로스팅을 해본터라 별 문제가 되지 않을꺼라 생각했는데, 실제 사용해보니 무척 답답하네요.

 

2. 축의 하중 분산 필요

현재 킴스로스터 3호의 하중은 8mm 베어링과 모터가 전적으로 버티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로 오랫동안 돌리게 되면 아무래도 모터나 베어링에 무리가 갈 것 같네요. 모터 반대쪽 축을 받쳐줄 뭔가가 필요한데, 이것은 덮개 형태로 제작해 열의 낭비를 막으면서 축을 받치는 형태로 만들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오랫동안 생두 로스팅을 담당했던 킴스로스터 2호는 킴스로스터 3호로 재탄생했습니다. 생각보다 얼마간의 비용이 더 들어갔지만, 200g짜리 생두 로스터를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뿌듯합니다.

킴스로스터 2호를 3호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생두를 로스팅하지 못해 똑 떨어진 상태였는데, 감도 익힐 겸 또 생두를 구워봐야겠습니다!

 

덧붙임 : 킴스로스터 3호의 첫 로스팅 실패는, 역시 낯선 기계에 대한 불조절이 문제였습니다.

200g 씩 두 번 추가로 로스팅한 커피는 썩 만족스럽습니다.

균일하게 구워진 것은 물론, 로스팅 시간도 원하던대로 착착! 기대했던 결과물이 나오는군요 ㅎㅎ

무엇보다, 이만큼 로스팅하려면 킴스로스터 2호로 3번을 돌려야했던게, 한 번에 끝낼 수 있어 좋습니다!

커피 로스터 coffee roaster DIY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