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물고기는 방치하는 고객서비스가 아쉬운 이유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며칠 전 집에서 3년 약정으로 써 왔던 인터넷 업체를 바꿨습니다.

이미 올해 3월에 3년 약정이 끝났지만, 당시는 지방 출장으로 바쁠 때라 인터넷을 바꾸는데 신경 쓸 여력이 없었네요.

 

하지만 약정 기간이 끝난 뒤 6개월 동안 제가 쓰던 통신업체에서 약정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인터넷 모뎀의 어댑터가 고장나는, 황당한 장애가 생겨 두어 번 고객 상담실과 통화를 할 때도 약정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얘기는 전혀 없더군요.

 

오히려, 약정 기간이 끝날 무렵 부터 한동안 제 인터넷 서비스를 접수했던 업체라면서 서비스를 연장하는 것보다 타사로 이동하는게 혜택이 좋으니 옮기라는 전화만 숱하게 받았습니다.

출장지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를 받다보니 나중에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전화하지 말라고 버럭 화를 내고 끊은 적도 있네요.

 

인터넷 가입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 ISP

약정 계약을 맺는 이유

휴대폰, 인터넷 등의 서비스를 개통하면서 얼마간의 기간동안 사용하겠다는 계약을 맺는 까닭은 그에 따른 혜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서비스의 약정 혜택이라면 요금 할인[각주:1]과 더불어 얼마간의 사은품[각주:2]입니다.

 

가끔 사은품의 액수와 중도 해지했을 경우 위약금을 저울질하여 짧은 기간동안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는, 일종의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도 봤지만 저는 복잡한 숫자 계산에 약한 편이다보니 처음 계약시 혜택은 꼼꼼히 비교하는 대신 약속한 기간을 끝까지 채우는 편입니다.

사은품 선물 상품권 약정 계약

요즘 인터넷 가입 조건은 뽐뿌같은 가격 정보 사이트에서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검증 받은 업체들을 너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알아본 인터넷 가입 조건은 휴대폰과 결합하면 인터넷은 무료로 쓰면서 현금 사은품도 챙겨준다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일단 인터넷이 끊기면 안되기에 새 인터넷을 먼저 개통시킨 후 기존 인터넷 업체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여 해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제서야 오랫동안 사용해주신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약간의 요금할인과 약간의 사은품을 줄테니 다시 3년 약정을 하자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 혜택이 타업체의 조건에 비해 여전히 매력없었고, 무엇보다 이미 타사 인터넷을 개통한 상황이라, 느꼈던 아쉬움만 얘기했습니다.

 

약정 기간 끝난지 벌써 6개월이 넘었고 그동안 고객 센터와 몇 차례 통화하는 동안, 이런 혜택 얘기는 한번도 들어볼 수 없었다.

얘기 안하면 조용히 있다가 해지 의사를 밝히자 이런저런 혜택을 주겠다고 하는게 아쉽다.

매달 보내는 요금 청구 메일에, 약정 기간 다 되는데 연장하면 이런저런 혜택을 주니 연락달라는 얘기가 있었다면, 훨씬 좋은 기분으로 연장을 고려할 것 같다고 얘기하고, 여전히 만류하는 해지방어팀을 뒤로하고 해지를 완료했습니다.

오래 사용한 신용카드도 같은 경험

2년 전, 십수년을 사용한 신용카드를 해지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90년대 말,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만든 신용카드, 처음 만들때 월 사용한도 50만원짜리, 최하 등급으로 시작해서, 골드-플래티늄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사용했으니, 그동안 그 카드의 사용량 역시 만만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뭐, 요즘이야 연 회비만 내면 아무나 만들수 있는 플래티늄 카드지만, 제가 플래티늄으로 업그레이드할 당시만 해도 플래티늄 소유자는 주변에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 Credit Card 플래티늄 고객 서비스

플래티늄을 만들 당시에는 여러가지 혜택이 쏠쏠했고(일정액수 이상 사용하면 연회비까지 무료!), 수 년간 꾸준히 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혜택의 종류와 폭은 줄어들었고 그에 비례하여 저 역시 타사 카드의 사용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결국 플래티늄 카드는 집에 두고 다닐 정도로 쓰지 않게 되었고, 어느 달 청구서에는 연회비가 매겨져 있었습니다. 그만큼 사용량이 없었던 것이죠.

잘 쓰지도 않는 카드에 연회비까지 낼 생각은 없었기에, 전화를 걸어 해지 의사를 밝히자, 역시나 그때서야 지금 플래티늄보다 혜택도 더 많고 사용하지 않아도 연회비를 물리지 않는(!) 새로운 플래티늄 카드로 바꾸라고 하네요.

 

그 얘기를 들으니 쓰고 싶은 마음은 더욱 멀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말없는 대다수 충성 고객을 소홀히 하는 업체들

약정 기간이 끝나면 한 번씩 바꾸게 되는 휴대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통신사를 유지한채 휴대폰 기계를 바꾸려면 출혈이 꽤 큽니다.

심지어 온라인 휴대폰 판매글의 대부분은 신규/번호이동 조건 뿐이며 기기 변경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휴대폰 시장에서 기존의 충성 고객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위에 언급한 휴대폰, 인터넷, 신용카드의 공통점은 신규 고객 유치에는 무척 적극적이라는 점과 아무 말없이 오래 쓰는 고객에게는 아무것도 돌아오는게 없다는 점, 해지 얘기를 꺼내면 이런저런 혜택을 제의한다는 점입니다.

낚시 고객 서비스 신규 고객

말없는 충성 고객은 그냥 둬도 어차피 남아 있을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괜히 얘기 꺼냈다 안줘도 될 것을 챙겨 주는게 염려스러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객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미리 챙겨주는 기업을 만난 기억이 없습니다.

 

새 고객을 유치하는데 드는 정성의 일부만이라도 기존 고객에게 돌린다면, 훨씬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더 훈훈한 분위기에서 좋은 관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텐데, 방치해 두었다가 관계를 끊으려하면 그제서야 이런저런 조건을 제시하는 구차한 고객 관리가 참 아쉽습니다.

 

낚시 낚인 물고기 고객 있을 때 잘해

물론 고객과 기업의 관계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모든 인간 관계, 하다못해 내 블로그를 꾸준히 찾는 분들과의 교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 쉽게 하는 말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말 같습니다.

 

  1. 인터넷 업체에서 공식적으로 적용하는 혜택 [본문으로]
  2. 대개 중소 가입업체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마진을 떼서 주는 형태인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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