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계산 착오
저희는 집 근처 대형 마트를 자주 이용합니다.
지난 월요일에도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평소같으면 마눌님과 함께 다녀왔겠지만 이 날은 밤 열시반을 넘긴 시간에 혼자 장을 보러 갔습니다.
며칠 뒤 캠핑을 위해 필요한 이것저것을 집어들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열한시를 훌쩍 넘긴 상황, 계산을 마치고 잠깐 영수증을 들여다보니 구매한 물건 중 하나의 가격이 좀 이상합니다.
바로 이 화이트 와인인데요, 얼마전 같은 마트에서 단돈 1060원이라는 믿기지 않는 가격에 스페인산 화이트 와인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와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터라 값이 싸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마눌님께서 급관심을 보여 서너 병 사왔고, 맛은 그럭저럭이었지만 1060원짜리 와인은 고기를 재우는 용도로 써도 훌륭했습니다.
오늘도 혹시 있을까 싶어 와인 코너를 살펴봤더니 매대에 아직 1060원 가격표를 붙이고 있어 한 병 집어왔는데, 이게 5900원으로 계산이 되었네요.
1060원짜리 스페인산 화이트 와인
이미 카드 계산이 끝난 상황이라 마트 고객 센터로가서 매대 가격표는 1060원으로 적혀 있는데, 잘못 계산된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고객 센터 직원은 1060원이 와인이 어딨냐는 표정이었습니다. 바코드를 찍어봐도 5900원으로 나오네요.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며칠 전 같은 와인을 1060원에 서너 병 사갔고, 지금도 매대의 가격표에 1060원이라 적혀 있다고 하자 해당 매대로 가서 확인하고 오겠다고 합니다.
가격표를 확인하고 돌아온 직원은 매대에 1060원으로 붙어 있었다고 말하며 가격을 정정해주었고, 계산 착오로 불편을 끼쳤으니 5000원 상품권을 드려야하는데, 혹시 상품권 대신 두루마리 휴지같은 사은품으로 받아가시면 안될까 물어보는군요.
집에 두루마리 휴지가 넉넉히 있었기에 별 생각없이 그냥 상품권으로 받았으면 한다고 얘기하고 상품권 수령자 기록을 남기는 와중에 마눌님으로 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왜 이렇게 늦냐는 얘기에 상황을 대충 얘기했더니 마눌님 왈,
'계산원이 문다며'라는군요.
계산원이 문다며 ㅠㅜ
대형 마트에서 업체측 착오로 계산이 잘못된 경우, 사과의 뜻으로 5000원 상품권을 주는 제도가 있죠.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산 착오가 발생하여 고객에게 5000원 상품권을 배상한 경우, 보상한 상품권 금액을 실수한 직원이 물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지나가는 얘기로 마눌님에게 그 말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모 대형마트 웹사이트 공지사항에 있는, 5000원 상품권 보상 안내문
마눌님이 보낸 '계산원이 문다며ㅠㅜ'라는 메시지의 의미는, 제가 5000원 상품권을 받아오면 실수한 직원이 물어내야 하는거 아니냔 얘기였습니다.
별 생각없이 상품권으로 달라고 했다가 마눌님의 메시지를 보고나서 고객 센터 직원에게 슬쩍, 제가 상품권으로 받아가면 여기 직원 중 누군가 패널티를 받게되는 건지 물어봤습니다.
고객센터 직원은 '아마 누군가 잔소리를 듣게 되겠죠'라며 말끝을 흐리는군요.
자신있게 아니라고 하면 모르겠는데, 말끝을 흐리니 받기가 찜찜해졌습니다.
잠깐 생각끝에 직원 누군가에게 불이익이 가는거라면 상품권은 안 줘도 된다고 했습니다.
뜻밖에 득템한 카트와 라면
제 얘기를 들은 고객센터 직원은 급화색이 돌더니, 그럼 뭐라도 챙겨드리겠다며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접이식 카트와 라면 한봉지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두 번이나 하는군요.
사실 얼마전부터 인터넷으로 카트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집에 있던 카트가 오래되어 녹이 슬기도 했고 캠핑을 자주 다니다보니 좀 더 크고 튼튼한 카트를 알아보곤 했었는데요, 5000원 상품권 대신 받아온 카트는 알아보던 것보다 좀 작긴 했지만 그래도 꽤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습니다.
좀 더 컸으면 베스트였겠지만, 어쨌든 득템
마침 필요했던 제품을 사은품으로 득템한 것도 좋았지만,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5000원 상품권을 포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뭔가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마눌님께 얘기했더니 대박이라며 흐뭇해하는군요.
그런데, 5000원 상품권을 받지 않겠다고 얘기할 때 직원의 표정을 생각하면, 어떤식으로든 직원에게 불이익이 가는 뭔가가 있는 건 분명해보입니다.
회사가 책임지는 것이라면 굳이 상품권 대신 사은품을 권하지도 않았을테고, 소비자가 상품권을 받지 않는다 했다고 저렇게 좋아할 이유는 없을테니 말이죠.
마눌님 말씀을 들었더니 떡이 생긴, 이래저래 기분 좋은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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