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광암막국수의 순메밀 물막국수와 녹두전. 소면 스타일 막국수와 고소한 녹두전

횡성의 막국수 거리, 광암막국수

막국수라고 하면 흔히 춘천 막국수를 떠올리지만, 저는 춘천보다 제가 살고 있는 천안에서 막국수를 더 많이 먹어본 듯 싶습니다.


마침 집 근처에 나름 유명한 막국수 집이 있어 가끔 막국수가 생각나면 들르곤 하는데, 올해 들어서는 한 번도 들르지 못했네요.


그리고 얼마 전 횡성을 지나면서 막국수 집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냥 시골의 국도변에 막국수 집 몇 개가 모여 있는 곳이라 딱히 '막국수 거리'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아무튼 반경 50m 이내에 몇 군데의 막국수 집이 있는 풍경은 나름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터라 막국수를 먹기로 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광암막국수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횡성 광암막국수


광암막국수는 언덕길 바로 옆에 하늘색으로 칠한 옛날식 지붕을 얹은 집이 인상적이었고, 시간과 햇볕에 갈라진 간판의 느낌이 매우 독특한(?) 곳입니다.

광암막국수 한얼문예박물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좁은 가게였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홀과 주방이 꽤 넓어 보였습니다.

사진은 실내의 절반 정도로, 오른쪽 방향에 비슷한 숫자의 테이블이 있어 제법 넓직한 편입니다.

광암막국수 실내


주변의 여러 막국수 집 중에서 대충(!)보고 들어왔는데, 안에 들어오니 벽이며 기둥에 사인과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광암막국수 실내 사인


광암막국수의 메뉴판입니다.

순메밀막국수는 7000원, 명태비빔 막국수는 8000원이고, 사리 추가는 2000원입니다.

횡성 광암막국수 메뉴판 가격

순메밀 물막국수와 순메밀 명태비빔막국수 중에서 무엇을 시킬지 꽤 고민한 끝에 순메밀 물막국수에 사리 추가를 했습니다.


저는 습관처럼 '곱배기'라고 했더니, '곱배기'는 아니고 본 메뉴 수준의 사리가 별도의 그릇에 나온다고 직원분께서 친절히 바로잡아 주셨습니다ㅎㅎ


막국수를 주문하고 서빙되어 나온 김치와 무우절임입니다.


맛있게 푹익은 김치는 아주 새콤하다기 보다는 곰삭은 느낌의 시골스러운(?) 김치였는데 묘하게 끌리는 중독성이 있어 막국수가 나오기 전에 김치부터 리필을 받았습니다.

광암막국수 김치 무우절임


막국수에 부어먹는 메밀육수는 차게 나오는데, 온육수를 요청하면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육수도 나옵니다.

횡성 광암막국수 육수


막국수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다가 좀 심심해서 녹두전 한 접시를 시켰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녹두전이 2장 겹쳐 나오는데, 주문을 받은 뒤 전을 부치는 듯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립니다.

광암막국수 녹두전


그리고 녹두전을 한 입 먹어보니, 바삭하게 튀긴 느낌의 녹두전이 매우 담백하면서 고소합니다.

횡성 광암막국수 녹두전 맛

바로 부쳐낸 녹두전은 보기보다 매우 뜨거운 만큼 후후 불어가며 먹어야 했는데, 기존에 먹었던 녹두전들이 좀 퍽퍽한 느낌이었다면 광암막국수의 녹두전은 매우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좋았습니다.


녹두전을 맛있게 흡입한 직후 막국수와 추가 사리가 나왔는데, 다대기가 별도로 나왔습니다.


추가 사리에는 다대기가 끼얹어져 있는데, 본 막국수에는 다대기가 별도라 좀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주문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오류(?)로 다대기가 따로 나온 것이며 원래는 끼얹어 나온다고 하네요ㅎㅎ

광암막국수 순메밀 물막국수


해프닝임을 알고 난 뒤 다대기를 부었고 김가루와 오이, 통깨 등은 흔한 막국수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광암막국수 순메밀 물막국수 다대기


그런데 얼음 육수를 막국수에 적당히 부은 뒤

횡성 광암막국수 물막국수


돌돌 말려 있는 사리를 풀어보니, 흔한 막국수 면발보다 훨씬 가는, 소면 굵기 면발이 매우 독특합니다.

광암막국수 면발


저는 집에서도 멸치 국수를 즐겨먹는 터라 소면 면발이 반가왔는데, 일반적인 막국수 면발의 목넘김과 식감이 거친 것에 비해 광암막국수의 면발은 그야말로 멸치국수 스타일로 흡입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습니다.

횡성 광암막국수 면발 굵기

일단 소면 스타일의 면발이 매우 독특하면서 맛이 있었고 붉은색 다대기는 보기와 달리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았습니다.


테이블에 적인 안내문에는 막국수에 식초와 겨자, 설탕을 기호에 맞게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는데, 제 입에는 식초와 겨자만 조금 넣어 먹는 게 잘 맞았고 중간중간 집어 먹는 푹 익은 김치와 막국수가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한 그릇의 막국수와 반 그릇의 추가 사리에는 냉육수를 넣어 먹었고, 나머지 반 그릇의 추가 사리는 온육수를 부어 먹었는데, 차갑게 먹다가 따뜻한 육수를 부어 먹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횡성 막국수 광암막국수

그렇게 순메밀 물막국수와 추가 사리, 녹두전 까지 매우 만족스럽게 뚝딱 비우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계산을 하면서, 소면 스타일의 특이한 막국수 면발이 이 지역 특색인지 물어보니, 주변 다른 집들은 일반적인 굵은 면발이고 가는 면발은 광암막국수만의 스타일이라고 하시는군요ㅎㅎ


아침을 거른 상태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던 터라, 먹을 때는 배부른 줄 몰랐는데 일어서고 가게를 나오니 평소보다 매우 많은 양을 흡입했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횡성 한얼문예박물관 산책로

덕분에 광암막국수 옆 언덕길을 따라 짧은 산책을 하면서 소화를 시켰는데, 관광지로 조성된 풍경은 아니었지만 한가로운 전원의 느낌이 편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막국수를 매우 즐기지는 않지만, 특유의 심심함 맛이 가끔 생각 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소면 면발과 잘 익은 김치가 조화를 이루는 광암막국수는 앞으로도 더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본 리뷰는 블로거라 티내지 않고,
직접 돈 내고 사먹은 뒤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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