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게시물 저작권침해 경찰서 고소 과정. 증거 수집과 고소장 제출, 진술과 합의

블로그 포스팅의 무단 복제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종종 자신의 포스팅을 무단 복제한 경우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저도 거의 10년쯤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제 블로그 포스팅의 텍스트와 사진을 그대로 긁어가 게시한 경우를 꽤 많이 경험했습니다.


대부분 개인 블로그, 혹은 소규모 업체의 홍보 블로그 등에서 포스팅 일부, 혹은 전체를 복사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 경우 포털에 게시중단 요청을 해 복사된 포스팅을 블라인드 처리하곤 했습니다.


2013년 2월에, 이런 소극적인 대처는 부족하다 생각이 들었고, '블로그 포스팅 무단복제, 적극 대응합니다' 라는 공지사항을 올려두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무단복제

다만, 공지사항 말미에 적은 것 처럼 '법적 절차'를 실제로 밟은 적은 없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14년 경 사이버 경찰청을 통해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당시 '블로그 글의 저작권법 해당 여부'와 관련해 담당 경찰과 잠시 언쟁(?)을 하다가 결국 고소장 접수 단계에서 멈추었던 적이 있습니다.

포털 메인에 뜬 무단복제 게시물

그렇게 그동안은 어쩔 수 없이 불법 복제된 게시물을 포털측에 게시중단 요청을 해 차단 시키는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대부분 제 포스팅을 통째로, 혹은 일부를 퍼가는 수준이라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핼 수 있었습니다.


제 포스팅 사진들은 대부분 직접 찍고 편집한 것이라, 오래 전의 이미지라 하더라도 내 사진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포털 메인에 낯익은 썸네일 이미지가 눈에 띄었는데, 글을 올린 이는 제가 아닌 다른 업체였습니다.


모 업체가 제 블로그 포스팅, 2013/07/01 - 드럼 세탁기 청소 방법, 제품 설명서에 모두 나와 있어요! 의 사진을 그대로 가져다 가공해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드럼세탁기 청소 방법


기존에 겪었던 무단 복제 게시물들이 단순히 글과 이미지를 그대로 긁어가 복사하는 등의 방법이었다면, 이 업체의 복사 방식은 매우 질이 좋지 않았습니다.


일단 제 블로그의 원본 게시물 사진은, 사진 하단에 블로그 주소가 심어져 있고, 강조할 부분에 화살표나 원을 그려놓곤 합니다.

컴터맨 드럼세탁기 청소 포스팅


그런데 이 업체는 원본 사진의 블로그 주소를 잘라낸 것은 물론, 오른쪽 상단에 업체 로고를 새겨 놓았을 뿐 아니라, 사진의 마킹을 다른 색상과 형태로 바꿔 놓았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무단복제 사례


뿐 만 아니라 원본 포스팅에서 두 단계로 나누어 놓은 과정을

컴터맨의 컴퓨터 이야기


업체는 이처럼 한 장의 사진처럼 가공하기도 했습니다.

블로그 글 무단 복제 사례


2013년 당시에 착용했던 팔찌를 다시 보니 반갑긴 한데, 그게 제 블로그가 아닌 다른 업체의 게시물에서 보는 것이 매우 불쾌했습니다.

블로그 글 무단 전제 복제 사례

오랜 기간 반복된 무단 복제

아울러 이 업체는 무단 복제한 게시물을 처음 올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2017년부터 시작해 2019년에는 3월과 11월에 제목과 설명만 살짝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무단 복제 게시물 조회수

특히 포털 메인에 노출된 게시물이라 그런지 조회수가 각각 30만, 20만, 10만회를 훌쩍 넘겨 세 게시물은 60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검색을 해보니, 이 업체는 포털 뿐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같은 식으로 편집한 게시물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무단 게시 중이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조회수가 표시되지 않아, 공유 횟수를 확인해보니 4개의 게시물이 각각 2900회, 3200회, 4200회, 8200회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 공유횟수

일반적으로 페이스북의 공유 1회는 100회의 조회수와 비슷하다고 언급되는 바, 이러한 식으로 계산하면 페이스북에 올려진 4개의 게시물의 총 조회수는 185만 회에 달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무단복제 고소, 증거수집

이번 무단 복제는 복제 형태(워터마크를 잘라내고 이미지를 재가공한 뒤 자기의 로고를 붙이는)도 교묘했지만, 복제된 게시물이 업체 홍보 및 포털과의 계약을 통한 이익 창출 등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단순히 블라인드 처리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증거 수집에 들어갔는데, 일단 무단복제 된 게시물 전체를 프린트했습니다.


특히 제목과 조회수, 게시일자가 표시된 부분은 현재 날짜와 시간을 확실히 표시하기 위해 UTCk 3 프로그램을 실행해 표준 시각을 띄워 놓은 상태로 캡쳐해 프린트 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무단복제 증거 캡쳐

아울러 내 글이 원본이라는 증거, 즉 블로그 원본 포스팅 역시 종이에 프린트했는데, 포털에 게시된 3개의 게시물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4개의 게시물, 제 원본 포스팅까지 프린트하니 거의 100여장에 달했습니다.


아울러 고소할 대상에 대한 인적사항을 확보(제 경우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기재되어 있는 업체 대표의 이름과 주소, 휴대폰 번호 등)했습니다.


상대방의 인적 사항을 몰라도 '미상'으로 표기해 고소장 접수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경찰에서 상대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 더러 상대적으로 가볍게 취급되는 사건 특성 상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프린트한 증거 이외에 캡쳐한 파일도 준비할까 생각했지만, 실제 고소장 제출시 USB 메모리에 담긴 파일보다는 종이에 인쇄한 증거가 우선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실제로도 종이에 인쇄한 증거물만 제출했습니다.

저작권 침해 고소장 제출과 접수

증거물을 모두 준비한 뒤 집 근처 경찰서를 찾았고, 일단 종합민원실로 들어갔습니다.

경찰서 종합민원실


무슨 일로 왔는지 묻는 안내 직원에게 저작권침해로 인한 고소장을 제출하러 왔다고 했고, 몇 번 창구로 가서 접수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접수 창구에서는 일단 고소장을 작성해 왔는지 물었는데, 저는 증거물만 준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직원으로 부터 준비된 고소장 양식으로 고소장을 작성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경찰서 고소장 양식


저는 현장에서 간단하게 고소장을 작성하면 되겠다 싶어 수기 작성을 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손으로 고소장을 작성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서 고소장 양식 수기 작성

손으로 글씨를 쓰다 보니 하고 싶은 얘기를 자세하게 기재하기도 어려웠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불편함이 있었던 바, 경찰민원포털에서 고소장 양식을 다운로드하여 PC에서 상세하게 작성한 뒤 제출할 것을 권합니다.


저 역시 손으로 써서 제출한 고소장의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 싶어 이후 고소장 양식에 상세한 내용을 작성해 고소장을 다시 작성했으며, 이 고소장은 고발인 진술시 추가 자료로 제출했습니다.

경찰 민원포털 민원서식 고소장 양식


어쨌든 수기로 고소장을 작성한 뒤 종합민원실의 창구에 제출했고, 지능팀으로 가서 접수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블로그 무단복제 고소장 접수

저작권 침해 고소장 제출, 경찰을 설득하기

종합민원실의 안내대로 고소장과 증거출력물을 들고 지능팀으로 가 저작권 침해로 고소장을 제출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의 게시물이 무단 복제된 일련의 과정 등을 간략하게 구두로 설명했는데, 역시 예전 사이버 경찰청에 접수할 때와 비슷한 반응이 이번에도 돌아왔습니다.


일단 블로그 게시물은 다들 보라고 올려 놓은 것 아닌가요?로 시작했고, 이후 실용신안과 같은 등록을 진행한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실 고발장 접수 단계에서 형사의 질문 뉘앙스는 '개인 블로그의 게시물은 저착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혹은 '보다 중대한 사건들이 많은데 개인 블로그 게시물로 고소장을 접수해야겠냐'는 느낌이었습니다.


과거 사이버 경찰청으로 부터 같은 얘기를 들었던 바 이번에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저작권법을 미리 확인했고,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작성한 블로그 글 역시 창작물에 해당하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소인은 내 저작물을 상업적 목적으로 무단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잠시 형사와의 실랑이(?)뒤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일단 고소장 내용을 확인한 뒤 추후 고발인 진술 등의 절차를 위해 연락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고소장 제출과 고발인 진술은 경찰서 상황에 따라 같은 날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고소장 제출 후 열흘 뒤 고발인 진술 일정을 잡았고 약속된 날짜에 경찰서 조사실로 가 고발인 진술을 했습니다.

경찰서 조사실

사실 제 경우 고소장 제출부터 고발인 진술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 기간 동안 저는 변호사와 법무사 등 상담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블로그의 글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라는 변호사의 해석을 들었고, 고발인 진술 전 이 문제로 변호사 상담을 받았다는 점도 담당 형사에게 밝혔습니다.


변호사 상담을 받았다는 것이 고소인의 의지로 생각됐는지, 혹은 변호사의 해석이 확실한 기점이 된 것인지 몰라도, 고발인 진술은 2시간에 걸쳐 상세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고발인 진술은 형사가 묻고 제가 답을 하며 그 내용을 조서 형식으로 작성하는 과정인데, 저는 최대한 상세하게, 하고 싶은 얘기들을 전부 진술했습니다.

블로그 무단복제 증거자료

진술 과정에서 특히 제가 받은 피해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는데, 저는 제 블로그의 월평균 방문자 수와 이에 따른 수익도 간단히 언급했습니다.


특히 내 블로그로 유입되어야 할 방문자 및 이로 인한 수익을 피고소인이 가져가는 상황인 점을 강조했습니다.


담당 형사는 특히 월평균 방문자 수와 수익이 발생하는 블로그라는 점에 주목하는 듯 보였고 마지막 질문으로 피고소인의 처벌을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 처벌을 원한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고소인 진술을 마친 뒤, 이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보니 피고소인을 불러 진술을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순서로 진행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피고소인 조사, 통화, 합의

형식적인 질문만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매우 상세한 고소인 진술을 한 지 한 달하고 1주일이 더 지난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피고소인을 불러 진술을 받았으며, 피고소인이 저와 합의를 원하는데 연락처를 알려주어도 되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도 이런 절차는 처음이었기에, 피고소인과 통화 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이후 어떻게 되는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피고소인과 합의가 되면 고소취소장을 제출하고, 공소권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며 합의가 되지 않으면 기소의견으로 검찰청으로 송치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울러 피고소인이 모든 혐의를 인정한 상태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잠시 고민 후 연락처를 알려주어도 좋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고소한 업체 대표와 통화를 했고, 상대가 무단 복제한 글의 조회수와 제 블로그 조회수, 그리고 이로 인한 손실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통화를 한 끝에 페이지 뷰를 기반으로 산정한 합의금을 받기로 하고, 무단복제한 게시물은 모두 삭제하는 것으로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합의 완료 후 고소취소장을 작성해 경찰서에 직접 접수하려고 했는데, 담당 형사께서 작성한 고소취소장의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여 문자로 고소취소장을 전송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고소취소장

만일 이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검찰로 송치되고 이 경우 다시 한 번 검찰에서 고발인 진술 등을 하게 된다는데, 비교적 간편하게(?) 해결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단복제를 고소하기 위한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것보다 고소장 접수 과정에서 '개인 블로그' 라는 매체를 가볍게 생각하는 접수 형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덕분에 변호사 상담까지 받는 등 일이 복잡해졌지만 법적인 문제에 대한 정리가 한결 명확해졌고 고소장 접수 및 고소인 진술 단계를 넘어서면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습니다.


아무쪼록 이 포스팅이 블로그 글 무단복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께는 경각심을 일으키고, 무단복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은 처리 과정이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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