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분무기로 창 밖의 말벌집 제거하기. 시골 살아도 전혀 반갑지 않은 말벌집 제거

창문 밖에 생긴 말벌집

어느 날 아침, 침대에 올라온 고양이 뚜기가 창 밖에 초집중 상태로 앉아 있었습니다.

아침에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다가 반사된 햇빛에 매우 격한 반응과 집중을 한다거나, 간혹 방충망에 풍뎅이류의 날벌레가 붙어 있으면 초집중 상태를 보이기도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창밖에 집중하고 있네요.

이른 아침부터 일광욕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었고 저는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러 나갔는데, 세수를 하고 돌아왔는데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창밖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창 밖에 무슨 벌레라도 날아들었나? 싶은 생각에 창밖을 자세히 보니, 쬐그만 말벌집이 생겼네요.

창 밖 난간이 에어컨 실외기 설치 설치용 난간, 윗집 실외기 설치대가 지붕 역할을 해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이다 보니 말벌이 집을 지은 것 같습니다.

지은지 얼마 안된듯, 아직 작은 벌집이었고 벌집에는 말벌 한 마리가 뭘 하는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앞쪽으로 산이 펼쳐져 있어 이런저런 곤충들도 많고, 밤이되면 방충망에 날벌레들이 많이 붙기도 하는데 이 말벌만큼은 매우 달갑지가 않네요.

말벌집을 본 마눌님은 어떻게 떼어내는지 빨리 조치를 하라고 했는데, 저희는 에프킬라도 쓰지 않는 집이라 뭔가 떼어낼 만한 도구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캠핑도구에서 토치라도 꺼내 지져볼까 싶기도 했는데, 괜히 방충망을 열었다가 말벌이 튀어 들어올까 싶어 나중에 살충제를 사서 뿌리자 싶었습니다.

2주만에 확 커진 말벌집

그리고 여름 휴가를 비롯해 2주 남짓 보내면서 말벌집을 잊고 지냈는데, 휴가에서 돌아와 퍼뜩 살펴보니 말벌집이 꽤 커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 마리뿐이던 말벌이 7~8마리쯤 달라붙어 있었고 벌집 아래에 허연 뭔가가 붙어 있는 모습이 더 이상 두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캠핑용품 가방에서 가스토치를 꺼내와 지져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방충망 바로 바깥에 대여섯 마리의 말벌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방충망을 열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가스토치 대신 생각난 것이 화분에 물을 주느라 자주 사용하는 5리터 압축 분무기였습니다.

손잡이를 반복적으로 눌러 공기를 통안으로 압축하고 레버를 누르면 꽤 센 물줄기가 연속적으로 쏴지는터라, 비오는 날 방충망 청소를 할 때도 자주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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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분무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손잡이를 펌핑하여 공기를 압축한 뒤, 방충망을 닫은 상태에서 물을 쐈습니다.

세찬 물줄기를 뿌림과 동시에 3~4마리의 말벌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고 몇 마리가 떨어져 나간 뒤 용기를 얻어 방충망을 열고 물을 직접 쏴댔습니다.

분무기의 노즐을 직수에 가깝게 조절해 물을 쏘아대자 말벌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떨어지는데, 딱 두마리의 말벌은 벌집에 붙어 요리조리 움직이며 꽤 오래 버티고 있었습니다.

거의 1~2분 남짓 압축분무기의 물을 쏴댄 끝에 말벌들은 실외기 바닥쪽으로 모두 떨어져 버렸고 벌집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벌집 아래쪽에는 애벌레 같은게 있고 뭔가 꿈틀꿈틀하는게 무척 징그럽네요.

비닐봉지를 가져왔지만 뭔가 징그러운 외형때문에 바로 손으로 떼어버리지 못하고 일자드라이버를 가져와 난간에 붙은 자리를 떼어냈습니다.

말벌집의 끝부분이 생각보다 무척 단단하게 붙어 있던터라, 드라이버로 꾹꾹 끊어낸 뒤에야 말벌집을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떨어진 말벌집의 바닥면에는 거의 다 자란 것으로 보이는 애벌레들이 보였는데, 즉시 비닐봉지를 밀봉해 버렸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가 산을 마주하고 있는, 시골이라 밤이면 고라니 소리를 비롯한 자연을 많이 경험하는데, 창 밖에 말벌집은 썩 달갑지 않은 자연이네요.

제가 제거한 말벌집은 그나마 크기가 작고 말벌이 몇 마리 안되는데다, 방충망으로 가로막힌 상태라 압축분무기를 이용해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큰 말벌집, 혹은 외부에 직접 노출된 경우라면 압축분무기와 같은 것은 절대 사용하지 말고 살충제를 이용하거나 이도저도 어렵다면 119에 도움을 요청하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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