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다녀온 지리산 알프스동화펜션. 지리산 계곡에서 즐긴 2박3일 휴식

낯익은 하동 쌍계사 길

올 여름, 마눌님은 1주일의 여름 휴가를 3일씩 나눠 사용하기로 했고 먼저 3일은 친구네 가족과 함께 유명산자연휴양림으로 다녀왔습니다.


유명산자연휴양림에서 돌아온 며칠 뒤, 이번에는 경남하동, 지리산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알프스동화 펜션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천안에서 경남하동까지는 약 230km, 2시간 30분 남짓 달리는 길인데 하동쪽으로 접어들면서 길이 왠지 낯익은 느낌입니다.


하동, 화개장터, 쌍계사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 보이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분명 왔던 곳 같은데? 싶은 느낌이었는데, 마눌님과 캠핑과 여행을 다닌 곳이 워낙 많아 딱 여기는 아니더라도 지나는 길에 들렀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쨌든 쌍계사로 향하는 익숙한(?)길에서 벗어나 약간의 경사가 있는 좁은 길을 따라가니 마지막 여름 휴가를 보낼 지리산 알프스동화 펜션이 나타납니다.

지리산 알프스동화 펜션 입구


지리산 알프스동화 펜션은 울창한 지리산을 끼고 있고, 잘꾸며진 잔디밭에 펜션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있었습니다.

지리산 알프스펜션 정원


도로에서 펜션으로 내려가는 입구에서 둘러본 지리산 정경은, 멀리 보이는 풍경이 웅장하고 가까운 곳은 탁트인, 이국적인 느낌도 드는군요.

지리산


안쪽에서 입구쪽을 바라봐도 역시 잘 가꿔진 정원이 인상적입니다.

알프스동화펜션 전경


펜션 뒤쪽에는 자그마한 텃밭에 고추가 심어져 있었는데, 펜션 주인장께서 맘대로 가져다 먹으라고 합니다.

저녁마다 고기를 구워먹으며 텃밭에서 따온 고추를 먹어봤는데, 맵지 않고 달달하니 무척 맛이 좋았습니다.

펜션 텃밭 고추

고양이와 함께 떠난 휴가

이번 지리산 휴가는 고양이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아깽이때부터 명절에 주문진과 방학동, 인천까지 꽤 먼거리까지 차를 타고 함께 잘 다녔지만, 덩치가 크면서 자동차에서 좀 칭얼대는데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머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먹은 것을 토하는 등의 증상이 보여 요즘은 어지간하면 여행에 동행하질 않았습니다.

고양이 화장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숙소에서 고양이의 동행을 허용하지 않는터라, 마눌님께서는 숙소 예약에 꽤 애를 먹었습니다.


일단 마음에 드는 펜션을 찾으면 전화로 고양이 동행이 가능한지 물어보는데, 몇 번의 퇴짜를 맞은 끝에 알프스동화펜션의 주인장께서 흥쾌히 허락을 해주었다는군요.


저희가 묵었던 숙소는 나무 계단으로 된 복층 구조였고, 고양이는 복층이 매우 마음에 드는지 나무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높은 곳을 즐겼습니다.

고양이 동행 펜션

사진에 얼핏 보이지만, 계단과 탁자, 싱크대까지 모두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저는 원목 싱크대에 특히 눈이 갔습니다.


평소 집에서도 수직 구조를 확보해주기 위해 캣타워 두 개를 배치하고, TV 선반의 높은 곳, 냉장고 위쪽을 비워주었는데 요즘 들어 심드렁한 반응이더니 나무 계단은 무척이나 좋아하는군요.

고양이 2층 다락


2층은 침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침대의 스프링 쿠션이 좀 불편해서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잤고, 고양이만 오르락내리락했네요.

알프스동화펜션 2층


흔히 복층 구조의 펜션은 낮은 건물에 억지로 다락을 만든 형태가 많은데, 알프스동화펜션의 복층은 천장이 높은 건물이라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지리산 알프스동화펜션 하이디방

아, 오른쪽의 가죽소파는 혹시라도 고양이가 스크래처로 사용할까봐 얇은 이불을 덮어둔 상태입니다.


집에서도 가죽소파에 얇은 천커버를 1년 정도 덮어두었다 벗겼더니, 가죽소파를 스크래치하는 습관이 전혀 없는터라 안심하긴 했지만, 혹시라도 낯선 환경에서 평소 안하던 버릇이 나올까 싶어 덮어두었습니다.


뭐 집에서 쓰던 스크래처들을 넉넉히 들고온터라, 다행히 소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더군요ㅎㅎ

2019/06/26 - 골판지로 만든 캣보울 스크래처 제작 과정. 고양이가 익숙하게 쓰는 캣보울 DIY

캣보울스크래처


사실 애견펜션이 아닌 이상 고양이와의 동행을 허락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알프스동화펜션의 주인 부부는 길고양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분들이라 고양이 동행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펜션 길고양이


주인내외분의 숙소 옆에 길고양이들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터라, 저희도 가져간 캔과 파우치를 좀 나눠주기도 했습니다ㅎㅎ

알프스동화펜션 고양이

지리산 계곡, 물놀이가 가능한 펜션

알프스동화펜션은 위쪽에 1미터 깊이의 자그마한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알프스동화펜션 수영장


수영장은 저희가 방문했던 시기에도 물을 갈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알프스동화펜션 수영장 깊이


하지만 저희는 수영장을 이용하는 대신 펜션 옆으로 펼쳐진 계곡으로 물놀이를 하러 갔습니다.

알프스동화펜션 계곡 수영


계단식으로 된 계곡은 물이 흐르고, 물 가운데 평상과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알프스동화펜션 계곡 물놀이


물놀이를 좋아하는 마눌님과 달리 저는 물에 발을 살짝 담그는 정도인데, 발을 담갔더니 쬐그만 물고기들이 닥터피시를 자처하며 달려들었습니다.

지리산 계곡 닥터피시

손가락 길이의 큰 물고기들은 멀찍이, 사람이 없을 때만 나와 노는데 이 작은 녀석들은 발을 담그기가 무섭게 달려들어 발을 쿡쿡 건드리네요ㅎㅎ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화개장터

휴가 둘째 날, 점심시간 즈음에 화개장터로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더운 날이었지만, 섬진강 줄기의 물이 눈부시게 맑았습니다.

섬진강 화개장터


무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화개장터로 걸어왔는데, 입구부터 꽤 현대적인 분위기로, 흔히 생각하는 장터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화개장터 입구


건물이며 바닥이 깨끗하게 정비된 화개장터는 매우 넓직했고, 저 멀리 화개장터 노래가 들려오더군요.

화개장터 시설


장터를 들르긴했지만, 딱히 사야할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 그냥 천천히 둘러보기만 했는데 그래도 좀 아쉬워 수수부꾸미와 옛날 식혜를 샀습니다.

화개장터 음식 가격500ml 식혜가 3000원 @,.@;;

수수부꾸미는 1개 2000원, 식혜는 500ml 한 병에 3000원이었는데, 가격에 비해 맛과 양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근처 오래되어 보이는 식당에서 제첩국을 먹었는데, 공장에서 나온 레토르트팩을 끓여 내는 것이라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1인분에 1만원,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제첩국물도 슴슴하고 반찬 상태도 썩 좋지 않았는데, 계산하고 나오면서 이 부근 제첩국은 모두 팩을 쓰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다들 팩을 사용하며 그래도 우리 가게는 물을 적게 타서 맛이 진하다고 자랑을 하시네요ㅡㅡ;;


혹시라도 화개장터쪽에서 식사를 하신다면 제첩국은 피할 것을 권하고, 굳이 제첩국이 먹고 싶다면 레토르트 팩을 파는 곳도 많으니 팩을 사서 끓여드실 것을 권합니다.


그래도 화개장터에서 건진 것이라면, 쫀득한 도토리묵입니다.

화개장터 도토리묵자매품 쑥떡도 맛있었음


직접 갈아만든 도토리묵이라는 말에 샘플을 먹어보니 맛이 좋았고 1팩에 7천원이라는 가격이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숙소로 가져와 무쳤더니 감히 인생 도토리묵이라 할 정도로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도토리묵 무침

고양이와 편안히 보낸 2박3일

'원래 아무것도 안하지만 더욱 격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며 게으름을 피우는 저와 달리 마눌님께서는 이곳저곳 돌아다니길 좋아하는데, 그래도 이번 휴가는 화개장터와 쌍계사길만 오가는 정도로 외출이 적었습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서 펜션까지 오가는 길의 나무터널이 워낙 근사했기에 따로 어딜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쌍계사 도로


나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우다다다를 즐기던 고양이는 돌아오는 날 오전에는 아예 배를 깔고 드러누워 집사를 내려다보는군요ㅎㅎ

나무계단 고양이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옹!


출발하기 전, 식사 중인 고양이들에게 캔을 하나 까주고 작별을 고했고

알프스동화펜션 길고양이


이용하던 돔케이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구성진 울음소리를 내어 열린 공간에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더니 돌아오는 내내 안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군요.

고양이 장거리이동답답한 돔케이지말고, 여기 얌전히 있겠다옹


이번에 다녀온 지리산 알프스동화펜션은 깔끔한 시설에 바로 옆 계곡에서 즐길 수 있는 물놀이 환경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단점을 꼽으라면, 건물 구조가 한 건물을 두 개의 숙소로 나눠 형태라 살짝 답답한 느낌이 있고, 옆 집이 복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 데크에서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불편함은 있었습니다.


타인의 시선, 소음과 분리되는 독채 펜션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텐데, 저희는 이런저런 여행지에서 적응이 된터라 크게 아쉽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무엇보다 고양이와 편안하게 쉴 수 있었고, 고양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는 친절한 펜션 주인 부부와 간간히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마눌님께서는 역시 물놀이를 좋아하는 부모님과 함께 오고 싶다는 얘기를 빼놓지 않는군요.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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