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다녀온 2박3일 제주도 여행. 맑고 따뜻하고 바람부는 봄날, 두서없는 제주여행기

제주도 봄 여행 첫날, 흐리고 바람

며칠 전 4월 결혼기념일 여행을 한 달 앞당겨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미 제주도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제주도 특유의 푸른 바다와 하늘은 내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묘한 매력이 있어 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제주도에 도착한 오후 제주도 하늘은 구름이 자욱하게 낀 흐린 날씨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나온 방송에 따르면 저희가 도착하기 몇 시간 전에는 비가 왔다고 하는데, 저희가 도착할 때는 비는 그쳤고 멀리 한라산이 어렴풋이 보일 정도의 날씨는 되어 다행입니다.

 

새해, 해맞이 여행도 제주도로 다녀왔으니 불과 3달만에 제주도를 또 오게 되었는데, 제주도 상공에서 좁은 비행기 창문틈으로 한라산을 찍는 것은 이제 습관이 되었습니다ㅎㅎ

제주도 한라산 비행기사진

제주 공항에 도착해 예약한 렌터카를 인수하고 바로 숙소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2박3일의 일정 중 첫날 머무르기로 한 숙소는 코업제주비치 호텔입니다.

분명 이름은 호텔이고 건물도 큼지막한데, 함덕해변을 향해 다닥다닥 붙어있는 객실 창문이 무척이나 좁아보였습니다.

코업제주비치 호텔

 

실제 객실 구조도 바다를 향해 일자로 좁고 길게 뻗은, 일본식(?) 구조라 좀 당황스러웠는데 바다가 바로 보이는 전경에, 저렴한 숙박비를 생각하면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숙소에서 짐을 풀자마자 마눌님의 손에 이끌려 함덕 서우봉 해변의 산책길로 나왔습니다.

제주 서우봉해변

 

서우봉 둘레길을 올라서니 제주도 특유의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펼쳐집니다.

제주도 서우봉 둘레길

 

바람이 솔찮이 부는 흐린 오후였지만, 서우봉 둘레길 옆으로 보이는 함덕 해변과 길 옆에 피어 있는 유채꽃이 참 편안한 느낌입니다.

제주도 서우봉 둘레길

 

걸음을 잠시 멈추고 걷던 길을 뒤돌아보면, 역시 비슷한 분위기지만 함덕 해변가에 늘어선 건물들과 함께 보이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제주도 서우봉 둘레길

 

서우봉 둘레길 펜스 바깥쪽, 나름 가파른 풀밭에는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흐린 오후, 꽤 쌀쌀한 날씨도 아랑곳없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은 꽤 신기한 풍경입니다.

서우봉 둘레길 말 방목

 

풀을 뜯고 있는 말들에게 주변의 건초를 집어주니 빼앗아 가듯 잘 먹더군요.

서우봉 둘레길 말 방목

김을 내뿜는 큼직한 말머리가 조금 위압적이었지만 용기를 내서 슬쩍 손을 대봤는데, 우려와 달리 순한 말이었습니다ㅎㅎ

 

 

늦은 오후, 짧은 서우봉 둘레길 산책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고, 식당으로 내려왔습니다.

코업제주비치 호텔은 투숙객에게 생맥주를 무제한 제공하는 행사를 3월말까지 진행하고 있었고, 객실구조가 길쭉한 일자형임에도 예약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코업 제주비치호텔 생맥주

생맥주는 무제한 공짜인 대신, 외부 안주는 반입금지입니다.

 

식당에 들어올 때 객실 키를 보여주면 생맥주잔을 인원수대로 주니 깡맥주(?)만 먹어도 되고, 실제 생맥주 한 두잔만 마시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희는 통문어 튀김과 돔베고기 세트를 시켰습니다.

코업 제주비치호텔 생맥주 안주

32000원짜리 안주라기에는 크기가 좀 애매하지만, 무제한 생맥주를 먹기에 잘 어울리는 튀김요리였습니다.

 

식당 한 켠에서는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틀어주고 있어 생맥주를 들이키며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코업 제주비치호텔 생맥주

여행지에서 운전은 제 몫이다보니 여행지에서 맛집을 찾아도 맥주 한 잔 입에 대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 겨울 부모님과 함께 제주를 찾았을 때는 흑돼지 전문점에서 삼겹살에 물과 사이다만 들이켰고 덕분에 흑돼지=느끼함 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기기도 했는데, 이렇게 호텔 식당에서 운전 걱정없이 맥주를 즐기니 참 좋았습니다ㅎㅎ

맑고 푸른 하늘과 세찬 바람이 불던 둘째날

제주에서의 둘째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높고 구름 한점 없는 맑았지만 바람이 꽤 불어대던 날이었습니다.

전 날 신나게 마신 생맥주 때문에 머리가 좀 띵했지만, 맑은 날 산책을 나가자는 마눌님의 손에 이끌려 호텔 앞 함덕 해변을 걸었습니다.

제주 함덕해변

 

먹는둥 마는둥 아침을 먹고, 호텔에서 짐을 챙겨 다음 목적지로 향하던 중 김녕해수욕장에 잠시 내렸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평일 아침이지만 관광객들의 랜터가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백사장 군데군데 앉아 있는 갈매기들이었습니다.

제주 김녕해수욕장

 

그런데 백사장 가까이 가보니 갈매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모래주머니더군요ㅎㅎ

세찬 바람에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을 덮고 모래주머니를 얹어 놓은 것이었는데요, 유독 세찬 바람 덕에 비닐이 크게 거슬리진 않았습니다ㅎㅎ

제주 김녕해수욕장

 

날씨가 많이 풀렸다지만 차가운 바닷바람을 피해 금새 다음 목적지인 김녕미로공원으로 달렸습니다.

제주 김녕미로공원

 

김녕미로공원은 나무로 만들어진 미로를 통과해 출구를 찾아가는 곳인데 금새 통과하겠지 싶었던 미로를 통과하는데 20분 쯤 걸렸던, 뜻밖에 재미난 경험을 했던 곳입니다.

제주 김녕미로공원

 

평소같으면 흔히 지나쳤겠지만, 여행지에서 보는 풀과 꽃들은 느낌이 또 새롭습니다.

제주 김녕미로공원

 

김녕미로공원에서 미로산책을 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고, 세화국수동네에서 뜨끈한 고기국수로 든든하게 속을 채웠습니다.

2017/03/15 - 제주도 세화국수동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3달 만의 제주도 여행에서 맛본 음식

세화국수동네 고기국수

 

밥을 먹었으니 커피 한 잔 해야겠죠.

여행 전날 우연히 받은 커피 기프티콘을 쓰러 성산일출봉을 향해 가는 길, 맑은 하늘과 속이 들여다보이는 바닷물,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이 말 그대로 한 장의 그림이었습니다.

제주 성산일출봉

 

역시 성산일출봉에는 맑은 날씨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015년, 2016년 마지막 날 밤에 발 디딜 틈 없이 바글바글하던 성산일출봉 풍경과는 다른, 한껏 여유있는 성산일출봉을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주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의 커피숍에서 여유있게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어느새 오후가 되었고, 숙소인 중문단지의 호텔로 가기 전, 쇠소깍에 잠시 들렀습니다.

역시 속이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색깔이 참 인상적이었고

제주 쇠소깍

 

쇠소깍의 회색 모래 위에는 관광객들이 쌓아놓은 돌탑들이 즐비했습니다.

넙대대한 돌을 대충 쌓아올린 돌탑들도 있었지만, 쓰러지지 않게 쌓은게 신기하다 싶을 정도의 돌탑들도 종종 보이더군요.

제주 쇠소깍

 

지난 겨울 제주도 여행 때 들렀던 봉봉감귤체험농장에 들러 한라봉 한 상자를 사왔습니다.

제주 봉봉감귤체험농장

 

오후 3시를 훌쩍 넘겨 둘째날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강행군(?)에 침대를 보자마자 양말만 벗고 풀쩍 드러누웠습니다.

하얏트 리젠시 제주 객실

저는 편히 쉬는게 여행이라 생각하는데, 마눌님은 평소보다 더 부지런한 스케줄을 짜는 분이다보니 오후쯤 되면 부쩍 피곤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씻는 것도 귀찮고 생각 같아서는 한시간 쯤 푹 쉬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지만, 오래 널부러져 있으면 마눌님의 심기가 불편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호텔 정원으로 또 산책(ㅠㅠ)을 나왔습니다.

하얏트 리젠시 제주 정원

 

침대에 누워 있을 때는 더 이상의 일정은 그만하고 쉬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오후의 짙은 햇볕을 받고 있는 유채꽃을 보니 여기까지 와서 안돌아 다니면 또 언제 그러나 싶기도 합니다ㅎㅎ

제주 유채꽃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해물탕으로 저녁을 먹자는 마눌님의 꼬임에 빠져 바다정원이라는 식당에 들렀습니다.

여러 개의 전복이며 낙지가 얹혀 나온 비주얼에 와~ 하는 탄성을 질렀지만, 들어 있던 새우나 게는 썩 싱싱하질 않았고 짜기만한 국물맛은 실망스럽더군요.

제주 바다정원 해물탕전복 비주얼에 깜빡 속았던 해물탕

 

다른 지역 해물탕에 비해 비싸기만하고 맛은 정말(!) 없었지만, 그래도 노을이 떨어지는 중문해변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근사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습니다ㅎㅎ

중문해변 노을

언제나 아쉬운, 여행 마지막 날

출발하기 전에는 2박3일의 여행 일정이 꽤 넉넉해 보이지만,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버리는게 함정입니다.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고, 마눌님과 함께 또 호텔 정원 산책을 나왔습니다.

하얏트 리젠시 제주 정원

 

그리고 아침은 근처 식당에서 성게 미역국으로 먹었습니다.

성게미역국 제주 맛있는밥상

 

완전히 선택을 잘못했던 어제 저녁 해물탕과 달리, 마지막 날 아침의 성게 미역국은 슴슴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국물이 일품이었고, 성게알도 제법 푸짐하게 들어있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아침 속풀이를 했습니다.

 

성게 미역국으로 뜨끈하게 속풀이를 한 뒤, 호텔로 돌아오다가 문득 보이는 표지판을 따라 핸들을 꺾어 도착한 곳은 논짓물 해변입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돌을 쌓아 만들어 놓은 천연 풀장은 여름 물놀이 시즌에 오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제주 논짓물

 

오후 2시 비행기 시간에 맞춰 다시 제주공항으로 출발, 렌터카를 반납하고 2박3일의 짧은 제주도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제주 스타렌터카

이번 제주 여행은 딱히 어디를 다녀왔다고 할 것 없이 짧게 두루 구경하며 돌아다녔는데, 맑은 하늘과 바다, 그리고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실컷 받으며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을 실컷 구경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물놀이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닷물을 눈으로만 구경해야 했던 것은 못내 아쉽더군요.

 

평일에 여행 온 덕분인지, 중국 관광객들이 입항을 거부한 덕분인지, 아니면 마눌님이 짠 여행 코스 덕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 결혼기념 제주 여행은 돌아다니는 곳마다 따뜻한 봄기운을 잔뜩 받을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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