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숙소가 불편했던, 충주봉황자연휴양림
준비가 되지 않은 겨울 캠핑 대신, 충주봉황자연휴양림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역시 여행일정이나 예약 등 대부분의 준비는 마눌님 몫이었는데요, 평소 캠핑장과 자연휴양림 예약에 있어 기막힌 촉(!)을 발휘하는 마눌님이었지만 이번 충주봉황자연휴양림은 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일단 자연휴양림 안의 숙소가 지은지 좀 오래된 탓에 그간 이용했던 자연휴양림에 비해 시설이 좀 불편했습니다.
전기온돌이 깔린 바닥은 밟으면 움찔움찔, 방송 신호가 제대로 안잡혀 흐리멍텅한 LED TV, 잠을 방해할 정도의 오래된 냉장고 작동소음, 불편한 싱크대 등등 대충 꼽아본게 이 정도 인데요, 아무래도 깨끗하고 쾌적한 자연휴양림 숙소에 익숙하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듯 합니다.
봉황산자연휴양림 숲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풍경이 참 근사할 듯 싶은데, 아무래도 잎이 모두 떨어진 초겨울이라 그런지 조금 을씨년스럽습니다.
뭐, 저희 캠핑이나 여행은 늘 그렇듯 평일 여행이다보니 더욱 그런 느낌입니다ㅎㅎ
캠핑이나 여행 준비는 완벽할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마눌님께서 이번에 준비한 여행 소품은 크리스마스 전구입니다.
겨울이 되면 TV을 차지하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들만 떼어와 걸어둔 것인데요, 벌써 5년째 사용하는 크리스마스 전구인데 밖에다 설치해 놓으니 분위기가 근사합니다.
뭐 크리스마스 전구를 설치할 때는 집안에 있는 모든 걸 챙겨올 셈이냐고 투덜댔던게 함정이라면 함정입니다.
꽤 쌀쌀해진 날씨였지만 오랫만에 나왔으니 밥은 야외에서 먹어야 한다는 마눌님의 주장에 따라 저녁은 소고기와 새우 구이, 된장과 밥, 그리고 맥주로 조촐한(?) 야외식사를 즐겼습니다.
충주관광지도에서 우연히 찾은, 충주커피박물관
그렇게 봉황산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보내고 주변에 둘러볼만한 곳이 있을지, 관리사무소에 물어봤는데 아무래도 겨울로 접어든 시기라 그런지 딱히 여기라고 할만한 장소는 추천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관리사무소에 비치되어 있던 충주 관광 안내도를 들여다보다가 '충주커피박물관'이라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커피박물관하면 몇 년전 다녀온 강릉의 커피커퍼 박물관이 퍼뜩 떠올랐고 충주에 커피박물관이 있었나? 싶었는데 개장한지 얼마 안된 자그마한 커피박물관이라는군요.
커피에 대한 관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두 사람이라 봉황자연휴양림에서 20km 남짓 떨어진 충주커피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 충주커피박물관을 검색해 본 마눌님은 커피커퍼 박물관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곳 같다고 합니다.
2012/06/12 - 산 속의 커피 박물관, 커피커퍼 방문기
그렇게 도착한 충주커피박물관은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충주커피박물관은 듣던대로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건물들이 꽤 오밀조밀하게 지어져 있었습니다.
충주커피박물관의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아메리카노 1잔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하네요.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라는데 다행히 저희는 화요일에 찾게 되었습니다ㅎㅎ
입구의 안내도에 적힌대로 충주커피박물관의 입장권을 구입하러 까페로 들어갔습니다.
까페안은 부드러운 조명에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느낌 좋은 조용한 까페입니다.
여기서 입장권을 구입했고, 아메리카노는 커피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마시기로 합니다.
온실속의 커피나무들
그렇게 까페를 나서서 계단을 올라가니 비닐하우스와 겹쳐진 건물이 나타났고, 비닐하우스 문을 열자 커피나무들이 잔뜩 자리잡고 있습니다.
집에서 커피나무를 기르고 있고, 요즘은 월동을 위해 거실로 들여 놓아 커피나무에 더부살이 하는 상황이지만, 밖에서 보는 커피나무는 또 새로운 느낌입니다.
넓은 비닐하우스가 부러운...;;
충주커피박물관에 있는 커피나무는 3~8년생 커피나무들로 잎이 나름 무성했지만, 전반적인 영양 상태는 저희 집 커피나무가 더 좋아보이더군요ㅎㅎ
1년생 미만의 어린 커피나무 화분들은 만원에, 그보다 더 큰 화분은 3만원부터 판매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린 커피나무들을 보니 몇 년전 커피나무를 싹 틔우고 새 잎이 한창 올라올 때가 생각납니다.
요건 더 작은, 그야말로 꼬꼬마 커피나무들입니다.
이 곳의 큼직한 커피나무은 3년 이상부터 8년 된 커피나무까지 다양했고 8년된 커피나무는 꽤 굵직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나이에 비해 커피나무의 키나 가지의 뻗는 정도가 덜하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덩치에 비해 작은 화분 크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커피커퍼 박물관에서 커피나무들을 봤을 때는 커피나무를 기르기전이라 마냥 신기하기만 했는데, 거실에서 거대 커피나무를 기르고 있는 입장이다보니 어느새 비닐하우스의 커피나무 상태를 보고 품평을 하게 되네요ㅎㅎ
1900년대의 커피 기구들
그렇게 비닐하우스에서 커피나무들을 구경했고, 이어진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니 박물관 중앙에 버티고 있는 초대형 그라인더가 눈길을 끕니다.
이 곳에 전시된 커피 기구들은 대개 1800년대 후반, 1900년대 초중반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요, 저는 번쩍번쩍 빛나는 황동제 커피 기구들에 자꾸 눈길이 가더군요.
전시관 한 켠에는 오래된 커피 광고지들이 있었고
또 다른 쪽에는 예전 깡통 커피와 '동서식품' 이라는 로고가 찍힌 보온병 등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끔 본가에 가서 핸드드립 커피를 아버지께 드리면, 커피는 70년대 미군PX에서 나왔던 깡통에 담긴 가루커피가 진짜 맛있었다는 얘기를 듣곤 하는데, 이 깡통 커피들은 아무래도 70년대 커피보다는 연식이 더 되어 보이는군요ㅎㅎ
옛날 그라인더들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와 있었는데요, 저는 도자기 그라인더에 눈길이 갔습니다.
커피박물관 건물을 나와 아래쪽에 있는 커피실습장 문을 살짝 열어봤습니다.
단체 관람객을 대상으로 로스팅과 핸드드립 등의 실습을 하는 장소였는데, 평일이지만 문을 잠가놓지는 않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 기구들이 보였고
로스팅 실습용으로는 통돌이 로스터를 이용하는 듯 싶었는데요, 역시 직접 만든 전동식 통돌이 로스터를 몇 년째 쓰고 있다보니 다시통으로 만든 통돌이 로스터가 정말 반가웠습니다.
2013/03/01 - 자작 커피로스터, 킴스로스터 3호! 가내 수공업 제작기
'충주커피박물관'이라고 검색하면 '충주커피박물관캠핑장'이 연관 검색어로 뜨더군요.
커피와 캠핑을 모두 즐기는 저희는 캠핑장이라는 말에 기대가 컸는데, 글램핑장과 캠핑카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텐트가 촘촘히 모여있는 형태의 글램핑장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터라 굳이 캠핑장을 이용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슬쩍 물어보니 주말에는 이용객들이 꽤 많은 듯 보였습니다.
작은 규모, 촘촘한 볼거리
약 20분 정도 충주커피박물관의 전시물과 커피나무들 구경한 뒤 까페로 돌아와 아메리카노를 받고 여유를 즐겼습니다.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서 만들어주는 아메리카노의 맛도 꽤 좋은 편이었습니다.
바로 갈아낸 생두로 만든 아메리카노
충주커피박물관의 전반적인 규모는 강릉 커피커퍼박물관에 비해 작았으며 볼거리도 적은 편이었지만, 편안한 분위기의 까페는 참 좋았습니다.
저는 좁은 부지에 너무 많은 시설이 들어서 있어 살짝 답답한 느낌도 있었지만 마눌님께서는 아기자기하게 짜여진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요.
2015년12월1일, 충주커피박물관
충주커피박물관을 목적지로 잡고 온다면 아쉬울 수 있을텐데,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색다른 구경을 한다는 기분으로 들러본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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