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의 비매너, 비양심! 아이들이 배울까 무섭다

캠핑장에서 나만 편하면 그만?

단독 캠핑을 나간지 비록 세 달밖에 되지 않은 초보 캠퍼지만 세 달동안 열번이 넘는 캠핑을 다녔으니 나름 열혈 캠퍼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캠핑의 매력이라면 아무래도 깨끗한 자연을 벗삼아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겠죠.

 

이번에 다녀온 독립기념관 캠핑장(서곡야영장)은 넓게 펼쳐진 잔디밭외에도 소나무 숲속에 마련된 데크가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비록 데크의 수가 몇개 되지 않아 주말에는 차지하기 어렵지만 평일 캠핑을 다니는 저희는 데크마저도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잡는 호사를 누렸네요.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그런데, 고작 십여차례 캠핑을 다녔지만 비양심, 비매너를 종종 봤습니다.

 

종류도 여러가지 인데요, 고성 방가부터 남의 시선 아랑곳 않는 애로 커플, 다른 텐트까지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의 우다다를 마냥 아빠 미소로 바라보기만 하는 부모 등등, 하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캠핑 후 뒷처리에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용했던 자리에 담배꽁초, 술병, 모닥불을 피우고 나온 재를 방치하고 떠나는 경우, 설겆이를 하는 개수대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가버리는 등의 경우죠. 

 

이번에 자리잡은 데크 주변의 소나무에는 저마다 하나둘씩 끈이 묶여 있었습니다. 타프나 텐트를 줄로 연결하는데 사용한 듯 합니다.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참 다양한 종류의 끈이 나무마다 묶여 있습니다.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나무마다 한 두줄씩, 높이도 제각각 참 꼼꼼하게 묶어놨습니다.

끈의 재질이나 상태, 매듭 방법 등을 미루어볼 때 한 팀의 소행이라기 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캠핑 팀이 만든 작품으로 짐작됩니다.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빨랫줄로 쓰이는 줄부터 시작해서 빨간 리본, 비닐 봉지로 만든 끈 까지, 참 다양한 종류의 끈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오른쪽 두 나무에 걸쳐 있는 줄은 높이가 낮아, 어두운 밤에 지나가다가 턱!하니 목이 걸릴 수도 있겠더군요.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사실 저도 캠핑을 다니면서 타프를 좀 더 넓게 쓸 용도로 주변의 나무에 타프 줄을 걸때가 있습니다(빨간색 화살표).

하지만 최대한 조심해서 치고 철수할 때는 당연히 나무에 걸었던 줄을 모두 회수하는데, 그게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가 봅니다.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안되겠다 싶어 소나무에 묶어 놓은 줄을 자르기로 했습니다.

적당한 도구가 눈에 안띄어 조리 도구로 쓰는 가위를 이용했는데요, 빨래줄 용도로 쓰이는 플라스틱 끈은 참 질기기도 합니다. 생각처럼 잘 안잘리네요.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주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무 몇 군데를 돌아다며 모은 끈과 소주병, 타다 남은 나뭇가지, 부러진 팩입니다.

대략 십분 남짓한 시간동안 모은게 이정도입니다.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아프냐? 미안하다...나도 아프다ㅠㅠ

나무에 묶인 줄을 자르고 다니던 중 이런 광경까지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나무 둥치에 끈을 묶는 걸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소나무에다 직접 못질을 하고 거기에 노끈을 묶어 놓았습니다.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튀어나온 부분만 6~7cm쯤 되보이는 콘크리트 대못은 박힌지 몇 달은 지난 듯, 녹이 슬어 있었고 못 박힌 자리에서는 송진이 잔뜩 흘러나와 허옇게 굳어 있습니다.

흡사 소나무가 피를 흘리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머리속에 뭐가 차 있으면 이깟 줄 하나 걸자고 나무에 대못질을 할 수 있는지, 누군지 모를 그 사람을 향한 욕이 저절로 터져 나오더군요.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누군지 모르지만, 다음 세상엔 꼭 소나무로 태어나길!

 

박혀 있는 못을 뽑아야겠다 싶어 팩박는 망치(가정용 망치입니다)를 가져가 못을 뽑아보려 했지만 어찌나 깊숙히, 단단하게 박혀있던지 못은 옴싹달싹 하지 않다가 오히려 망치 자루만 부러뜨리고 말았습니다.

망치 외에 못을 뽑을 만한 공구가 없던터라, 결국 저 소나무에 박힌 못은 그냥 두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었으면

저와 집사람이 유별나게 바른 생활의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냥 상식에 맞는 행동을 하자고 생각할 뿐입니다.

캠핑이란 레저 활동이 좀 더 자연 가까이서 여가를 보내려는 것인 만큼, 본인들이 만든 쓰레기는 본인들이 직접 치우고 가져가는게 왜 상식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캠핑장은 가족단위,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오는 장소죠.

아이들에게 자연, 자연 보호를 가르치기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맥주캔, 소주병을 아무데나 버리고, 나무에 걸었던 줄을 그냥 방치하고, 타프 줄을 건다고 나무에 못질을 하는 (일부)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이 캠핑와서 뭘 배울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독립기념관 캠핑장 서곡 야영장 소나무 숲 자연 보호부러진 망치는 깎고 다듬어 고치는데, 비양심 비매너는 어떻게?

덧) 부러진 망치 자루는 집에 돌아와 30여분간의 작업을 통해 복원을 완료했습니다.

가정용 망치를 팩망치로 써왔는데, 부러진 걸 핑계로 캠핑 전용 동헤드 망치라도 하나 질러볼까 싶었지만, 방망이 깎던 노인의 심정으로 복원시켜 놓으니 길이는 짧아졌지만 오히려 손에 더 감기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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