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방전된 아반떼XD의 배터리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에 걸쳐 천안 독립기념관 캠핑장(서곡 야영장)을 다녀왔습니다.
넓게 펼쳐진 초원이 근사한 캠핑장이었는데, 독립기념관 캠핑장 단점이라면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작 LED 랜턴, 전기 릴선을 비롯한 전기 관련 도구들을 모두 빼놓고 가니 짐이 가벼워졌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자작 캠핑 스피커 역시 외부 전원이 필요한 제품이라 음악을 들을 수 없었기에, 자동차 양쪽 문을 열어놓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경치 좋은 독립기념관 캠핑장
스마트폰을 카오디오에 연결한 후 라디오 앱을 띄우고 음악을 듣기도 했고, 저장된 MP3를 듣기도 했는데요, 역시 자동차 스피커의 출력이 빵빵해서 그런지 음악 소리가 꽤 근사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여러 사람이 있는 캠핑장에서 자동차 문을 열어놓고 음악 감상이라니, 캠핑장을 전세라도 낸 것이냐? 생각할 수 있을텐데,
네, 전세 낸것 맞습니다!
평일 캠핑을 즐기다 보니 도착한 목요일 오후에는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독립기념관 캠핑장에 딱 저희 두 사람 뿐이었으니까요.ㅎㅎ
다음 날인 금요일 열두시를 넘기자 캠핑 차량들이 한대 두대 들어오기 시작했고 방해가 될까 싶어 카오디오로 듣던 음악을 껐습니다.
헉...자동차 배터리 방전 ㅠㅠ
햇살 좋고 경치 좋은 독립기념관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다보니 금요일 저녁 7시...여름이라 해가 늦게 지는 덕분에 그 즈음에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시동이 안걸립니다.
스타트 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나는데, 시동이 안걸리는군요. 방전됐구나...싶은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비용적인 손해가 따르기 마련
어제부터 시동끄고 음악을 튼게 몇 시간이지?
그제야 생각해보니 밤 시간과 아침 시간을 합쳐 대략 5~6시간은 틀었던 것 같습니다. 왜 배터리 생각을 안했을까 ㅠㅠ
이 배터리 못써요. 새 배터리 교체 비용은...
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됐다고는 하지만 스타트 모터가 안 돌아갈 정도로 완전 방전은 아니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자동차 보험 긴급 출동을 불러 배터리 점프를 요청했습니다.
출동을 요청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경광등을 단 승용차 한 대가 캠핑장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마친 긴급출동 기사분은 배터리와 점프 케이블 대신 테스터를 들고 오는군요.
당시 사진은 찍어두지 않았지만, 대략 이런 상황!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어 보험사의 긴급 출동을 요청하면, 보통은 이렇게 생긴 점퍼 케이블을 가지고 와서 긴급 출동 차량과 직접 연결하거나 아예 별도의 배터리를 들고 와서 점퍼 케이블을 연결하고 시동을 걸어보라는 얘기를 하는게 일반적인데, 이 분은 다르네요.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어 점퍼선을 연결할 때는 배터리의 +극은 +극 끼리, -극은 -극끼리 연결하고 방전된 차량의 시동을 걸면 된다. 하지만 막상 필요할 땐 점퍼선이 없다는게 함정!
'요즘은 테스터로 방전된 배터리의 전압을 먼저 측정해주나?' 속으로 의아했지만 뭐 좀 더 꼼꼼한 긴급출동 기사님인가보다...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긴급 출동 기사님은 제 아반떼 XD의 배터리에 테스터를 찍은 채 가타부타 말은 않고 2~3초의 짧은 시간동안 제 얼굴을 쳐다보기만 합니다.
'뭐 어쩌란 거지? 테스터를 봐달란 건가?' 싶은 생각으로 테스터를 보니 제 배터리 전압은 8.5볼트로 찍혀 있네요. 헉!
2011년 2월에 바꿨으니 2년반 남짓한 시간동안 운행거리 4만3천km, 꽤 열심히 달려 왔고 올 겨울 즈음엔 새 배터리로 바꿔야겠다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시동을 끈 채 카오디오를 틀었던게 사단을 일으켰네요ㅠㅠ
교체한 지 2년반, 주행거리 4만3천 km
언젠가 자동차 배터리가 한번 방전될 때마다 수명이 20% 정도 줄고, 특히 전압을 10볼트 이하로 떨어뜨릴 경우 배터리 수명이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얘길 본 적이 있는데, 이번 카오디오 사건(?)으로 인해 교체 시기가 더 빨라지게 생습니다. 쩝...
집에 돌아가 새 배터리를 알아봐야겠단 생각과 함께 어쨌거나 어서 시동을 걸고 집에 가야겠다...생각하고 있는데, 긴급 출동 기사님은 여전히 제 얼굴만 쳐다볼 뿐 점프선을 가져올 기미가 없습니다.
몇 초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 분이 왜 날 쳐다보기만 할까? 싶었고 침묵을 깨기 위해
'아...전압이 많이 낮네요' 말을 건네자
'배터리 바꿔야 합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네?? 지금요?'라고 말하자
'네, 지금 바꿔야합니다, 가격은 현금으로 11만원, 카드로 하면 부가세가 추가됩니다'라고 합니다.
(뭐야...누가 지금 당장 교체한다고 했나? 바꾸는 건 제가 알아서 할테니) 일단 점퍼만 시켜주세요. 배터리 교체는 집에 돌아가 고려해 보겠습니다.
라고 하자,
'점퍼를 시켜드릴 수는 있지만 지금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상태고,
이 상태에서 점퍼를 하다가 자칫 '제네레다'가 고장날 수 있는데요, 그래도 하시겠어요?'
라고 물어봅니다.
제네레이터와 알터네이터
미처 생각치 못했던 배터리 방전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머리가 '점퍼를 해달라면 해줄 순 있는데, 점퍼를 하다가 제네레다가 고장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갑자기 맑아졌습니다.
이 분이 배터리 대신 테스터를 먼저 들고 온 것, 테스터를 배터리에 찍고선 아무말 않고 몇 초간 사람을 빤히 쳐다만 보고 있었던 것, 묻지도 않은 배터리 교체 가격을 얘기한 것...이 분은 현장에서 배터리를 팔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방전된 배터리 점프시키다가 자동차의 발전기가 망가진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출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알터네이터'가 고장나면 제가 책임질테니까, 그냥 점프 시켜주세요. 배터리는 나중에 교체하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발전기의 정확한 명칭은 '알터네이터'
굳이 긴급 출동 기사님이 언급한 '제네레다(제네레이터:직류발전기, 발전기를 총칭하는 말)' 대신 '알터네이터(교류발전기:자동차에 쓰이는 발전기의 정확한 명칭)'라는 단어를 쓴 것은 '저도 차에 대해 쬐금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여기서 배터리 교체하란 말씀은 말아주세요'라는 뜻이었습니다.
'알터네이터'라 얘기하는 저를 힐끔 쳐다보곤 점프선을 가져와 제 차에 연결했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자동차 배터리 상식!!
배터리를 점프해서 시동은 걸었고, 고속도로를 대략 1시간 달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어쨌든 배터리 전압이 8.5볼트까지 떨어졌던 상태라 여차하면 배터리를 바꿀 생각으로 며칠 뒤 배터리 전압을 측정해보니 시동을 끈 상태에서 11.97 볼트가 나오는 군요.
시동을 걸자 13.84 볼트가 나옵니다.
썩 좋다할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려할만한 정도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원래 예정대로 올해까진 이 배터리를 사용하고 겨울쯤 배터리 교체를 고려해봐도 될 듯 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배터리 전압으로 확인하는 배터리 상태입니다.
원래 배터리 체커 등으로 전류량을 측정해야하지만, 일반 테스터로 전압만 측정해봐도 대략적인 수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배터리를 좋은 상태로 오래 쓰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되도록 자동차의 전기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 특히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한 경우, 반드시 상시전원 장치를 연결해야 합니다.
요즘은 블랙박스 때문에 4계절 내내 배터리 방전건으로 긴급 출동이 잦다는군요(예전에 서비스받은 긴급출동 기사분에게서 들은 얘기입니다). - 겨울철, 지상 주차장 보다는 되도록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다. -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 주행 중 자동차의 전기 장치를 많이 사용할 수록,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알터네이터가 더 많이 돌아야하고, 결과적으로 연비가 떨어집니다. 필요한 전기 장치만 사용합니다.
- 가끔 배터리 상태를 확인합니다. 테스터로 가끔 전압을 재보거나, 테스터가 없다면 배터리에 달려 있는 상태창을 보고 확인합니다. 배터리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개 녹색이면 정상, 흰색은 충전 부족, 적색은 배터리액이 부족, 또는 교체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녹색, 흰색, 적색...빛을 비춰봐야 한다
자동차 배터리 교체, 긴급 출동 서비스보다는 배터리 전문점을 이용하세요
이번에 만난 긴급 출동 서비스 기사분은 소위 말하는 '눈탱이'를 씌우려고 했다기엔 살짝 애매합니다.
당시 그 분의 행동이나 분위기로 봐서는 분명 한 건 하려고 한듯 싶은데, 제시한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현금 11만원을 받고 어떤 배터리를 끼워주느냐가 문제겠죠. 제가 사용 중인 보쉬 메가칼슘 배터리 80AH급은 분명 아닐테고, 50, 60AH급이었을 듯 싶은데 어쨌든 배터리를 교체해야할 상황이라도 긴급 출동 현장에서는 배터리 점프를 하여 시동만 걸고 교체는 배터리 전문점을 이용하는게 여러모로 나은 선택입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비용적인 손해가 따르기 마련
배터리 방전으로 긴급 서비스를 받은 며칠 뒤, 자동차 보험사에서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배터리 교체 이벤트라는데, 긴급 출동 서비스 직원분이 부른 가격보다는 훨씬 저렴한 편이군요.
어쨌든 그 긴급 출동 서비스 직원분의 행동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간단한 정비와 DIY를 하는 저도 순간적으로 '헉'할 정도였으니,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없는 운전자라면 꼼짝없이 현장에서 배터리를 교체했을 것 같아 두고두고 입맛이 개운하지 않더군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자동차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배터리 점프를 하면 제네레이터가 고장날 수 있으니 배터리를 교체하란'는 식의 겁주는 얘기로, 현장에서 배터리를 팔기 위해 꼼수를 부리지 말았으면 한다는 얘기를 전하고 일을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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