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다 된 마이크로소프트 무선 마우스
최근 노트북에서 사용중이던 마이크로소프트 무선마우스 6000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습니다.
몇 달 전부터 버튼 눌리는 느낌이 꽤 뻑뻑해졌다 싶었는데, 최근에는 마우스 휠에 코팅되어 있던 고무가 찐득하게 녹으면서 조각조각 뜯기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실내에서 사용중인 로지텍 MX-518 유선 마우스에 비해 감도는 떨어지지만 큼직한 크기에 적당한 무게감, 손바닥 전체를 얹을 수 있는 편한 마우스라 오랫동안 부담없이 사용했는데,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마우스 바닥에 있는 라벨의 제조일자가 2010년이니 무던히 썼다 싶네요.
마음을 비우고 구입한 저가형 버티컬 마우스
요즘 해외직구에 한창 재미를 붙인(?) 터라 뭔가 필요한 제품이 있다 싶으면 알리익스프레스나 기어베스트 같은 해외 쇼핑몰을 검색해보곤 합니다.
기어베스트에서 마우스들을 검색해보니, 이름없는 저렴한 마우스들이 몇 가지 눈에 띄더군요.
특히 그 중에서 수직에 가까운 형태로 잡는 버티컬 마우스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2007~2008년 경 마우스를 수직으로 세워 잡는 형태의 버티컬 마우스들을 잠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살짝 관심이 가긴 했지만 실제 써 본 적은 없었고 시간이 지나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요즘 국내에서 판매중인 버티컬 마우스들의 가격대가 어떤가 살펴보니 대략 2~4만원 사이였는데, 제품의 품질은 그만한 가격대가 아닌듯 보였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가 구입했던 마우스들이 대개 5만원 남짓한 가격이고 그 가격의 마우스면 꽤 고급 제품이었는데 현재 국내의 2~4만원 대 버티컬 마우스들은 전반적으로 싸구려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품을 본 것은 아니라 싸구려라 단정짓긴 어렵지만 전체 상품설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나 할까요.
확신이 들지 않는 2~4만원 대의 버티컬 마우스를 구입하느니, 품질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어두고 기어베스트에서 E40이란 이름의 10달러짜리 버티컬 마우스를 한 번 써보자 싶었습니다.
버티컬 마우스란게 어떤건지 수업료라 생각했고, 다른 물품을 구입하면서 받은 포인트를 적용해 대략 5달러 남짓한 가격에 구입했습니다.
E40 버티컬 마우스는 아무 인쇄도 없는 종이박스에 담겨 주문한지 3주만에 도착했으며 구성품은 사진과 같이 마우스와 USB 리시버, 충전 케이블이 전부입니다.
일단 옆으로 45도 쯤 기울어진 모양의 버티컬 마우스 모양이 참 특이하고 10달러짜리 무선 버티컬 마우스인데도, 첫 인상은 꽤 깔끔합니다.
일반 마우스에서 '상판'이라 할 수 있는 버튼부와 그립부는 우레탄 코팅이 되어 있으며
옆으로 뉘여 놓은 것 아님
옆으로 돌리면 보이는 엄지손가락 거치 부위는 맨질맨질한 플라스틱 재질이며, 손가락이 닿지 않는 부분은 유광 플라스틱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엄지손가락 하단에는 페이지 앞/뒤 버튼이 있는 5버튼 마우스(좌+우+앞+뒤+휠버튼) 입니다.
버튼 감촉은 약간 둔탁하지만 그런대로 쓸만합니다.
와우펜 조이 마우스가 2008년에 출시된 제품이고 무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까지 수상한 제품이라니 아무래도 E40 마우스가 카피판인 것으로 보이는데, 내부 부품은 어떨지 모르지만 겉모양만은 그야말로 판박이입니다.
헤어진 형제를 보는 듯
E40 무선 버티컬 마우스 하단 중앙에는 광센서가, 라벨 한쪽에는 전원 버튼이 달려 있습니다.
바닥에서 마우스를 매끄럽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스케이터는 마우스 상단과 하단 양쪽에 붙어 있습니다.
작동시 붉은 빛이 들어오는 센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으며 USB 포트에서 충전하는 방식이며, 무선 리시버는 작습니다.
일반적인 무선 마우스들이 리시버를 본체에 끼워둘 수 있는 형태인 반면 E40 버티컬 마우스는 그런 배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니 리시버를 잃어버리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충전지 대신 건전지를 사용하는 무선마우스를 선호합니다.
수명이 다하면 간단히 바꿀 수 있는 건전지에 비해 리튬이온 충전지는 편하지만 1~2년 정도 사용하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게 되며 현실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교체하여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10달러짜리 싸구려 마우스에 들어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라면 그 수명을 더욱 가늠할 수 없는터라 건전지 사용 제품이면 좋겠다 싶었지만, 중국산 무선마우스들은 하나같이 리튬이온 충전지더군요.
어쨌든 버티컬 마우스가 어떤지, 시험삼아 구입하는 제품이니 만큼 리튬이온 배터리도 상관없겠다 싶어 구입했는데, 한 번 충전 후 3주 남짓 사용해도 문제없을 정도, 배터리 스태미너는 괜찮은 듯 싶습니다.
아, 이 녀석은 잠시 사용하지 않고 놔두면 절전 모드로 들어가 버리는데, 절전 모드로 들어간 마우스를 깨우는 일반적인 동작인 마우스를 좌우로 흔드는 동작에는 반응이 늦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처음에는 마우스가 불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편했는데, 절전 모드로 들어간 상태에서 버튼을 클릭하니 즉시 깨어나는 것을 확인한 뒤로는 훨씬 편하게 사용중입니다.
E40 버티컬 마우스 사용 3주, 의외의 편안함
버티컬 마우스는 일반 마우스와 생긴 모양이 다르며 잡는 형태도 다릅니다.
일반 마우스가 손바닥이 마우스 패드쪽을 향하게 되는 반면 버티컬 마우스는 제품에 따라 손을 옆으로 세우거나 45도 가량 비스듬하게 세운 상태로 마우스를 잡게 됩니다.
수직, 혹은 비스듬한 손 모양은 버티컬 마우스의 모양에 따라 달라지는데 E40 버티컬 마우스는 45도 비스듬하게 잡게 됩니다.
E40 버티컬 마우스는 길이 10cm, 너비 7cm, 높이 8cm 남짓 됩니다.
이 정도 크기의 마우스는 일반적으로 조금 큰 편에 속하지만 저는 손바닥 전체가 올려질 정도로 큰 마우스를 선호하는 편이라 좀 작게 느껴지네요.
팜레스트형 마우스였더라면 하는 아쉬움
어쨌든 버티컬 마우스의 그립감도 좋은 편, 팔목이 꺾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뻗은 느낌이 편합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일반 마우스를 잡으면 사진과 같이 손목이 꺾이고 몸쪽으로 살짝 뒤틀리면서 팔목에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제가 손바닥 전체를 올려놓을 수 있는 큰 마우스를 선호하는 이유 역시 이렇게 손목이 꺾이는 정도가 덜하기 때문인데요, 그간 마이크로소프트 무선마우스 6000을 꽤 편하게 써왔다고 생각했는데도 한동안 버티컬 마우스를 쓰다가 쥐어봤더니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팔목이 꺾이고 뒤틀린 자세가 계속되는 일반 마우스
특히 E40 버티컬 마우스를 3주 남짓 쓰다보니 딱히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마우스를 비스듬히 쓰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손바닥이 적당한 기울기로 자리잡게 되면서 마우스의 방향이 손바닥이 편한 방향대로 따라가는 듯 싶은데요, 이렇게 기울여 쓰니 팔이 꺾이지 않고 꽤 편안합니다.
버티컬 마우스, 적응에 시간이 필요
E40 버티컬 마우스를 사용한 전반적인 소감은 팔과 손목이 편해졌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바뀐 마우스 그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제 경우는 2~3일 정도)과 더불어 마우스 버튼을 클릭할 때 커서가 지저분하게 움직여 불편했습니다.
클릭할 위치로 커서를 옮긴 뒤 버튼을 누르면 커서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엉뚱한 곳을 클릭하거나 제대로 클릭되지 않는 증상을 자주 겪은 것이죠.
클릭시 포인터가 움직이게 되는 버튼 위치
일반적인 마우스라면 버튼을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는 식이지만, 버티컬 마우스는 대각선, 혹은 옆으로 누르는 방식이다보니 버튼을 누르는 힘이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버리는 것인데요, 처음에는 익숙치 않은 이런 커서의 움직임이 싸구려 중국산 마우스의 문제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더블 클릭도 원활히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제어판의 마우스 속성으로 들어가 [두 번 클릭 속도]를 [느림] 방향으로 옮겨 두었습니다.
그리고 클릭, 혹은 더블 클릭 때 커서가 움직여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인터 속도 역시 시행착오를 거쳐 조절을 했습니다.
그렇게 기존에 제가 사용하던 마우스들과 클릭할 때의 커서 움직임이 너무 달랐고, 마우스가 유난히 가벼워 그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에 쓰던 마우스들이 120g 남짓, E40 버티컬 마우스는 100g 정도의 무게였습니다.
일단 마우스 바닥의 나사를 풀고 열어봤더니, 역시나 꽤 저렴해 보이는 기판과 전선들이 드러납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마우스 상단 덮개 안쪽에 붙어 있는 자그마한 리튬이온 배터리와 그 옆에 붙어 있는 금속조각(무게추)였는데, 무게추가 마우스 위쪽에 붙어 있는 셈이네요.
제 손에 익은 120g의 마우스 무게를 맞추기 위해 기존 무게추는 놔둔 상태에서 마우스 바닥에 20g짜리 무게추를 더하니 클릭할 때 오동작 빈도가 줄어들었고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멈췄을 때 커서가 멈추는 동작 역시 빠릿빠릿해졌습니다.
적당한 자리에 글루건으로 고정
E40 버티컬 마우스 사양에는 감도가 1200dpi라 적혀 있는데, 무게를 늘리고 나니 비로소 커서 움직임이 편안해진 느낌입니다.
마우스에 넣을 무게추로 적당한 것을 찾다가 결국 20g 남짓한 페라이트 코어를 이용했는데, 부피가 적으면서 이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구하는게 의외로 쉽지 않더군요ㅎㅎ
버티컬 마우스의 편안함은 확인
E40 마우스의 사용 기간이 길어지고 나름대로의 무게추 커스터마이징(?)까지 하니 꽤 쓸만해졌다 싶습니다.
일단 버티컬 마우스를 쓰다가 다른 마우스에 손을 얹으니 팔목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지는게 그동안 알게모르게 팔목이 뒤틀린채로 마우스를 썼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만 E40 버티컬 마우스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먼저 E40 버티컬 마우스를 사용한 시간이 1달 정도라 내구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버티컬 마우스가 어떤지 테스트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니 고장날때 까지 막 쓰자는 쪽이지만 '고급스러운 마우스'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E40 버티컬 마우스는 만족스럽지 못한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E40 마우스 바닥쪽에 자리잡은 앞으로/뒤로 버튼의 위치입니다.
앞으로/뒤로 버튼을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누르려면 버티컬 마우스에 편하게 얹었던 손을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팔목에 힘을 준 뒤 엄지를 움직여 버튼을 누르는 일련의 동작이 버티컬 마우스, 혹은 인체공학 마우스와는 어울리지 않는군요.
불편한 엄지버튼의 위치
개인적으로는 엄지를 이용한 앞으로/뒤로 버튼의 사용빈도가 높아 유독 불편하게 느끼는 단점이고, 앞으로 엄지버튼은 역시 위쪽에 자리잡고 있어야 편하게 누를 수 있네요.
일단 버티컬 마우스 형태는 꽤 편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E40 버티컬 마우스를 통해 엄지 버튼의 위치 등 요건도 파악했으니 10달러의 수업료를 내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입니다.
E40 버티컬 마우스를 고장날 때까지 쓰다가 제대로 된 버티컬 마우스를 구입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국내에 판매중인 버티컬 마우스들은 왠지 그리 끌리지 않고, 해외에서 100달러 남짓하는 Evoluent 버티컬 마우스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기어베스트에는 Evoluent 버티컬 마우스를 꼭 닮은, 20달러 짜리 짝퉁도 있지만 이미 저렴한 버티컬 마우스는 사용해 본 만큼, 좀 더 고급 제품으로 눈을 돌려볼까 하는데, 물론 마눌님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한 얘기긴 합니다ㅎㅎ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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