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뽀얀 먼지가 눈에 띄는 키보드
꽤 오랫만에 구입한 기계식 키보드인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를 사용한지 대략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기계식 키보드지만 현재는 USB 포트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고 노트북과의 연결만 블루투스 모드로 사용중입니다.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는 최대 4대의 기기를 페어링 시켜두고 단축키를 이용하여 전환해가며 사용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페어링해 두고 번갈아가며 사용했지만 요즘은 또 노트북용 키보드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둔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노트북을 쳐다보며 타이핑을 하는 경우가 잦았고, 어느 기기에 연결되어 있는지 인지해야 하는게 생각보다 번거롭더군요.
하지만 키를 두드릴 때마다 나는 청축 특유의 맑은 찰캉찰캉 소리와 세벌식 자판 특유의 리드미컬한 타이핑 덕분에 비싸게 산 키보드지만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며칠 전 문득(!) 키보드 전체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매일같이 두드려대는 키보드의 특성상, 손가락이 닿는 키캡 윗면은 맨질맨질한데, 키캡 옆면과 키보드 상판쪽은 그야말로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았네요.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었더니 눈으로 볼 때보다 훨씬 지저분합니다.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는 전용 키스킨이 없고(키스킨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계식 키보드에 씌우진 않을테고), 그나마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을 때 덮는 페트병 재질의 플라스틱 커버가 있지만 그건 잘 안씌우게 되더군요.
6개월만에 기계식 키보드 청소
키캡 옆면 사이사이에 먼지가 뽀얗게 묻은 상태라 그대로 두고 먼지만 닦아내기는 어려울 듯 싶었습니다.
덕분에 구입한지 6개월 만에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의 키캡을 분리하여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키캡을 분리하는데 제품 구입시 기본 구성품이었던 키캡 리무버가 주요 도구가 될 것입니다.
키캡 리무버는 키보드의 스위치에서 키캡을 분리하는 도구로,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뿐 아니라 많은 기계식 키보드에 기본 제공되는 구성품이기도 합니다.
키캡 리무버는 플라스틱 핀셋 형태의 제품도 있는 반면 이 제품은 탄력있는 철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키캡 리무버의 양쪽 철사를 키캡에 꾹 누르면 철사가 옆으로 펴지면서 키캡 아래로 들어가게 되고
키캡 리무버를 키캡에 밀어넣고
키캡 리무버의 철사 양끝이 키캡 아래쪽에 걸리면 위로 잡아당겨 키캡을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키캡 아래쪽에 걸어 들어올린다
키캡 리무버를 이용하면 키캡 양쪽에 균일한 힘을 주게 되어 키캡 분리가 무척 쉽습니다.
키캡을 하나하나 잡아당기다보면 꽤 빠른 속도로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가 드러나는데, 짐작했던 대로 키캡 아래쪽의 상태는 정말(!) 지저분합니다.
영문자 키캡은 무척 빠른 속도로 빼낼 수 있는 반면, 스페이스나 시프트, 엔터, 백스페이스와 같이 길쭉한 키캡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긴 키캡은 안쪽에 철사가 들어 있기 때문인데요, 이 철사는 긴 키캡의 양쪽 모서리를 눌러도 가운데를 누를 때와 같이 균형을 잡는 스테빌라이저입니다.
이 철사는 키캡에 플라스틱 부품으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키캡을 뺄 때보다 힘을 지긋이 주며 당겨냅니다.
키캡이 분리되고 들어올려지면 키 양쪽을 붙잡고 지긋이(!) 들어올립니다.
역시 키캡 분리보다는 청축 스위치 사이사이의 이물질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나마 이 기계식 키보드는 불과 반 년만에 청소하는 것이라 5년, 8년만에 청소했던 키보드보다는 상태가 좋다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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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분해 청소한 키보드에 비하면 양반
스테빌라이저를 잡아주는 플라스틱 부품이 키보드 위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이 방향을 잘 기억해 둡니다.
이렇게 기계식 키보드의 모든 키캡을 분리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을 결정하는 것이 스위치의 종류인데, 제 키보드는 청축 스위치인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스테빌라이저에 고정되어 있던 플라스틱 부품은 8쌍, 총 16개입니다.
이 플라스틱 부품에는 윤활유가 발라져 있으므로 따로 세척하지 않고 분리해 두기만 했습니다.
먼저 키보드 상판에 잔뜩 떨어져 있는 이물질들을 칫솔을 이용해 제거합니다.
청축 스위치가 생각보다 촘촘하고 깊어 칫솔 보다는 높이가 있는 솔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청소 솔이 어디론가 숨어버려 칫솔을 이용해 최대한 털어냈습니다.
생각같아서는 기계식 키보드 뒷면의 나사를 풀고 완전 분해하여 청축 스위치와 상판 사이사이까지 청소하고 싶었지만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의 나사 중 하나가 봉인되어 있네요.
사실 A/S를 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아직 보증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이니 완전 분해는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봉인을 열면 A/S가 불가
칫솔로 먼지를 대충 털어내고 면봉에 알콜을 묻혀 꼼꼼하게 닦아주었습니다.
이때 힘주어 쓱쓱 문지르다보면 이물질이나 면봉에서 떨어져 나온 섬유질이 청축 스위치와 상판 사이에 끼게 되므로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닦아주었습니다.
키캡의 세척과 건조
키캡에 먼지가 쌓이긴 했지만 찌든 때가 낀 것은 아닌터라 물티슈 등으로 닦기만 할까 하다가 기왕 분해한 거 물세척을 하기로 했습니다.
세면대에 물을 채우고 중성세제(울샴푸)를 조금 푼 뒤 키캡을 풍덩 던져넣었습니다.
찌든 때가 아니라 키캡 주변의 먼지와 기름기를 제거하는게 목적이었으므로 양손으로 키캡을 쥐고 키캡 윗면, 옆면을 뽀드득한 느낌이 날때까지 몇 번 문지르고 맑은 물이 담긴 통에 헹궈냈습니다.
찌든 때는 아니지 싶었는데 100여개가 넘는 키캡을 닦아냈더니 물이 제법 뿌엏게 변했네요.
이렇게 세척과 헹굼을 마친 키캡은 수건 위에 올려 1차로 물기를 제거했습니다.
바람이 잘통하는 그늘진 장소에 하루 정도 자연건조 시켜도 되지만 벌여놓은 일을 빨리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물기는 주로 키캡의 스위치 결합부인 십자홈에 고여 있는데, 키캡을 뒤집어 잡은 뒤 수건에 3~4번 탁탁 털어내고 헤어 드라이어의 냉풍으로 강제 건조 시켰습니다.
키캡을 하나씩 털어가며 물기를 제거했고, 물기 제거작업을 마친 키캡은 뒤집어 놓아 말렸다는 표시를 하는 중입니다.
분리, 세척, 건조를 마친 키캡 조립
물기를 털어내고 헤어 드라이어를 이용해 강제 건조를 마친 키캡을 다시 조립할 차례입니다.
조립 전 깨끗해진 키캡을 들여다보니 어느새 무광이던 키캡의 표면 일부가 반질반질하게 변해 있더군요.
이렇게 키보드를 사용하다보면 손이 주로 닿는 부분이 반질반질해 지게 됩니다.
마모를 막기 위해 키캡 위쪽에 테프론 테이프를 발라 쓰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세월의 흔적을 남기며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별도 판매되는 키캡을 구입해 바꿔 사용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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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는 키캡 리무버를 이용하여 키캡을 분리하는 것도 쉽지만 키캡을 다시 끼우는 작업도 쉽습니다.
청축 스위치 위쪽 십자 홈을 맞춰 꾹~ 눌러주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한꺼번에 빼놓은 키캡의 제 위치를 찾으려면 참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 박스에 인쇄된 키배열을 참조해도 되고, 키캡을 분리하기 전에 전체 사진을 찍어두면 키캡 자리를 찾는게 훨씬 쉬워집니다.
키캡을 결합할 때는 일단 스테빌라이저가 있는 키캡 주변은 피하고, 한 개짜리 키캡들 위주로 먼저 끼웁니다.
스테빌라이저가 설치된 키캡 주변의 키들을 미리 끼워 버리면 지지대 결합 작업이 살짝 번거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스테빌라이저와 키캡을 결합하는 작업은 키보드 메이커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개 키캡 지지용 플라스틱 부품을 방향에 맞춰 끼운 뒤
스테빌라이저 한쪽을 먼저 결합하고 다른 쪽을 끼우면 됩니다.
이 때 다른쪽 플라스틱 부품을 핀셋으로 살짝 밀어주면 쉽게 끼울 수 있습니다.
분리했던 키캡을 끼우다보면 어느 방향으로 끼울지 혼동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화살표 키인데요, 키캡의 윗면 각도가 미묘하게 차이가 있으므로 대충 끼우면 방향이 틀어지게 됩니다.
이때도 역시 사진을 찍어두었다면 방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키캡에 인쇄된 글씨의 위치와 치우친 방향을 미리 찍어둔 사진과 대조하면서 방향을 잡으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기계식 키보드의 키캡을 분리하고 세척하는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키보드 청소는 사진 찍은 시간을 기준으로 대략 2시간 정도 걸렸고, 중간중간 딴 짓을 한 시간을 제외하면 1시간 조금 넘게 걸린 듯 합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키 스위치와 키캡의 결합/조립이 간편하여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 혹은 노트북 키보드에 비해 세척이 훨씬 쉽습니다.
그간 분해 청소했던 키보드들에 비해 싱거울 정도로 간편하여 앞으로 6개월~1년에 한 번 정도는 키캡을 분해하여 청소할까 합니다.
저렴한 멤브레인 키보드의 10배가 넘는 가격인만큼, 관리하며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한데, 청소하기 전 사진과 비교하니 흐뭇~할 정도로 깨끗해졌습니다.
키보드 청소 전후
물론 청소를 끝내고 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다보니 손의 기름이 묻어 금새 반질반질해 진 것은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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