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찌아 클래식 반자동 커피머신 4년 사용 후기. 맛있는 커피를 위해 감수해야 할 것

4년만의 개봉기, 가찌야 커피머신

10여년 전 쯤, 친구가 내려 준 드립 커피와 마당에서 생두를 로스팅하는 모습이 왠지 멋있어 보여 시작한 저의 커피 생활은 새로운 방식에 대한 호기심과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욕심이 함께 했고, 집에는 커피 관련 기구들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홈로스팅도 꽤 오랫동안 해 왔고, 하다하다 커피 씨앗을 심어 키운 거실 커피 나무에서 커피 열매를 수확해 로스팅하고 핸드드립으로 마셔보기도 했으니, 꽤 얕고 넓은 커피 생활을 즐겨온 셈입니다.

 

제 커피 생활의 대부분은 드립 커피였고, 늦은 봄부터 초가을 까지는 더치커피와 콜드브루 커피의 비중이 높았던 반면, 모카 포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3월, 가찌아 클래식(Gaggia Classic)이라는 커피머신을 한 대 들이는 것으로 홈까페 구성을 마무리했는데, 당시 개봉기 사진만 찍어 놓고 포스팅을 올리지 않은터라, 거의 4년만에 개봉기 겸 간단한 소감을 올려봅니다.

가찌아 클래식 박스

스테인레스 바디, 묵직한 포타필터

사실 가찌아 클래식은 제 두 번째 커피머신입니다.

2017년 1월쯤, 13~4만원 남짓한 드롱기 ECP 33.21 커피머신을 구입했다가 누수 현상으로 반품했습니다.

 

드롱기 ECP33.21 시리즈는 10만원 대의 가성비가 썩 훌륭한 커피머신이지만 저렴한 가격이 그대로 보이는 플라스틱 재일의 외관과 가벼운 플라스틱 부품들은, 분위기도 한 몫하는 홈까페용 기기로는 좀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딱 한 단계만 더 올려보자 살펴보다가, 결국 구입한 것은 두 세 단계 더 높은 50만원 대의 가찌아 클래식이었는데, 몇 년전 제법 큰 맘먹고 구입했던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의 활용도가 매우 높았기에 또 한 번 큰 맘 먹고 구입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중 박스에 스티로폼 완충재까지 든든한 포장으로 배송되었지만, 그럼에도 첫 배송 제품은 상부 플라스틱 부품이 깨진 상태로 도착해 구매처에서 교체를 받았습니다.

 

어쨌든 두 번째 가찌아 클래식은 문제없이 안전하게 도착했고

가찌아 클래식 언박싱

가찌아 클래식 본체와 매뉴얼, 부속품을 담은 박스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가찌아 클래식 내용물

가찌아 클래식에 딸려온 부속품들은 계량 스푼과 탬퍼(커피 가루를 수평으로 꾹 누르는 도구), 컵받침대, 필터 바스켓(커피 가루를 담는 스테인레스 그릇), 포타 필터(커피를 담은 필터 바스켓을 커피 머신에 고정하는, 손잡이 달린 도구) 등이 있습니다.

가찌아 클래식 기본 부품

가찌아 클래식의 포타필터는 드롱기 ECP33.21 것 보다 크고 묵직하여 커피 가루 담고 꾹 눌러 커피머신에 장착할 때 손 맛(?)이 꽤 좋습니다.

 

반면 제품에 포함된 플라스틱 탬퍼는 딱히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저렴한 모양새, 저는 58mm 탬퍼와 탬핑 매트를 따로 구입했습니다.

58mm NUVO 탬퍼 가찌아 탬핑 매트

가찌아 클래식의 물통 용량은 2리터로 꽤 큼직하고, 수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저는 하루 3~5잔 정도 내리다보니 2리터 물통에 물을 채워 쓰면 2~3일 남짓 써야 할 정도입니다.

때문에 물통을 빼고 600ml 유리 컵을 넣어 꽉 채운 물을 하루에 모두 사용하곤 합니다.

가찌아 클래식 물통

물은 위쪽 뚜껑을 들어올 린 뒤 위에서 부으면 아래쪽 물통에 채워지는 구조입니다.

가찌아 클래식 급수

진득한 크레마, 맛있는 커피

가찌오 클래식은 몇 번의 시행 착오를 통해 커피 분쇄도를 파악하고 에스프레소를 뽑기 전 물흘리기를 통해 온도를 올려주는 요령을 파악한 뒤, 꽤 두껍고 진득한 크레마를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드롱기 ECP33.21도 기기 특성을 파악한 뒤로 크레마가 제법 올라 온 에스프레소를 뽑아냈다고 생각했는데, 가찌아 클래식은 훨씬 쫀쫀하고 진득한 크레마를 뽑아낼 수 있었고, 덕분에 딱히 즐기지 않았던 에스프레소를 한동안 즐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찌아 클래식 크레마

 

전면 버튼 3개와 옆면 스팀/온수 다이얼까지 총 4개의 조작 버튼으로 사용법은 간편하지만 스팀이나 온수를 사용하는 조작법이 직관적이진 못한터라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가찌아 클래식 조작부 버튼

개인적으로는 가찌아 클래식의 전원을 켜고 물이 데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1분 30~40초 정도로 짧은 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가정용 커피머신의 경우 필요할 때만 전원을 껐다 켜면서 사용하는 제품이라 물이 데워지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면 매우 불편할 텐데, 가찌아 클래식은 전원을 켜두고 그라인더로 커피를 분쇄하는 등 뜨거운 물이 준비 완료됩니다.

 

저는 포타필터를 끼우기 전에 뜨거운 물을 살짝 흘려 보내고

가찌아 클래식 예열

빈 포타필터를 끼워 다시 한 번 뜨거운 물을 살짝 흘려보내며 포타필터를 덥히고

가찌아 클래식 포타필터 예열

커피가루를 감고 탬퍼로 눌러 끼운 뒤 커피를 뽑아 내면

가찌아 클래식 58mm 포타필터

진득한 크레마와 함께 에스프레소가 추출됩니다.

에스프레소 크레마

저는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데, 에스프레소를 컵에 따라내도 컵 주변 크레마가 깨지지 않고 남아 있어 뜨거운 물을 잔에 따라 싹싹 옮겨 담곤 합니다.

가찌아 클래식 아메리카노

사실 제가 구입한 가찌아 클래식은 국내 정식 수입된 제품에도 230V 50Hz 펌프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커피머신 유저들 사이에서는 국내 전기 환경과 맞지 않는 50Hz 펌프를 60Hz 펌프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고, 저 역시 가찌아 클래식을 구입할 당시에는 국내 정발 제품의 펌프가 220V 60Hz 펌프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유럽형 펌프가 그대로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가찌아 클래식 50Hz 펌프

2017년 구입 당시에는 이 사실이 매우 아쉬웠지만, 진득한 크레마를 만들어 주는 터라 딱히 펌프 교체 등을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4년 남짓 사용하면서 펌프의 힘이 약해진 것인지 개스킷이 낡은 것인지 예전만큼의 크레마를 만들어내지 못하는터라, 조만간 220V 60Hz 펌프로 교체해 볼 생각입니다.

 

가정용 커피머신은 보일러 용량이 작아 스팀이나 온수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팀 사용 빈도가 매우 적은터라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찌아 클래식 스팀다이얼

 

아울러 온수 사용 역시 아침에 아메리카노 3잔 분량을 만들 때는 가스레인지에 따로 물을 끓이고 낮에 1잔을 만들 때만 커피머신의 온수를 뽑아 사용하는데, 1잔용으로는 꽤 만족스럽습니다.

가찌아 클래식 온수추출

분위기와 맛, 그리고 귀차니즘

저와 마눌님은 핸드드립, 더치커피, 커피머신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커피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 중 핸드드립은 가장 높은 빈도로 즐기는데, 바쁜 아침 두 사람이 마실 커피 두 잔과 보온병에 담을 커피까지 3잔을 가장 빠르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핸드드립 커피

더치커피나 콜드브루 역시 하루, 이틀 전에 만들어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바로 옮겨 담고 물을 타기만 하면 되니 매우 빠르고 간편합니다.

 

반면 커피머신은 탱크에 물을 채우고 뜨거운 물을 빼내면서 예열을 시키고, 포타필터에 커피가루를 담고 탬핑한 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이 과정을 3번 반복해야 3잔의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에스프레소를 뽑아 낸 뒤에도 커피머신을 세척해 두어야 다음 날 빠르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습니다.

가찌아 클래식 바라짜 엔코

때문에 커피에 문외한인 지인들에게는, 가찌아 클래식과 같은 반자동 커피머신을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실제 2년 전 쯤 에스프레소를 한 잔 내려주었다가, 커피 맛과 분위기가 좋다며 반자동 커피머신을 덥썩 구입했던 지인은 커피 내리는 과정과 관리의 번거로움에 방치하다가 헐값에 팔아버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커피머신을 만족스럽게 잘 쓰던 저도 어느날 부터인가 커피 머신의 전원을 켜지 않고 6개월씩 방치하다가 다시 켜서 사용하는 등 변덕을 부리기도 하는 바, 개인적으로는 드립 커피에 입문하거나 빠르고 간편한 캡슐 커피 머신 구입을 권합니다.

가찌아 클래식 고양이

사실 구입 직후 올렸어야 할 개봉기를 4년 가까이 되어 포스팅하려니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된 듯 싶은데, 가찌아 클래식은 가정용 커피머신으로서는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 중입니다.

 

다만 언급한 바와 같이 커피 한 잔을 뽑기 위한 시간과 번거로움은 매우(!!!) 큰 데다, 50만원대의 가찌아 클래식은 단종되었고 후속 기종인 가찌아 클래식 프로는 가격 차이가 꽤 큰 편입니다.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자칫 먼지만 쌓일 수 있는 것이 반자동 커피머신인 만큼, 신중한 고민 후 결정할 것을 권합니다.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