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말라가는 레몬싹
3월 말에 씨앗을 심어 싹을 틔웠고 5월 말에 페트병 화분으로 옮겨 심었던 레몬싹은 9월을 지나 10 하순까지 매우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레몬 싹의 끝부분에서 새 잎이 올라오는 순서나 방향이 매우 규칙적이라 보는 재미도 있었고, 특히 페트병 화분에 옮겨심은 레몬싹은 아래쪽 잎들이 옆으로 자라고 위쪽에는 새 잎들이 속속 올라오곤 했습니다.
2019/09/07 - 레몬 새싹, 페트병 화분에 옮겨 심은 뒤 3달 후 변화. 본격 성장기에 접어든 레몬 트리
그런데 11월 초반 이후로 레몬싹 아래쪽 잎들이 생기를 잃고 조금씩 말라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동안 잘 자라던 페트병 화분에서 특별한 변화를 준 적은 없었고, 그동안 식물을 키우다 보면 씨앗에서 발아한 새싹이 잘 자라다가 잎이 한두 장 정도 마르는 경험은 가끔했던터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주일 남짓 지나면서 잎의 대부분이 말라붙으면서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어린 새싹이라 따로 비료를 주지도 않았고, 과습 상태도 아니었고, 냉해를 입을만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짧은 기간에 상태가 확 변해버렸네요.
뭐가 문제일까 싶어 페트병 화분을 들어 바닥을 보니 레몬싹의 뿌리들이 이미 페트병 바닥까지 닿아 구불구불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다른 화분 역시 어느새 페트병 바닥으로 뿌리가 보이네요.
팝콘통에 레몬싹 옮겨심기
5월 말, 페트병 화분에 옮겨 심을 때도 레몬싹의 뿌리는 잔뿌리가 적고 아래쪽으로 길게 뻗는 스타일인 것을 봤는데, 몇 달 동안 안정적으로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화분으로 옮겨야겠다 싶었는데 1주일~열흘 사이에 시기를 놓쳐버린 듯 싶습니다.
이미 잎이 많이 말라버린 상태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확신은 없지만 일단 옮겨보기로 합니다.
2리터 페트병보다 2~3배쯤 더 큰 화분이 필요한데, 집에 있는 화분들을 살펴봐도 아주 조금 더 크거나 아예 엄청 큰 화분들만 눈에 띄는군요.
어디로 옮기나 싶었는데, 극장에서 사먹었던 팝콘통이 왠지 적당해보여 곱게 들고왔습니다.
우유팩처럼 코팅된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팝콘통은 나름 탄탄해서 배양토 같은 가벼운 흙을 넣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일단 팝콘통 바닥에 물구멍을 뚫어주었습니다.
종이화분 방수 작업
저는 예전에 캣그라스를 팝콘통과 같은 종이재질에 심어본 적이 있습니다.
2018/02/01 - 고양이에게 캣그라스 화분 선물하고 먹이기. 간단히 만들어 본 캣그라스 화분
코팅된 종이 재질은 짧은 기간 동안 물을 담고 있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두어 달 남짓 반복해서 물이 스며들자 곰팡이가 피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비닐을 씌우기로 했습니다.
바닥에 뚫은 물구멍으로 비닐봉지를 통과시켰고
바닥으로 통과시킨 비닐의 끝부분을 잘라냈습니다.
그렇게 팝콘통 안쪽은 비닐을 벽에 딱 붙여 펼쳤고
바닥으로 통과한 비닐은 다시 펼쳐 팝콘통 바닥에 글루건으로 붙였습니다.
원래는 양면테이프로 몇 군데만 붙이려 했는데, 코팅되어 미끄러운 표면에 양면테이프가 붙지 않아 글루건을 이용했습니다.
그렇게 바닥면에 붙인 비닐의 끝부분을 깨끗하게 자르고
물구멍으로 흙이 쏟아지지 않도록 플라스틱 망을 잘라 넣었습니다.
화분에 넣는 플라스틱 망이 없으면 양파망을 잘라 넣어도 됩니다.
2013/01/24 - 커피콩 분갈이 작업, 넓은 집으로 이사한 커피콩 묘목들
물구멍을 막은 팝콘통 화분에 배양토를 반쯤 채웠고
페트병 화분 분갈이 요령
커터칼을 매우 짧게 잡고 사과껍질 깎듯 페트병 화분을 조금씩 잘랐습니다.
페트병은 가위로도 쉽게 자를 수 있는 재질이지만 가위를 넣고 들쑤시다가 화분 안 흙덩이가 전부 깨져버릴 수 있어 커터칼을 이용했습니다.
아울러 커터칼을 길게 잡고 한꺼번에 자르려다가는 자칫 손을 다칠 수 있으니 사진처럼 커터칼을 한 칸만 빼고 사과깎듯 밀어서 잘라내는게 좋습니다.
그렇게 페트병을 깎아내어 흙덩이를 깨지 않고 페트병만 제거했고
흙덩이를 들어보니 역시 뿌리가 밑으로 뻗다가 막혀 구불구불하게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절반 정도 흙을 채운 팝콘통 화분에 흙덩이를 조심스럽게 올려 놓고
주변의 빈 공간에 흙을 채우고 화분 주변을 통통 두드려 흙이 잘 스며들도록 합니다.
옮겨 심은 뒤 물을 흠뻑 주었고, 볕이 잘드는 창가(실은 식물 LED가 12시간씩 비추는 창가)에 올려두었습니다.
꽤 부피가 큰 팝콘통이라 집에 있던 화분받침대에 딱 걸릴 정도로 사이즈는 좋았습니다.
사느냐 죽느냐...그것이...;;;
다만 팝콘통이 플라스틱 화분처럼 단단하지는 않은터라, 한 손으로 쑥 들어옮기는 등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흙과 화분벽에 쑥 공간이 생겨버리곤 하니 위치를 바꿀 때 양손으로 잡고 조심스럽게 옮기는 게 좋습니다.
혹시 같은 크기의 팝콘통이 하나 더 있다면 두 겹으로 겹쳐 놓으면 훨씬 튼튼할 듯 싶습니다.
어쨌든 잎이 너무 말라버려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그나마 두 레몬싹 중 하나는 끝부분의 새 잎이 올라오는 상황이라 좀 더 상황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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