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청소와 키캡 청소
키보드와 마우스를 많이 쓰는 직업이다보니, 키보드와 마우스가 더러워지는 속도 역시 유난히 빠른 편입니다.
청소는 조금씩 자주 하는게 제일 좋다지만, 빨리 더러워지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자주 청소하기는 또 어려운 일이라, 몇 달에 한 번씩 몰아서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거의 6개월만에 키보드를 청소하게 되었는데, 역시 키보드의 키캡 안팎으로 때와 먼지가 엄청나게 끼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키보드와 마우스 청소에 대해 몇 번인가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키캡 아래쪽 청소는 키캡을 모두 뽑은 뒤 청소용 솔과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비교적 간단하게 청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키캡 청소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100여개가 넘는 키캡은 손가락과 직접 닿는 윗면과 키캡 옆면에 기름때와 먼지가 끼어있기 마련이고 이를 청소하려면 키캡을 하나씩 청소솔이나 손으로 문질러 닦아주어야 합니다.
키캡을 물청소해 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작은 키캡들을 하나씩 집어들고 닦다보면 나중에는 손가락이 저릿저릿한게 꽤 힘든 작업입니다.
2리터 초음파세척기
키캡 뿐 아니라 마우스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의 물청소를 좀 더 간단히 할 방법이 없을까 살펴보다가 이런류의 청소에는 초음파세척기가 꽤 쓸만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초음파세척기는 안경점에서 안경 세척을 할 때 자주 보던 제품인데, 세척통의 용량에 따라 0.7리터부터 대형 제품들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었습니다.
안경만 닦을 용도로 나온 0.7리터 짜리 제품들은 꽤 깜찍해 보였지만, 저는 키보드 키캡들을 원활하게 청소할 수 있는 크기의 제품이 필요했고, 2리터 초음파세척기면 적당하겠다 싶어 GT SONIC의 VGT-1620QTD 초음파세척기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GT SONIC이란 업체는 꽤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초음파세척기를 제조, 판매하는 업체였는데 이 중 안경을 닦는 소형 세척기는 국내 정식 수입업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입하려는 2리터 VGT-1620QTD는 정식 수입되지 않는 제품이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려고 했는데, 왠일인지 국내 옥션이나 G마켓의 수입대행 업체 가격이 알리익스프레스보다 저렴하더군요.
혹시 리뷰를 보고 제품을 구입하려는 분들은 옥션이나 G마켓에서 VGT-1620QTD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시길 바라며, 저는 카드할인 등을 통해 6만원 정도에 구입했습니다.
주문한지 2주만에 2리터 초음파세척기가 도착했고, 박스를 열자마자 영문 매뉴얼이 먼저 보입니다.
영문 매뉴얼에는 초음파세척기 사용시 주의 사항 및 팁이 적혀 있습니다.
물통에 2/3이상의 물을 채우고 작동시킬 것, 40~6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이 세척효과가 좋으며 주방용 세제나 액체 비누 등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세척효과가 더 좋음, 초음파세척기 바닥에 물체를 직접 내려놓기 보다는 바스켓(바구니)를 이용해 바닥과 일정 거리를 떨어뜨릴 것 등이 주 내용입니다.
제가 구입한 GT SONIC VGT-1620QTD은 엠보싱 처리된 스테인레스 재질의 외형이 꽤 깔끔합니다.
전면 패널에는 온도와 작동시간 표시 LED가 있고 아래쪽에는 물을 데우는 히터 기능(최대 80도) 설정 버튼, 초음파세척기 작동 시간 설정(1~99분) 버튼 등이 달려 있습니다.
제품 뒷면의 전원 콘센트 쪽에는 제품의 사양이 표시되어 있는데, 220볼트 50Hz 제품입니다.
사실 국내 전기 규격인 220볼트 60Hz에 맞는 제품을 찾아봤지만, 220볼트를 지원하는 해외제품들은 하나같이 50Hz 지원 제품입니다.
선풍기나 헤어드라이어, 전동공구와 같이 AC 모터를 사용하는 제품들은 주파수가 맞지 않을 경우 모터에 심한 무리가 가고 고장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데, 그나마 초음파세척기는 모터 사용 제품이 아닌데다 30분 이내의 짧은 사용 시간만 작동하는 제품이니 큰 무리는 아닐 듯 싶어 그냥 구입했습니다.
GT SONIC VGT-1620QTD의 내용물은 초음파세척기 본체와 바스켓, 그리고 전기 코드가 전부인데, 전체적인 제품 상태는 꽤 깔끔했습니다.
다만 2리터 물통의 크기나 깊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매우 작아 보입니다.
넓은 윗면의 가로세로 길이가 15*13.5cm, 깊이가 10cm로 중간의 만수위 표시선까지 따져보면 실용량이 2리터에 조금 못미칠 듯 싶습니다.
처음에 1리터와 2리터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2리터 제품을 선택했는데, 1리터짜리를 선택했다면 작은 물탱크 크기에 좌절했을 듯 싶습니다.
초음파세척기로 키캡 세척
제일 먼저 초음파세척기를 이용해 더러워진 키캡 세척을 하기로 했습니다.
키캡 위쪽와 키캡 옆면에 기름때와 먼지가 많이 끼어있고 F나 J키 등 기준점을 표시하는 돌기에도 때가 끼어있는게 보입니다.
일단 초음파세척기에 물을 채우고 주방용 세제를 2번 정도 펌핑해 넣은 뒤 전원을 연결했습니다.
키보드에서 분리한 키캡을 바스켓에 넣고 초음파세척기에 담았는데, 다행히 키보드 1대 분량의 키캡이 정확히 담겼습니다.
처음에는 만수선에 조금 못미칠 정도로 물을 부었는데, 키캡이 좀 뜨는 것 같아 만수선까지 물을 채웠습니다.
초음파세척기의 타이머를 15분으로, 히터 온도를 35도로 설정한 뒤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초음파세척기의 스위치를 켜자 특유의 진동음이 들리고
3분, 7분, 시간이 흐를 수록 거품이 올라오며 물 색깔이 흐려집니다.
아울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음파세척기의 진동음도 커졌다 작아졌다하는데, 중간에 키캡을 한 번 뒤섞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15분간 초음파세척기를 작동시킨 뒤 전원을 끄고 바스켓을 꺼냈고
깨끗한 물을 뿌려 비눗기를 씻어냈습니다.
손으로 키캡을 일일이 닦던 것에 비해 청소 과정이 엄청나게 간편했는데 과연 제대로 닦였을까, 키캡들을 하나씩 꺼내 살펴보니 매우 깨끗하게 닦여 있었습니다.
키캡 옆면의 기름때, 찌든때가 말끔히 닦여나간 것은 물론이고 F키와 J키의 기준점 돌기에 끼어있던 때도 깨끗이 닦여 나갔습니다.
키캡 청소 한 번 하고나면 손가락 끝이 저릿저릿했는데, 앞으로 매우 편하게 닦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면도망 내부의 더러움 발견
제가 사용하는 브라운 790cc 전기면도기는 전용 세척스테이션을 갖춘 제품으로, 평소에는 사용 후 물속에 담그고 작동시켜 수염찌꺼기를 빼낸 뒤 면도망을 분리해 건조시키고, 1주일에 한 번씩 전용 세척 스테이션에 꽂아 청소와 소독을 하곤 합니다.
때문에 나름 면도기를 깨끗하게 관리한다고 자부해왔는데, 이제 알콜 성분의 전용 세정액을 구입하는 대신 초음파세척기로 관리를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역시 키캡을 세척할 때처럼 물에 주방세제를 조금 넣은 뒤 15분, 35도로 작동시켰습니다.
면도망을 바스켓에 넣고 면도 헤드는 너무 깊이 잠기지 않도록 손으로 잡고 담갔다 뺐다를 반복했는데 아무래도 면도기 헤드부분만 잠길 정도의 받침대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15분의 세척이 끝난 뒤 꺼낸 면도망 안쪽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빛을 비춰본 면도망 중간 부분이 뻥뚫려 빛이 통과하고 있었는데요
세척을 하기전에 살펴본 면도망의 중간 부위는 가운데가 막혀 있었고, 처음에는 저 부분을 면도망의 플라스틱 부품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평소 사용 후 물세척과 주기적인 전용 스테이션으로 세척을 해 왔기에, 딱히 면도망을 뒤집어 저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고, 설마 찌꺼기로 막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세척을 마친 초음파세척기의 물통 바닥에는 찌꺼기들이 잔뜩 끼어있었습니다.
다만 세척면이 밖으로 노출된 키캡과 달리 사방이 막혀있는 면도망의 내부는 완전 깨끗하게 청소가 되지는 않았고 중간의 큰 덩어리들만 떨어져 나간 상태였습니다.
어쨌든 초음파세척 이후 저 부분에 찌꺼기가 엄청나게 끼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후 다 쓴 치간칫솔로 안쪽에 끼어있던 찌꺼기들을 깨끗이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초음파세척기 구입후 딱 두 번의 청소를 해봤는데,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키캡이나 마우스 외부 커버 등 손으로 잡고 사용하는 장치들의 물청소와 면도기 세척, 그리고 아주 가끔 기계 부품 세척 등 다양한 세척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척기의 용량 선택에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직접 써보니 0.7리터나 1리터는 너무 작고 2~3리터 정도 되는 제품이라야 여러모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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