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화하는 고양이의 호기심
고양이 뚜기를 구조하여 키우게 된지도 벌써 10개월 남짓 되어갑니다.
솜털이 삐죽삐죽 나있던 녀석은 이제 덩치가 꽤 크고 혈기왕성한 나이가 되었고, 그동안 여러가지 재미있는(?)일들을 겪었습니다.
재미있는 일이라 함은, 주로 높은 곳을 오르내리는 행동, 이것저것 물고뜯고씹는 것을 좋아하는 행동과 관련된 것으로, 고양이를 처음 기르는 상황이다보니 고집 센(!) 고양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몰라 꽤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10개월 정도 고양이와 살다보니, 이제 이 녀석이 꽂힌 사물이나 위치에 대응을 할지 말지, 대응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어느정도 알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집사가 고양이에게 적응(그 반대일수도)해 온 과정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저희 집 TV는 예전 집에서 벽걸이로 고정해 사용하던 것인데, 새 집으로 이사오면서 벽걸이로 고정하는 대신 이케아 라플란드 TV장에 세워두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라플란드 TV장의 뒷면에 벽걸이 고정장치를 달아 고정하려고 했지만, TV장의 수직 판재가 TV와 벽걸이 고정장치를 함께 버틸만큼 튼튼해 보이지가 않아 계속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양이 뚜기가 저희 식구가 되었고, 아깽이가 좀 자라면서 TV장에 슬쩍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TV를 쓰러뜨리지 않을까 염려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덩치가 점점 커지고 TV 화면에 반응을 하게 되면서 TV 위쪽으로 손을 올리는 횟수가 잦아졌고
급기야 TV위로 점프해 올라가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저희 집 TV에 고양이가 올라가면 일단 고양이를 안아들고 내려놓기 바빠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지난 연말 주문진 부모님 댁에갔더니 단번에 TV 위로 점프하여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더군요.
TV위로 올라가는 고양이를 안고 내려놓아봐야 다시 올라가 버리기 일쑤였고, TV가 쓰러지면 큰일이다 싶어 TV 뒷면의 고정 홀과 TV 장식장의 수직 판재를 끈으로 묶어 고정시켜 놓았습니다.
TV를 단단히 고정한 뒤에는 TV위로 올라가도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TV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후 어느 순간부터인가 고양이 뚜기의 TV 클라이밍도 막을 내렸습니다.
TV장 위로 올라가기
TV위로 직접 올라가던 당시, TV 장 위쪽의 공간 역시 고양이 뚜기의 단골 장소가 되었습니다.
높이 150cm 정도의 수납장 위쪽은 거실에서 꽤 높은 장소이면서 수납장 옆의 스피커를 밟고 올라가기 딱 좋은 장소였습니다.
양쪽 옆 스피커를 밟고 올라간 뒤 우다다다 뛰어내려 오기도 하고, 수납장 위에 올려진 기기 위로 올라가 커피나무로 손을 뻗어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언젠가 부터는 수납장 위에 올라가 그냥 쉬기도 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납장 위에 올려진 자잘한 물건을들 아래로 떨어뜨리곤 했습니다.
리모컨 등 이런저런 것들을 올려두기 딱 적당한 장소였는데, 위에 올려진 가벼운 것들을 발로 툭툭 쳐서 떨어뜨리곤 했습니다.
결국 수납장 위에 올려 놓았던 자잘한 것들을 싹 치웠습니다.
그리고 TV 수납장 위쪽에는 먼지가 잘 쌓이는 곳이기도 한데, 올라갈 때마다 고양이가 먼지를 뒤집어 쓰는 것 같아 자주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캣타워 만큼이나 즐겨 올라가던 수납장으로 요즘은 통 올라가지 않습니다ㅡㅡ;;
냉장고 위로 올라가기
언젠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캣타워에 고양이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디 갔는지 한참을 찾다보니, 드디어 냉장고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랜선집사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고양이가 냉장고 위에 올라가는 얘기들을 많이 봐온터라 그리 놀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냉장고 위를 오르내리는 통로를 습득한 기쁨 때문인지 고양이 뚜기는 꽤 자주 냉장고 위를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냉장고 위로 올라가 거실을 내려다보는데 그치지 않고, 냉장고 벽에 붙여 두었던 자석 장식물과 자석핀 등을 떨어뜨리는데 한참 재미를 붙였습니다.
뭐 붙여 놓은 것들이야 떨어져도 큰 문제는 없는 것이지만, 자석핀은 고양이가 삼키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렇게 냉장고 벽면에 빽빽하게 붙여 두었던 엽서와 장식물, 그리고 그것들을 고정하던 자석핀들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 위쪽 역시 먼지가 잔뜩 쌓인 곳이었는데 역시 고양이 덕분에 먼지를 자주 청소하게 되었고, 고양이가 편하게 있으라는 뜻에서 종이 박스를 하나 올려 두었습니다.
그렇게 깨끗이 청소한 냉장고 위쪽의 종이 박스에 며칠 드나들던 고양이 뚜기는, 이제 냉장고 위쪽에 더 이상 올라가지 않습니다ㅡㅡ;;
따뜻한 에스프레소 머신과 시계
저희 집은 아침마다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먹는데, 특히 에스프레소 머신을 켜면 따뜻한 머신 위쪽은 고양이의 지정석이 되곤 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작동 소음이나 진동이 만만치 않을 텐데도 아랑곳 없이 스스로 올라가 머무는터라, 올라가는 것을 딱히 제지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에스프레소 머신 위쪽에 달려 있던 벽시계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벽시계의 노출된 바늘을 뽑아 짓이겨 놓았더군요.
바늘을 삼키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싶어, 바늘 노출형 시계는 떼어버리고 안방에 달려 있던 시계를 대신 달아놓았습니다.
이후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동할 때 올라와 앉는 버릇은 여전하지만, 벽시계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습니다.
공기청정기, 커피나무 화분
높은 곳을 뛰어 올라가기 좋아하고, 거실 창밖을 구경하기 좋아하다보니, 거실 창문 앞에 놓여진 공기청정기는 무척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저희 집 공기청정기는 터치식 버튼이다보니, 전원버튼에 뚜껑을 달고, 3초 이상 눌러야 풀리는 락 기능을 켜고 사용 중입니다.
2017/10/25 - 페트병으로 가전제품 버튼 눌림 방지 장치 만들기. 고양이의 버튼 터치 방지 장치
고양이가 화분위로 올라가 화분 흙을 파낸다거나, 화분의 나무를 딛고 서서 힘겨루기를 하곤 했습니다.
두어번의 시행착오 끝에 페트병을 잘라 화분 주변과 흙 위에 배치했고,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2018/01/20 - 고양이가 화분에 올라가 나무 흔들기 막는 두 번째 방법. 박스테이프로 화분 보호하기
고양이와 에어컨 배관
저희 집 거실 소파 양쪽에는 홈시어터 후방 스피커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소파 등받이에서 스피커 위로 뛰어가기 딱 좋은 높이와 거리라 고양이 뚜기는 저 곳에 자주 올라가곤 했습니다.
스피커 스탠드에 그냥 세워두기만 했던 스피커다보니 고양이가 뛰어올라가면 넘어질 듯 휘청휘청거려 아예 스피커를 뒤로 돌려 눕혀 놓았습니다.
그런데 또 언젠가부터 후방스피커위에 올라가 커튼 뒤에 있던 에어컨 배관의 단열재를 뜯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뜯는 것을 발견하고 떼어 놓아도 또 쪼르르 달려가 단열재를 뜯는데 재미를 붙였더군요.
커피나무 화분에 사용했던, 박스테이프 신공도 에어컨 단열재에는 통하지 않았고, 결국 스피커와 스피커 스탠드를 치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바닥쪽 단열재는 큼직한 액자로 가려두었더니, 더 이상 에어컨 배관에 흥미를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수직 수평, 점프점프!
고양이 뚜기는 저희 집 안방의 배치도 여러번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아침마다 창밖에서 비쳐들어오는 햇볕 사냥을 즐기던 녀석이, 어느순간 벽에 붙여 놓은 책꽂이에 확 꽂혔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책꽂이 위로 올라가 건너편 박스 위에 올려진 스피커 위로 점프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책꽂이와 스피커 사이의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스피커 바로 앞에 벽이 있는데다 발디딜만한 공간이 10*15cm 정도밖에 안되는터라 점프가 꽤 아슬아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결국 스피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결국 오디오 스피커를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점프하는 스릴은 없지만, 그래도 침대 머리맡의 난간으로 걸어와 미니오디오나 스피커 위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곤 합니다.
그렇게 한 번 옮겨 놓은 방에서 평화롭게 지내나 싶었는데, 어느날 살짝 뜯어진 벽지에 꽂힌 뒤로 벽지를 죄다 뜯어내는 사고(?)가 발생, 방의 가구 배치를 다시 바꿔야 했습니다.
2018/03/08 - 고양이가 찢은 실크 벽지 복구하기. 벽지로 퍼즐을 맞추는 고양이 집사의 일상
마눌님이 퇴근하기 전, 가구 배치를 혼자 바꾸려다보니 침대 매트리스는 높이 세워 방문옆에 걸쳐 두었는데, 이 똥꼬발랄한 고양이는 매트리스 위로 후다닥 올라가 집사의 노동을 즐기는군요ㅎㅎ
고양이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 부엌
이렇게 고양이가 새로운 높은 곳을 올라가면 떨어질 만한 물건들을 치우고, 청소를 하여 더 편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한다거나, 가구의 배치를 바꾸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함께 지내다보니 고양이는 높은 곳 자체에도 호기심을 갖지만 높은 곳에 놓여진 물건들에 호기심을 가져 올라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고양이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장소, 바로 부엌입니다.
언젠가부터 고양이 뚜기는 제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에 꽤 흥미를 보였습니다.
몸에 물 닿는 것은 엄청나게 싫어하는 녀석이 물이 많이 튀는 싱크대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발을 딛고 올라서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을 마냥 귀여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서 싱크대 위쪽으로 훌쩍 점프하곤 하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싱크대 위쪽에는 깨지기 쉬운 그릇들과 가위, 포크 등을 비롯한 날카로운 것들이 잔뜩 있을 뿐더러, 심지어 뜨거운 가스레인지도 있는터라 고양이가 올라오는 버릇을 갖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겠다 싶었습니다.
이후에는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 싱크대 옆에 물스프레이를 준비하고 올라오면 바로 뿌려 아래로 쫒았습니다.
사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는 행동이 고양이에게 무척 센 체벌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스프레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싱크대로 점프하는 행동은 절대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싱크대에서만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3~4일 정도 물스프레이로 씨름한 뒤 싱크대 위로 점프하지 않게 되었고, 제가 설거지를 할 때면 언제나 제 근처에 식빵자세로 엎드리거나 제 다리 사이를 8자로 오가는 행동만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때가 가장 민감하게 행동했던 때였는데, 다행히 짧은 기간 안에 제 의도를 파악하고 더 이상 싱크대 위로 올라오지 않는게 참 다행입니다.
이제 앞으로 또 어떤 말썽(?)들을 부릴지 모르겠지만, 행동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보다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지 살피고 원인이 될만한 것들을 제거하는 것도 요령이란 것을 알았으니,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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