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중 맛 본 음식들 - 문어몸국라면, 고기국수, 비빔국수, 갈치,고등어조림

매콤한 진국, 몸국문어라면

12월 30일,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제주공항에 도착하고 렌트카를 빌리고 나니 시간은 이미 오후 4시에 가까워졌고, 배가 무척 출출했습니다.

 

렌트카를 몰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되어 있던 옵서예가 입니다.

 

가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음식 사진들을 보면서, 제주도 가면 한 번 먹어봐야지 싶었고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찾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던 터라 망설임없이 차를 몰았습니다.

 

제주공항에서 4km, 15분 남짓한 거리인데 주택가 골목에 있는 식당입니다.

제주 옵서예가 문어몸국라면

 

'몸국문어라면'이라는 메뉴만 보고 갔던터라, 라면(라멘) 집 스타일을 생각하고 찾아갔는데, 실내는 고기집 분위기였습니다.

점심시간이라기엔 늦었고, 저녁시간이라기엔 이른 애매한 시간이라 손님은 저희 둘만 있었습니다.

제주 옵서예가

 

메뉴판에는 오겹살이나 목살 등의 고기 메뉴들이 있었지만 저희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몸국문어라면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사실 '몸국'이 뭔지 몰랐는데,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에 모자반을 넣어 끓인 제주도 토속음식이라고 합니다.

제주 옵서예가 메뉴

 

잠시 후 도착한 몸국문어라면입니다.

몸국에 라면과 숙주, 문어, 청양 고추 등이 송송 썰어져 있었고, 한 번 끓여 나온터라 불을 올리고 끓으면 바로 먹으면 된다고 하시는군요.

옵서예가 문어몸국라면

 

위에 올려져 있던 고추와 문어를 국물 옆으로 밀어 넣어둔 채 불을 올렸고 잠시 후 몸국문어라면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합니다.

옵서예가 문어몸국라면

 

끓기 시작한 몸국문어라면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앞접시에 옮기고 국물을 따로 담아 옮겨 후루룩 시식을 시작했습니다.

돼지뼈 육수의 진한 맛과 칼칼한 맛이 잘 어우러졌고 숙주가 듬뿍 들어 있어 씹는 식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옵서예가 문어몸국라면

 

전날 숙취가 남아 있던 상태라 남은 국물을 그릇에 싹 옮겨 담아 후루룩 흡입을 했습니다.

국물이 남으면 밥을 볶아먹어도 좋다고 하는데, 해 지기전에 바다 구경을 가야하는터라 밥을 볶아 먹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옵서예가 문어몸국라면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 아저씨에 따르면, 돼지뼈 육수를 삶아내어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 손이 많이 간다고 하는데, 끈적하고 진한 육수맛에서 그런 노고가 느껴집니다.

제주도에서 몸국을 미리 먹어봤더라면, 옵서예가의 몸국문어라면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껴볼텐데, 맛을 비교하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옵서예가의 주인장께서는 누룽지와 누룽지 과자, 강정 등의 간식거리들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계셨습니다.

옵서예가 보리밥 누룽지 과자

 

제주도 까지 와서 찾아준게 고맙다면서 누룽지 과자 한봉지를 서비스로 주셨는데 여느 누룽지처럼 딱딱한 식감이 아닌, 바삭바삭한 스낵의 식감이라 숙소에서 맥주 안주로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

옵서예가 보리밥 누룽지 과자바삭바삭 잘~먹었습니다!

 

저는 '라멘'의 진한 육수도 좋아하고 매콤, 칼칼한 맛은 더 좋아하는데다 전날 숙취가 남아 있던터라 속풀이 국물로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라멘'을 좋아하지 않는 마눌님도 진하고 칼칼한 육수 맛이 인상적었다고 하는데, 바다향이 좀 더 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시하는군요.

굳이 문어몸국라면의 점수를 매겨보면 저는 별 4개 반, 마눌님은 별 4개입니다.

별 5개 만점인데, 라면집 분위기를 상상하고 찾았다가 고기집 분위기라 초반에 살짝 당황했고 주택가라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에서 별을 슬쩍 뺐습니다.

제주도 고기국수 집 - 가시아방

얼마전 TV에서 제주도 고기국수 집에 대한 방송을 보고, 제주도를 가면 고기국수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라멘' 스타일의 돼지뼈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 마눌님은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렇게 고기국수는 이번 여행에서 인연이 없는 것인가 싶었는데, 용눈이오름에서 세찬 바람을 맞고 난 후 고기국수 전문점 가시아방을 찾았습니다.

가시아방 고기국수집

 

용눈이오름을 내려와 막 검색을 해서 찾아간 집이라, 유명한 식당인지 모르고 찾아갔는데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임에도 밖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네요.

소위 '맛집'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게 딱 질색이었지만 딱히 주변에 아는 곳도 없고 해서 번호표를 받고 2~30분 남짓 기다렸습니다.

가시아방 고기국수집

 

작고 길쭉한 가게 안에는 6개 남짓한 테이블이 있네요.

가시아방 실내

 

이곳의 메뉴는 멸치국수, 고기국수, 비빔국수, 돔베고기, 아강발(새끼돼지 족발), 물만두 등이 보였는데 저희는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시켰습니다.

가시아방 메뉴

 

하얀 돼지뼈 국물에 치자로 색을 낸 중면 국수와 돔베고기가 얹혀 나와 있습니다.

가시아방 고기국수

 

비빔국수 역시 중면으로 된 면에 돔베고기 몇 점이 얹어져 나왔네요.

가시아방 비빔국수

 

벽에 붙은 안내문을 쭉 읽다보니 가시아방의 국수는 곱배기 가격을 따로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찬바람을 맞은데다 배까지 고팠던 저는 고기국수 곱배기, 마눌님은 비빔국수 보통을 시켰는데, 벽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곱배기로 바꾸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ㅎㅎ

가시아방 실내

 

벽에 붙은 안내문대로 국수와 돔베고기, 무우김치를 한데 집어 삼합으로 먹어봤는데, 면과 고소하고 쫀득한 돔베고기, 무우 김치의 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차가운 몸을 녹여주는 뜨끈한 진국의 육수는 간이 심심한 편이라 국물만 들이켜보면 살짝 느끼하기도 한데, 함께 먹는 무우김치가 느끼한 맛을 딱 잡아줍니다.

가시아방 고기국수

반찬 중 무우김치만 3번 쯤 추가로 시켰는데, 손님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친절하게 가져다 주어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비주얼은 무척 세보이지만 맵고 짜지 않은 비빔국수 맛도 썩 좋았습니다.

특히 심심한 고기국수면과 육수를 먹다가 비빔국수를 한 젓가락씩 뺏어먹다보니 제 입에는 딱 맞는 느낌이었는데요, 마눌님께서는 중면의 식감이 좀 아쉽다고 합니다.

가시아방 비빔국수

 

출출한 상태에서 두 그릇 쯤은 거뜬히 먹을 것 같았지만 고기국수 곱배기의 양은 생각보다 무척 많았고 중간 중간 비빔면까지 뺏어먹다보니 국수 그릇을 비울 즈음에는 정말 배가 부르더군요.

가시아방 고기국수

 

가시아방 국수집 밖에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집어먹도록 귤박스가 나와 있었는데요, 국수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딱히 손이 가지 않았는데 고기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 안성마춤이더군요.

제주 가시아방

 

가시아방의 국수는 가격도 무척 저렴한데다 맛도 좋았는데, 고기국수에 별 4개반, 비빔국수는 별 3개반을 줍니다.

저는 뺏어먹는 비빔국수의 맛도 좋았는데, 마눌님은 소면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별 반개~1개를 빼는군요.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생선을 무척 좋아하는 마눌님은 제주도에 올때마다 갈치조림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입니다.

반면 비린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는 썩 내키진 않았지만 마눌님이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1월1일, 광치기해변에서의 아쉬운 해돋이를 마치고 1km 남짓 떨어진 맛나식당에 들른 시간은 오전 8시쯤, 소문과 달리 사람들이 몇 안보이길래 어라?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1월1일이라 6시 30분부터 번호표를 나눠주는 상황이었고(보통은 7시30분~8시부터 번호표 배부) 저희는 10시~10시20분쯤 차례가 돌아온다고 합니다.

제주 맛나식당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번호표를 받고 숙소로 돌아와 천천히 짐을 챙긴 후 예약 시간에 맞춰 맛나식당으로 들어왔습니다.

척봐도 꽤 오래된 느낌의 식당 안쪽에는 이미 식사중인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제주 맛나식당 실내

 

맛나식당의 메뉴표입니다.

갈치조림 1만원, 고등어조림 9천원으로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을 섞어 주문해야 한다는데, 메뉴판에 원산지가 빠져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제주 맛나식당 메뉴

 

이미 예약을 한 상태에서 식당에 도착한 터라, 음식은 금새 나왔습니다.

큼직한 접시에 양념이 잘 밴 갈치, 고등어 조립과 무우 고추 등의 비주얼이 인상적입니다.

제주 맛나식당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일단 위에 얹힌 갈치 조림 한 토막을 가져다 먹기 시작했는데, 꽤 실한 갈치토막에 매콤하고 짭잘한 양념이 잘 배어 있습니다.

생선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잘 배인 양념 덕에 오랫만에 갈치 토막을 들고 뼈를 발라가며 먹었습니다.

제주 맛나식당 갈치조림

 

양념이 잘 배인 무우의 맛도 좋았는데, 먹다보니 양념이 좀 센 느낌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조림 접시를 받은 직후에 따뜻한 상태에서는 잘 몰랐는데, 좀 식으면서 짠맛과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제주 맛나식당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고등어 조림 역시 갈치 조림과 마찬가지로 양념이 잘 배어 있었는데 갈치보다는 살짝 비릿한 느낌도 있었지만 꼼꼼히 발라가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주 맛나식당 고등어조림

 

함께 나오는 밑반찬은 양이 부족하면 직접 가져다 먹는 방식인데, 갈치조림, 고등어조림의 양념이 강하여 미역국을 제외한 다른 밑반찬에는 거의 손이 가질 않았고, 오로지 밥에 갈치와 고등어를 얹어 먹었습니다.

맑은 미역국은 조림 양념의 강한 맛을 잡아주었는데, 좀 더 뜨겁게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주 맛나식당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짠맛과 단맛이 강해 아쉽다고 했지만 오랫만에 생선 조림을 잘 먹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나중에는 밥 1공기를 추가(1000원)하여 남아 있는 생선들을 끝까지 해치웠습니다.

제주 맛나식당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맛나식당의 점수를 매기자면 마눌님은 별 4개반(가격대비 별 5개), 저는 별 3개 반입니다.

저는 먹다보면 세게 느껴지는 양념의 짠맛과 단맛 때문에 점수를 좀 깎았는데요, 식당 맞은편 공터가 있어 주차가 편하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사실 여행, 출장 등으로 제주도를 몇 번 찾았지만 제주도에서 딱히 '맛있다'는 음식을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제주도 맛집'으로 검색하고 찾아가 본 집들도 제 입맛에는 그리 와닿지 않았던터라, 제주도의 음식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맛본 음식들은 맛이며 가격면에서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비록 생선을 좋아하는 마눌님의 입맛과 진한 육수의 면을 좋아하는 제 입맛이 달라 각자 매긴 점수는 들쭉날쭉하지만, 서로 다른 취향에도 '평타이상'인 음식점들이었습니다.

 

본 리뷰는 블로거라 티내지 않고,
직접 돈 내고 사먹은 뒤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