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 1년 5개월된 파키라 나무
오늘 얘기는 제 블로그를 통해 종종 소개한 바 있는 심은지 1년 5개월 된 파키라의 분갈이 과정입니다.
이 파키라 화분은 사연이 많은 편입니다.
지난 해 봄, 물관리, 흙관리를 잘못해서 밑둥이 썩어버린 거대 파키라에서 잘라낸 곁가지를 물꽂이하여 뿌리가 났고, 그 가지를 흙에 옮겨 심은 것이 2013년 6월입니다.
일단 뿌리가 난 파키라 가지를 흙에 옮겨 심었더니 기대보다 꽤 튼튼하게 자라주었습니다.
2013/06/06 - 꺽꽂이로 뿌리가 난 파키라 줄기, 화분에 옮겨 심다
2013년 6월에 조심조심 옮겨 심을 당시의 파키라입니다.
거대 파키라의 밑둥이 썩는 워낙 큰 변고를 겪은데서 살아난 잔가지라서 흙에 옮겨 심는 과정도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2013년 6월 심을 당시 파키라
여리여리하던 파키라가지는 이제 꽤 굵어져 어른 손가락 정도의 굵기가 되었습니다.
녹색의 잔가지에 불과하던 파키라 가지, 이 정도 굵기의 파키라 가지 10여개를 물꽂이 했는데, 모두 전멸하고 딱 하나의 파키라 가지에서만 뿌리가 났습니다.
파키라 잎의 중간중간 누렇게 뜨거나 말라버린 자국은 약 한 달 전쯤, 물주는 것을 깜빡 잊고 캠핑을 다녀왔더니 상당수의 잎이 말라 우수수 떨어지는 대참사의 흔적입니다.
한 번 튼튼하게 자리잡은 파키라의 잎이 이렇게 우수수 떨어지는 경우는 정말 드문편인데, 그동안 커피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한 번 화상을 입은 파키라 잎은 재생되지 않고 천천히 떨어진 뒤, 잎이 불어 있던 가지까지 결국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화상을 입어 잎이 떨어지더라도 생장점에서는 또 다른 가지가 꾸준히 올라와 주니 다행입니다.
1년 5개월, 조금 이른 파키라 분갈이
이제 심은지 1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파키라의 분갈이를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파키라 가지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자라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기울여 찍은 것 아님
사실 화분에 파키라를 처음 심을 때부터 가지가 아주 살짝 기울어진 느낌이 있었습니다.
파키라를 화분에 심은 직후 슬쩍 기울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미 흙을 다 덮은 상태였고, 읅을 걷어내려다 자칫 뿌리가 다칠까봐 그냥 두었네요.
살짝 기울어진 정도이니 자라면서 똑바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와 달리 점점 기울어지더군요.
처음엔 아주 살짝 기울었던 파키라
파키라 역시 햇볕을 쪼이는 방향으로 더 잘 자라는터라 기울어진 반대 방향으로 햇볕을 보여주면 일어서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사진에서 보듯 활처럼 휘어버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여름부터 차일피일 미루던 파키라의 분갈이를 날씨가 쌀쌀해진 11월에야 하게되었군요.
어쨌든 분갈이를 위해 바닥에 야외용 매트를 깔았습니다.
분갈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옷걸이를 펴서 만든 막대입니다.
이 막대를 이용해 화분과 단단하게 붙은 흙을 떼어내곤 합니다.
2014/02/03 - 킹벤자민 화분 분갈이 하는 방법. 큰 식물의 분갈이, 요령만 알면 간단!
그런데 이번 파키라 화분은 작은데다 흙을 채운지 불과 1년 5개월밖에 되지 않아 옷걸이 철사를 동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화분 둘레를 주먹으로 퉁퉁퉁 친 뒤
한 손으로 줄기를 잡고 화분을 옆으로 기울이면 그냥 쑥! 빠집니다.
그런데 어라? 생각보다 흙의 양이 적습니다.
왜 이렇게 흙이 적은 거지? 싶어 잠시 기억을 되짚어보니 이 파키라 가지를 처음 심을 당시에는 작은 가지라서 흙은 절반 정도만 채우고 바닥에는 바크를 깔아주었기 때문이네요.
1년 5개월전에는 이것도 많다 싶었는데 그새 흙이 너무 적다 싶을 정도로 자랐습니다.
바크는 화분의 무게를 줄이고 물빠짐을 돕기 위해 애용하고 있습니다.
물빠짐을 좋게할 목적으로 마사토를 바닥에 깔아도 되지만, 역시 부피 대비 무게를 따지면 바크만한게 없네요.
그런데 1년 5개월 동안 물울 줄 때마다 말랐다 젖었다 했을 바크(나무조각)가 전혀 썩지도, 곰팡이도 피지 않은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만큼 물빠짐이 잘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너무 상태가 깨끗하다보니 방부 처리가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드는군요.
이번 분갈이는 파키라의 기울어진 수형을 바로 잡는게 목적이라 사용했던 화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 바닥에 깔았던 바크의 대부분을 걷어냈습니다.
지난 해 파키라를 심을 당시 바크를 깔았던 사진을 보니 화분 높이의 1/3 정도를 깔았던 것 같네요.
흙은 늘 사용하던 혼합토를 주문했습니다.
이 흙을 사용한지 대략 2년이 좀 넘었고 그 동안 꽤 괜찮은 혼합토라 생각했는데, 지난 여름에 시켰던 것부터 시작해 흙의 혼합률이 달라졌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혼합토
같은 업체에서 올해 초 주문했던 흙에는 이렇게 하얀 색의 퍼라이트 조각들이 촘촘했는데, 올 여름부터 주문했던 흙은 퍼라이트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식물 뿌리 같은 코코피트가 덩어리째 나오는 것이 품질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지난 여름 주문했을 때만해도 일시적인 문제인가 싶었는데 여전히 같은 상태인 것으로 보아 다음부터는 흙을 다른 곳에서 시켜야겠습니다.
올해 초 주문했던 혼합토
어쨌든 파키라의 분갈이(흙갈이?)를 위해 흙을 화분의 1/3 정도 깔아 두고
뿌리에 엉켜있던 흙의 일부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겨 털어줍니다.
대략 이정도로 흙을 털어냈는데, 흙이 굳지 않아서 뿌리에 큰 손상없이 쉽게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기울어졌던 파키라의 중심을 잘 잡아 화분에 세우고 화분 주변 빈 자리에 흙을 채웁니다.
뿌리 사이사이에 흙이 많이 빈 상태라면 만들어 두었던 옷걸이 철사나 젓가락으로 쿡쿡 찔러 뿌리 사이사이로 흙을 넣겠지만 이번에는 화분 주변을 퉁퉁 치는 것으로 흙을 채웠습니다.
끈으로 간단히 만들어보는 지지대
화분에 흙을 채우고 파키라를 심는 것으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기울어졌던 파키라 가지가 수직으로 서 있지 않고 힘없이 기울어지는군요.
그대로 두면 쓰러져 버릴 것 같아 끈으로 간단한 지지대를 만들어봤습니다.
집에 있던 마끈을 파키라 가지 밑둥에 두어 번 감아주고
화분 옆에 튀어나와 있는 돌기에 걸어 마끈을 묶었습니다.
마침 이 화분에는 움푹 튀어나온 돌기가 네 방향에 있어 편리하게 사용했는데, 이런게 없다면 화분에 뜨겁게 달군 젓가락 등으로 구멍을 뚫어 끈을 걸었을 듯 싶습니다.
이렇게 세 방향으로 마끈을 걸어 파키라 나무의 뿌리가 튼튼하게 자리잡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으로 모든 작업은 마무리되었습니다.
파키라 잎이 너무 커서 작업한 결과물이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첫 번째 사진에 기울어 있던 가지와 비교해보면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파키라 가지를 처음 심을 때 살짝 기울어 있던 것이 자라면서 점점 더 기울어지게 되었는데요, 좀 더 일찍 방향을 잡아주었더라면 파키라 가지가 활처럼 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나마 피사의 사탑은 저리가라할 정도로 30도 가량 기울어 있던 방향을 바로 잡았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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