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한 KB국민카드의 사과문
저의 주거래은행은 KB국민은행이고 신용카드 역시 KB국민카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혹 지인의 부탁으로 (만들기만하고 두어달 후에 없애도 상관없다는) 신용카드를 만든적도 있지만, 말 그대로 쓰지도 않을 신용카드를 여럿 갖고 있어 좋을게 없다는 생각에 KB 국민카드만 남기고 모두 없애버린 상태입니다.
올해 초,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뉴스 중에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습니다.
1억건이 넘는 신용카드 사용자의 이름, 전화번호, 주민번호, 신용카드 사용 내역, 자택주소에 카드이용금액과 결제계좌 정보까지, 그야말로 싹 털어간 사건이었죠.
저도 KB 국민카드의 정보 유출 확인 페이지에서 조회해보니, 그야말로 싹 다 털렸습니다.
꼼꼼히, 싹 털린 개인정보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은행에는 사용중인 신용카드를 폐기하거나 교체 발급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카드사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된 전담 상담원을 배치하는 등 나름 발빠른(?) 대처를 하더군요.
보안 시스템을 외주를 줄 정도로 보안에 대한 인식이 허술한 카드사에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전화를 받는 일선 상담원들에게 이러쿵 저러쿰 떠들어봐야,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듣지 못할 듯 싶더군요. 사실 상담원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냥 카드 결제 은행 계좌를 바꾸는 정도로 일을 마무리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틀전, 집으로 KB 카드에서 보낸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고객님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우편물, 어차피 다 털린 건 아는 사실인데, 굳이 돈들여 별 내용도 없는 우편물을 보내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름 성의를 보이고 싶어서 그러겠거니...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역시나 내용을 뜯어보면 외주 업체 책임, 원본 파일은 압수되었고 카드 위변조 및 복제에 의한 부정 사용 가능성은 없다는 면피성 내용이군요. 쩝...
KB 국민카드 이메일 명세서에 딸려온 링크
평소 대부분의 명세서를 이메일로 받고 있고 이번달에도 어김없이 KB국민카드에서 이메일 명세서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명세서 아래쪽을 보니 '금융소비자를 위한 개인정보보호 안전수칙'이라는 링크가 걸려 있습니다.
제목 아래 '나의 소중한 개인정보 나 스스로 지켜요!'라는 부제가 달린 링크...
음...이게 뭐지...싶은 생각에 꿈틀합니다.
KB국민카드의 적반하장 개인정보보호 캠페인
링크를 클릭해 들어갔더니 KB국민카드의 사이트로 연결되며 '개인정보보호 캠페인' 실시 안내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뜹니다.
포스터 이미지의 '아들아! 개인정보는 누가 지키지?'라는 큰 글씨가 눈에 띕니다.
이건 도대체...ㅡㅡ;;
제일 큰 글씨로 새겨진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미는군요.
'아들아! 개인정보는 누가 지키지?'
'아버지, 스스로 지켜야 해요!'
스스로 지키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KB국민카드, 불난데 부채질하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함께하는 금융권 개인정보보호 캠페인의 전체 내용, 구구절절히 맞는 내용이긴 합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개인정보와 관련된 포스팅을 여러번 다룬적이 있고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014/01/13 - 스미싱 문자로 악성앱이 깔리는 과정, 스미싱 문자 신고 방법은?
2012/11/01 - 전화번호 요구않는 자동차보험료 비교 조회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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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스로 지켜야 해요'라는 메시지를 다른 곳이 아닌 KB국민카드의 청구서 링크를 통해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군요.
소비자는 스스로 지켜야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작 카드사에서 몽땅 유출된 상황, '아버지 스스로 지켜야 해요!'라는 말을 카드사 당사자가 직접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이 캠페인이 올라온 날짜를 보면 2013년 12월 31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이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고의적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 개인정보는 소비자 스스로 지키라는 캠페인 링크를 당당히 걸어 2월과 3월, 연속 발송하는 KB 국민카드의 패기가 정말 대단하다 싶습니다.
이 캠페인을 보면서 문득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하는데, 현명한 사람은 이를 계기로 이런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던 현오석 부총리가 떠오르는군요.
정보유출 사건으로 떠들썩할때도 굳이 카드사 상담원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전화를 해 긁어부스럼, 불난데 부채질 하지말고 다음 명세서에서 이 링크를 안봤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역시나 KB 국민카드의 상담원은 전화를 받는 제가 무안할 정도로 머리를 낮추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군요.
윗선에 의견을 전하겠다니 다음달 KB 국민카드의 명세서에서는 저 링크가 걸리지 않으리라 믿어봅니다.
(다음달에도 같은 링크가 걸려 있으면 기필코 KB와는 인연을 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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