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사면 TV도 함께 준다는 TV 홈쇼핑?
저희 집은 IPTV를 보고 있지만 TV 홈쇼핑 채널은 모두 삭제한 상태였습니다.
TV 홈쇼핑 채널은 주요 공중파 채널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채널을 돌릴 때마다 홈쇼핑 채널들이 하나씩 나오는게 번거로울 뿐더러, TV 홈쇼핑을 보고 있노라면 전혀 생각이 없던 물건도 나한테 꼭 필요할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아 지름신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주요 홈쇼핑 채널은 모두 삭제해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눌님께서 업무상 용도로 홈쇼핑 채널을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지웠던 홈쇼핑 채널들을 살렸습니다.
덕분에 채널을 돌릴 때마다 쨍알거리는 홈쇼핑 쇼 호스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업무에 필요하다고 하니 그런 불편을 잠시 참기로 했습니다.
저녁 8시 무렵, TV 채널을 돌리다보니 홈쇼핑 채널에서 효도폰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채널 돌리기를 잠시 멈추고 어떤 조건인가 살펴봤더니 효도폰(피쳐폰)을 구매하면 TV를 함께 준다는 조건이었습니다.
LG 전자의 와인폰을 구매하면 LG 전자의 32인치, 42인치 HDTV를 함께 제공하는 조건,
남녀 1쌍의 쇼핑호스트들은 1월 중에는 마지막, 다시 찾아오지 않을 더없이 좋은 기회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좋은 조건'임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50분 무료통화 제공, 피쳐폰 요금이 월 29500원??
그런데 이 피쳐폰은 한달에 29500원 요금제라는군요.
피쳐폰인데 무슨 기본 요금이 3만원에 육박하나 싶어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29500원짜리 요금제는 32인치 HDTV를 선택했을 때 얘기고 42인치로 주문할 경우 7000원이 더해져 월 36500원을 내야한다는 군요.
'아'다르고 '어'다른 것일까요?
피쳐폰(실버폰)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이용요금'이라 생각하고, 무료통화 50분만 제공되는 기본요금이 29500원이면 많이 비싼듯 싶은데, 이 홈쇼핑에서는 월 29500원, 월 36500원 '만' 내면 '요즘 구하기 힘든 피쳐폰을 쓸 수 있고 더불어 TV까지 준다'면서 정말 저렴한, 다시없는 좋은 기회라고 입이 마르도록 선전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SK 텔레콤의 11000원짜리 기본 요금제로 50분을 이용하면 한 달 16400원-부가세별도-입니다)
애넥스 텔레콤의 휴대폰+TV 결합 상품,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TV 홈쇼핑의 쇼 호스트들이 다시 없을 기회라며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있는 이 상품, 바로 애넥스 텔레콤(ANNEX)의 휴대폰과 TV 결합 상품이었습니다.
쇼 호스트들은 방송 내내 시중에서 볼 수 없는 조건이라며 판매가 0원, 가입비+유심비 면제, 기기 반납 없음, 의무 부가 서비스가 없다는 점을 엄청나게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애넥스 텔레콤의 휴대폰 + TV 결합상품은 꽤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을 사면 사은품으로 TV를 준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휴대폰과 TV를 모두 제값을 주고 할부로 사는 것과 마찬가지 상품이라 이슈가 되었던 것이죠.
한 번 문제가 되었던 탓인지, 화면 하단에는 주의 사항이 흘러나옵니다.
일단 '본 상품은 휴대폰과 결합 상품이며'라는 문구가 나오는데요, 문장을 뜯어보면 '본 상품'이란 것은 TV가 되겠죠?.
즉 '이 TV는 휴대폰과 결합 상품'이라는 것으로 문장에서 TV가 '주'인 상품입니다.
하지만 방송내내 쇼호스트들은 요즘 구하기 힘든 피쳐폰을 사면 TV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휴대폰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시 화면 아래쪽에는 작은 글씨로 위약금에 대한 안내도 되고 있습니다.
의무 36개월 사용 조건에 32인치 TV인 경우 잔여일수 * 898원, 42인치 TV인 경우 1108원의 위약금이 붙게 됩니다.
아울러, 복지 할인이 미적용되는 상품이며, 부가세 별도라고 합니다.
이 제약 조건들은 자막으로만 표시될 뿐, 쇼핑 호스트들은 방송 중 절대 언급하지 않습니다.
좀 복잡한가요? 그럼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32인치 TV + 피쳐폰을 구매할 경우 월 29500원에 부가세 10%가 붙어 월 32450원을 36개월동안, 총 116만 8200원을 납부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피쳐폰과 32인치 TV를 합쳐 116만 8200원, 36개월 할부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42인치 TV + 피쳐폰을 구매할 경우 월 36500원에 부가세 10%가 붙어 월40150원을 36개월동안, 총 144만 5400원을 납부하게 됩니다.
역시 피쳐폰과 42인치 TV를 합쳐 144만 5400원, 36개월 할부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32인치, 42인치만 강조하던 TV, 모델명으로 검색해보니
피쳐폰 + TV의 가격을 대충 계산해보고 나니, 그럼 과연 어떤 TV 일지, 제품의 모델명이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한참 지켜봐도, 쇼핑 호스트들은 32인치, 42인치 LG전자의 HDTV임을 반복할 뿐 모델명은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계속 동계 올림픽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부모님께 TV 한 대 놔드리면 얼마나 좋은 효도선물인지 모른다! 는 식의 얘기만 반복할 뿐, TV의 모델명은 절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TV 사양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될 무렵, 깨알같이 작은 글씨가 빽빽한 상세 조건 화면이 흘러나왔습니다.
요금 계산 등은 이미 끝낸 상태라 별로 관심이 없었던 상황, 다음 화면을 기다려봤습니다.
상세 조건의 다음 화면에 추가 구성품 LG 32인치 42인치 HDTV라고 나왔습니다(역시 모델명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헛! 32인치 모델(추가구성품1)은 해상도 1366*768, 추가구성품2는 해상도 1024*768의 PDP모델이군요.
홈쇼핑 방송 내내 'HDTV'라고만 언급했던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습니다. 요즘 일반적인 Full-HD TV가 아닌 HD급 TV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후에도 방송에서는 TV의 정확한 모델명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정확한 모델명을 알아야 저 TV가 시중에서 어느 정도 가격에 팔리는 제품인지 알아볼텐데 말이죠.
계속되는 호기심, 더 자세한 정보를 알 방법은 없나 했는데, 스마트폰으로 TV 홈쇼핑 옆에 새겨진 QR코드를 찍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현재 팔리고 있는 '피쳐폰과 TV 결합 상품'의 상세한 정보가 나오는군요.
QR 코드를 찍고 들어와야 알 수 있는 TV 모델명
(참고로 이 화면은 TV 방송이후에는 삭제되어 찾아볼 수 없는 상태이며 심지어 지나간 방송목록에서도 해당 상품은 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에서 해당 상품을 클릭해 들어가자 비로소 TV의 정확한 모델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LG 32인치 HDTV는 1366*768 해상도의 LED TV였고, LG 42인치 HDTV는 1024*768 해상도의 PDP 모델이었습니다.
마침 해당 홈쇼핑의 웹사이트를 검색해봤더니 32인치 모델이 바로 검색됩니다.
32인치 TV는 해당 쇼핑몰에서 대략 60만원에 판매되고 있네요.
앞서 피쳐폰 + 32인치 HDTV 상품의 가격이 116만 8200원이니 이 제품을 구매하면 사용자는 대략 56만원을 주고 피쳐폰을 구매하는 셈입니다.
42인치 HDTV는 해당 쇼핑몰에서 검색되지 않아 포털을 찾아봤더니 최저가 57만원부터 시작하는군요.
대형 쇼핑몰의 판매가, 67만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사용자는 피쳐폰을 대략 77만원에 구매하는 셈입니다.
같은 기종의 피쳐폰의 온라인 가격을 알아봤더니 할부원금이 10만원(번호이동)~12만원(신규가입, 보상기변)이었습니다.
물론 휴대폰 가격은 그때그때 정책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같은 날 검색해본 가격이니 비교해도 큰 무리가 없겠죠.
따로 사면 같은 모델을 10~12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SK나 KT의 기본 요금제(11000원)에 월 50분 음성통화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매월 요금은 부가세포함 18040원, 36개월을 이용하면 64만9천원 정도의 요금을 물게 됩니다.
쇼핑호스트 두 명이 방송 내내 다시 없는 기회라고 말하던 피쳐폰 + TV 결합상품(이라고 쓰고 피쳐폰 사면 TV 따라온다는 식으로 홍보하던 상품)은 결국 시장에서 SK나 KT 등의 통신사 상품과 TV를 따로 사는 것과 별반 차이 없는 상품이었습니다.
'별반 차이 없다'는 것은, 똑같은 조건으로 따질 때 얘기고, 복지 할인 적용이 되지 않는다거나(복지할인은 기본요금+이용요금의 35%할인,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폰 판매이니만큼 적용받을 수 있는 분들의 비중이 적지 않을 껍니다), 다른 통신사의 24개월 약정보다 1년이 더 긴 36개월 약정에 매이는 점을 계산에 넣으면 따로 사는 것보다 더 나쁜 조건이 됩니다.
메이저 통신사의 상품을 따로 가입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약정 기간이나 복지할인 등의 조건을 따지면 더 나쁜 조건임에도 '다시 없는 기회'라고 방송 내내 떠들어대는 TV 홈쇼핑 업체 과연 이래도 되나 싶더군요.
같은날 저녁,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는 애넥스 텔레콤의 또 다른 결합 상품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과 FULL-HD TV의 결합 상품, 495요금제, 345요금제, 295요금제라는 요금제 상품명도 그럴듯 합니다.
하지만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료음성 50분에 무료 데이터는 제공되지 않고
장애인 복지할인, 국가유공자, 청소년 요금제 혜택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요금제인데도 데이터는 별도로 사서 써야합니다.
그나마 이 홈쇼핑 채널에서는 위약금의 최대 금액을 숫자로 보여주긴 합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면, 피쳐폰과 TV를 따로 사서 보내길
쇼핑 호스트들은 큼직한 TV가 부모님께 최고의 선물이라 계속 멘트를 날렸지만, 가격과 조건을 꼼꼼히 뜯어보면 별정통신사인 애낵스 텔레콤의 TV와 휴대폰 결합 상품은 결국 제 값을 다 내고 사는 것이며 SK나 KT의 피쳐폰과 TV를 따로 사서 보내드리는것 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습니다.
1년이나 긴. 36개월의 약정 기간이나 복지 할인 미적용 등의 조건까지 따지면 더욱 그러합니다.
홈 쇼핑 업체에서는 '이 상품은 휴대폰과 TV의 결합 상품'이라는 점을 '자막을 통해' 소비자에게 충분히 주지시켰다고 하겠지만 방송 내내 '휴대폰을 사면 TV는 사은품'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유도하는 멘트들 일색이었습니다.
계산기 좀 두드릴 줄 아는 저도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니 나이 든 어르신들이 방송을 본다면, 덥썩 물 수 밖에 없을 텐데, 혹시라도 부모님들께서 TV를 사은품으로 주는 휴대폰을 홈쇼핑에서 주문했다고 하면, 실제 가격이나 조건이 어찌되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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