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행사, 무료 와이파이에 팔아버린 개인정보, 그 불편한 진실

무료 와이파이, 경품 행사에 팔려가는 개인정보, 그 불편한 진실

사례 1 : 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사고 계산을 하니 카드 영수증과 함께 '공짜 행운'을 잡으라는 종이 한 장이 딸려옵니다.

 

공짜라는 말에 솔깃해 살펴보니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운권이네요.

 

이런 '행운권'을 받으면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경품은 탐이 나지만 그냥 버리고 마는데요, 바로 뒷면에 깨알같이 적힌 이벤트 안내문 때문입니다.

 

이벤트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 이벤트의 목적은 전화, 문자를 통한 보험 상품 안내 및 보험료 산출, 경품 추첨 및 발송을 위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경품 응모를 위해 적어낸 개인 정보는, 여러 보험사로 넘어가며 보험 가입 권유 전화나 문자가 날아오게 된다는 것이죠.

 

안내문 중 7번이 재미있습니다.

개인정보 처리에 동의한 후라도 처리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데요, 처리 정지 요청은 '서면으로 명확히 밝혀야'한다는군요. 서면으로 밝힌다니, 어디로 가서 서면으로 밝혀야 하는것일까요?

 

자, 옆에는 수집하는 업체명과 개인정보 항목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름, 생년월일, 성별, 휴대폰 번호, 자녀 유무, 차량 유무 등의 정보인데요, 그나마 최근 주민등록번호 신규 수집이 금지되어 주민등록번호는 적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요?

얼마 전까지 만해도 주민등록 번호와 주소까지 적어내라고 했는데, 그에 비하면 많이 완화된 것이긴 합니다.

 

마트 한켠에 설치된 이벤트 응모함에는 이와 같이 개인정보를 적은 행운권들이 수북히 들어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마트에서 마련한 이벤트 응모함은 겉에서 보이지 않는 형태로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그 옆에 있던 영수증 모금용 투명 박스에 마구 집어 넣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거죠. 덕분에 몇몇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사례 2 : 무료 와이파이를 미끼로 하는 개인 정보 수집

저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최근 전화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34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 초에만 해도 업무량이 많아 10만원짜리 요금제를 쓰기도 했는데, 업무 형태가 바뀌다보니 34000원짜리 요금제를 써도 음성통화는 꽤 많이 남는군요.

 

하지만 문제는 100MB에 불과한 데이터양인데요, 54000원짜리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쓸 때와 달리 한달에 100MB는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34000원 요금제로 처음 바꿨던 몇 달전만해도 이걸로 한 달을 버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와이파이가 잘되어 있다보니 충분히 버틸만합니다.

 

물론, 가는 곳마다 개방형 와이파이가 있는지 찾아보는 궁상을 떨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한데요, 제가 이용하는 마트에는 무료 와이파이를 지원합니다. 이렇게 와이파이 설정에서 마트 와이파이를 선택하고

 

브라우저를 띄우면 인증창이 뜨는데요, 여기서는 ID와 비밀번호 등록이 없어도 [1회 이용 인증] 버튼을 클릭하면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버튼을 누른 직후, 해당 마트 안내가 한번 뜨긴하지만, 이 정도면 불편없는 수준입니다. 덕분에 마트안에서 제품 정보나 가격비교 등의 용도로 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LG U+zone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는 접속 절차부터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와이파이 설정에서 해당 AP를 설정하고 브라우저를 띄우면, 일단 광고가 뜨고, 이 광고를 클릭해야 합니다.

 

광고를 클릭하면 사용자 인증 화면이 나오는데요, 사용자의 휴대폰 번호를 요구합니다. 게다가, 정확한 휴대폰 번호인지 확인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로 인증까지 해야 합니다.

 

화면을 들여다보면 경품이벤트 메시지에 휴대폰 번호 관련 문구가 있네요. 혹시라도 와이파이만 사용하려면 휴대폰 번호를 넣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전화 번호를 넣지 않고 [완료] 버튼을 클릭했더니 역시나,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휴대폰 번호 뿐 아니라 서비스 이용 약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항목에 체크를 해야합니다.

둘 중 하나(개인정보 수집)에 체크를 하지 않았더니, 둘 다 동의해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개인정보 수집 약관이 뭔가? 찾아봤더니 이름, 주민번호, 핸드폰 번호, 접속 단말기의 MAC 주소, IP 주소, 쿠키, 방문 일시, 서비스 이용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을 수집한다고 합니다.^[각주:1]

 

이름, 휴대폰 번호와 MAC 주소를 수집한다면 개인 식별용 정보로는 충분합니다. 쿠키, 서비스 이용 기록을 수집하면, 이 사람이 인터넷으로 어디에 접속하는지 식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정보들은 '새로운 서비스, 신상품이나 이벤트 정보등 등 최신 정보의 안내와 업무 제휴 추신지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수집한다고 합니다. 매우 함축적으로 적어놓았는데요, 그냥 광고 및 (타사) 업무 제휴에 사용하겠다는 얘기로 보이는군요.

 

수집한 개인 정보를 사용하는 업체들... 참 다양합니다. 특히, '타사서비스와 결합된 상품에 대하여 부터 읽어보면, 개인정보와 위치 정보를 조합, 활용하여 전화/문자/이메일/우편 등 각종 정보/광고 전송 방법을 통해 전달하는데 동의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네요.

역시나 문장 하나에 함축적이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쉽게 풀면, 사용자가 이 약관에 동의할 경우 업체는 사용자의 이름, 인터넷으로 어디에 접속하는지의 정보, 거주 지역 정보까지 조합하여 여러가지 다양한 광고를 보낼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개인정보, 각자가 지켜야 합니다.

심심하다 싶으면 대형 게임업체, 포털의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들리곤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도대체 정보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라며 혀를 차곤 하죠.

 

하지만 개인 역시 각자의 정보 보안에 소홀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미 공공재가 되어 버린 주민번호는 신규 수집이 금지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지만 경품행사에 생년월일이나 전화번호 등을 스스럼없이 적어주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박스에 넣고 갈 정도로 개인정보 보안에 소홀한 걸 보면서 굳이 업체들만 욕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짜 경품, 무료 와이파이...공짜라고 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개인정보를 제공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판단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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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는 주민번호수집이 금지되어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지만, 얼마전까지 주민번호를 통한 실명인증 과정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