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동계 침낭 리뷰. 동계 캠핑에서 경험한 꽤 괜찮은 보온 성능

동계 캠핑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미 캠핑관련 포스팅을 통해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올해 3월, 캠핑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계 캠핑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캠핑 장비를 사서 단독 캠핑을 나가자'고 말하는 마눌님의 제의에 '친구따라 강남캠핑가는 정도면 됐지 굳이 캠핑 장비들을 직접 사서 단독으로 캠핑을 다니는 건 내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약간의 언쟁(?)이 있었고 백번 양보한 끝에 최소한의 미니멀 캠핑만 하기로 합의했을 정도니, 동계 캠핑이 고려 대상이 아니었음은 당연한 일이었겠죠.

 

하지만, 봄여름가을의 3계절을 보내면서 캠핑의 매력에 푹 빠졌고 급기야 11월, 12월의 동계 캠핑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설마 눈이 쌓인 야외에서 캠핑을 하게 될 줄이야!

동계캠핑을 위해 마련한 저렴한(?) 침낭

봄여름가을의 캠핑에서는 침낭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집에서 쓰는 이불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봄여름가을이야 추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얇은 이불 몇 장을 가지고 다녀도 별 불편이 없었던 것인데요, 얇은 이불이라지만 여러 장을 가지고 다니려니 이불을 챙기고 깔고 쓴 뒤에 털고 다시 챙기는 것도 꽤 고된 일이더군요.

 

더구나 동계캠핑을 준비하다보니 더 이상 이불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생각되어 동계 캠핑용 침낭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캠핑 관련 까페에서 경쟁적으로 판매되던 동계 침낭 몇 가지를 꼼꼼히 비교한 끝에 캠핑 까페를 통해 코보 자이언트 침낭(메이커가 듣보잡이라 이름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듯) 두 개를 질렀습니다.

 

침낭 제품 사양들을 살펴보니 내한 온도가 표시되어 있더군요.

영하 5도, 영하 18도, 영하 30도와 같이 표기되어 있는 내한 온도는, 이 침낭으로 어느정도의 추위에서도 '쾌적하게' 견딜 수 있는 것인지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제가 주문한 침낭에는 무려 영하 30도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하 30도의 강추위에 캠핑을 나갈 생각은 없을 뿐더러 사실 영하 30도에서 이 침낭만으로 버티려는 무모한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침낭의 사양을 비교할 때 참고사항 정도로 생각하는게 나을 듯 싶네요.

동계형 침낭에서 중요한 것은 충진재의 양일텐데, 이 제품에는 2.3kg의 충진재(솜)가 들어있으며 전체 무게는 대략 3.3kg입니다.

 

이것저것 따져보기전에 도착한 날 집에서 침낭을 펼치고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영하 30도의 쾌적 온도(?)를 자랑하는 침낭이라더니, 평소 사용하던 이불보다는 월등히 따뜻하더군요.

침낭에 들어 있는 충진재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불을 쓸 때 생기는 틈새가 침낭을 이용하게 되면 상당부분 막혀 더 따뜻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캠핑때까지 참지 못하고 집에서 사용!

캠핑까페의 공동구매 침낭, 꼼꼼하게 신경 쓴 제품

제가 구매한 침낭은 폈을 때 크기가 210*110cm로 '자이언트 침낭'이라는 이름답게 꽤 큰 편이고 접었을 때의 부피도 꽤 큽니다.

부피가 커서 백패킹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오토캠핑을 다니는 저희에게는 큰 무리가 없네요.

대부분의 침낭이 돌돌말린 형태로 보관하게 됩니다. 이 제품 역시 침낭 파우치에 단단하게 말려 있고 침낭을 펴려면 옆의 고정 클립을 풀고 뚜껑을 열어야 합니다.

 

단단하게 조여있는 입구의 끈을 풀고

 

침낭을 꺼내면 됩니다. 사실 침낭을 꺼내는 것보다 사용 후 침낭을 말아서 주머니에 넣는게 더 큰 일이더군요.

워낙 부피감이 있는 침낭이다 보니 힘주어 둘둘 말아놔도 주머니에 밀어넣는게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었는데 침낭 입구부터 주머니에 꾹꾹 밀어넣는 식의 요령을 3~4번의 실전 사용을 통해 익히고 나니 그나마 수월하게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침낭을 펼친 모습입니다. 일반 사각 침낭보다 너비가 10cm정도 더 큰 것에 불과한데, 꽤 넉넉해 보입니다.

 

침낭 겉과 속의 천이 꽤 얇고 부들부들한 재질이다보니 침낭의 지퍼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찝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퍼 옆에 찝힘 방지용 천이 덧대어 있네요. 지퍼의 재질 역시 굵은 플라스틱 지퍼라 천을 찝을 염려는 적을 듯 합니다.

 

지퍼 끝단에는 벨크로가 달려 있어 지퍼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줍니다.

 

지퍼를 올리고 요렇게 벨크로를 닫아주면 지퍼가 흘러내리지 않게 되는 것이죠.

 

침낭의 머리, 어깨 부분을 조이면 새나가는 열기를 더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침낭의 안감은 면과 나일론 혼방이라고 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침낭의 대부분은 안감이 면 100%라고 되어 있어 살짝 망설였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3~4차례 캠핑에서 사용해보니 우려와 달리 정전기 발생 등의 문제는 겪지 못했습니다.

어디서 들은 바로는 면 100%의 안감은 보풀이 잘 생긴다는 얘기도 있어, 뒤늦게 흐뭇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침낭의 지퍼만 채운 상태로 갤럭시S3와 비교한 두께는 대략 이정도입니다.

갤럭시S3의 너비가 7cm정도이니 침낭 두께는 대략 10cm 정도 되겠네요.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사각침낭이 그러하듯, 이 자이언트 침낭 역시 지퍼를 열어 여러개를 이어 붙여 쓸 수 있습니다.

너비 1m짜리 침낭 두 개를 이어 붙여 놓으니 4인 가족이 넉넉하게 잘 수 있을만한 공간이 나옵니다.

침낭 충진재, 오리털 침낭의 불편한 진실

사실 처음에는 기왕 사는 침낭, 솜보다는 오리털이나 거위털 종류가 좀 비싸도 여러모로 낫지 않겠나 싶어 오리털 침낭을 열심히 알아봤습니다.

따뜻하기로 따지면 화학솜보다 훨씬 낫다는게 중론이었지만 여러가지 단점도 있더군요.

일단, 침낭에서 오리털이 잘 빠지기도 하고, 솜털과 함께 섞어놓은 깃털이 찔러대는게 불편하다는 얘기도 있었고, 관리가 까다롭고,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단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오리털 침낭의 장단점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우연찮게 동영상 한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리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살아있는 오리나 거위를 붙잡고 무자비하게 털을 뜯어내는 식이었습니다.

고통을 줄일 아무런 장치 없이 오리나 거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털을 피부에서 그냥 뜯어내는 방식.

오리나 거위는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 있는 동안 3~4번 털을 뜯긴 후에는 결국 죽게 된다는군요.

 

아래 동영상, 거위털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How to make goose down products)이 제가 본 동영상입니다.

극도로 잔인한 장면들이 담겨 있으므로 비위가 약한 분은 재생 버튼을 누르지마세요.

이 동영상을 보고 오리털 침낭에 두었던 관심이 싹 사라졌고, 앞으로 오리털 점퍼도 쳐다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살펴본 것이, 화학솜 중에서도 기능성 섬유가 들어있는 침낭들입니다.

기능성 섬유라고 하면 섬유 가운데가 비어 섬유 내부에 따뜻한 공기를 품게 되는 중공섬유 계열로 대표적인 제품이 듀폰의 써모라이트죠.

써모라이트를 충진재로 쓴 침낭들에 솔찮이 눈길이 갔고 일반 침낭보다 조금 비싸지만 써모라이트 침낭으로 마음이 거의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써모라이트 역시 여러 단계의 급이 있었고, 자꾸 한계단씩 윗 등급을 보다보니 가격도 저 높이 올라가 있더군요ㅠㅠ

그러다가, '써모라이트건 써모라이트 할아버지건 어차피 화학솜의 보온 능력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충진재(솜)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는지에 따라 보온력이 달라진다.

한겨울에 침낭만 덮고 잘 것이 아니라 밑에 전기 장판을 깔고 속에 핫팩 두어개와 유단포(뜨거운 물을 넣은 팩)을 넣고 지내게 될텐데, 너무 비싼 침낭에 투자하는 것보다 성능 좋은 난로에 투자하는게 낫다'는 얘기에 또 귀가 솔깃하여 개당 6만원 정도의 현재 침낭을 구매했습니다.

 

이런 여러 과정을 거쳐 저렴한 침낭을 구매하면서, 그래도 좀 더 고급 제품을 사야하는게 아닌가 살짝 염려가 되기도 했는데 3~4번의 간절기/동계 캠핑을 다녀보니 이번에 구매한 정도의 침낭으로도 꽤 쾌적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침낭만 덮고 자는 것이 아니라 전기장판과 핫팩 두어개의 조합으로 이용하는 것인데, 텐트 안쪽의 공기는 차갑지만 침낭 속은 따뜻하네요.

 

충진재 재질에 관한 별다른 언급이 없는 침낭도 꽤 쓸만하니 써모라이트와 같은 기능성 충진재를 넣은 침낭들의 성능은 어떨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어차피 지금 구입한 침낭도 몇 년쯤은 끄떡없이 쓸 수 있을만한 품질이라 만족하고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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