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을 밟으면 RPM만 오르고 차는 제대로 나가지 않는 비상 사태!
2002년식 중고 아반떼 XD를 몰면서 간단한 정비와 부품 교체는 직접 해 왔습니다.
아반떼 XD를 통해 자동차에 대해 나름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수많은 부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가끔은 외국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차고가 있는 집에서 직접 차를 뜯고 손보는 취미를 가질 수 있다면 꽤 멋진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증상이 있을 때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부분적으로 정비하는 수준일 뿐이고 그나마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구동 및 제동 계통에는 절대 손대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어 제가 직접 정비하는 부분은 간단한 부품 교체와 같은, 한정된 영역에 불과합니다.
수준이 수준인터라, 잘 달려주던 아반떼 XD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여전히 당황스럽습니다.
아반떼 XD의 상태가 평소와 좀 다르다고 느껴진 것은 얼마전 다녀온 유명산 파크밸리캠핑장에서 였습니다.
엑셀레이터를 밟는 느낌이 평소와 달랐는데요, 기어 변속이 평소 같이 되질 않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RPM만 높아진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80km 정도로 정속주행할 때 2000RPM 정도를 유지하던 평소와 달리 50km에서 이미 2000RPM을 훌쩍 뛰어넘었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RPM만 급격하게 올라갈 뿐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80km까지 속도를 올리려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니 3000RPM을 넘어 3500RPM에 가깝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중립(N)에서 주행(D)나 후진(R)로 변속할 때 평소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쿵! 하는 변속 충격까지 발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꺼번에 겹친 부품 교체 시기, 이제는 미션?
주행거리 2만4천km에 인수한 아반떼 XD가 8만5천km가 된 3~4년 동안 엔진오일, 미션오일, 타이어 등의 소모품만 주기적으로 바꿔왔을 뿐 크게 속을 썩인적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대규모의 부품 교체로 손꼽을만한 것이 삭아버린 머플러를 교체한 정도였으니, 꽤 무던하게 타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3/08/06 - 2002년식 아반떼 XD 머플러 교환, 우렁찬 배기음이 사라지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소모품 교환주기가 겹치면서 아반떼 XD에 꽤 많은 비용이 지출되었습니다.
9월 말, 수명이 다 된 타이어 2개를 교체했고
2013/09/24 - 아반떼 XD, 앙프랑에코 타이어 교체 후기.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11월 말에는 그간 미뤄왔던 배터리를 직접 교체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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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과 며칠 사이에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로터를 교체하는 등, 만만찮은 지출이 있었습니다.
2013/11/30 - 아반떼 XD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로터 교체, 안전을 위한 투자
10만 km가 되기 전에 타이밍 벨트를 바꾸는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어 한 번의 지출은 더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간 신경쓰였던 주요(?) 부품들을 모두 손 본터라 당분간은 크게 신경쓸 일이 없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발생한 이상 증상, 게다가 집에서 100km가량 떨어진 캠핑장에서 이상증상이 발생했으니 여간 당황스러운게 아니더군요.
역시 이렇게 이상증상이 있을 때 찾는 단골정비소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RPM만 높아지고 속도는 오르지 않는다. 시속 80km정도로 속도를 올리려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니 RPM이 3500에 육박한다는 증상을 설명했더니 일단 들어본 증상으로 짐작하면 미션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합니다. 헉!
자동차 변속의 핵심, 트랜스미션(Transmission)
자동차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변속기, 혹은 미션이라 불리는 트랜스미션이 얼마나 중요한 부품인지 알 것입니다.
트랜스미션은 엔진의 출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부품으로 엔진의 회전 속도를 적정 비율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폭스바겐 골프 1600의 트랜스미션 내부 (출처:Wikipedia)
트랜스미션은 사진과 같이 수 많은 톱니바퀴로 이루어져 있어 힘(토크)와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즉, 차가 출발하거나 언덕을 올라갈 때는 보다 힘을 세게 받을 수 있는 톱니바퀴로 물리고 고속 주행에서는 속도를 높이거나 유지할 수 있는 톱니바퀴로 물리는 등의 변속이 이루어지는 장치입니다.
제 아반떼 XD는 자동변속기(오토 트랜스미션)이 달려 있어 운행할 때는 D, 정차시에는 P나 N, 후진때는 R에 놓는 비교적 간단한 조작만 하면 되지만 트랜스미션 내부에서는 저렇게 복잡한 기어가 끊임없이 맞물려가며 차에 적절한 힘을 공급하는 동작을 하게됩니다.
그만큼, 자동차에 있어 트랜스미션은 중요한 장치이며, 이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는 굉장히 큰 고장이라는 뜻입니다.
미션에 이상이 생긴듯 하다는 말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일단은 60km 남짓 더 달려 집까지 무사히 도착해야 하는 것이 먼저였고 단골 정비소 사장님께서는 속도가 안붙는다고 엑셀을 더 밟지 말고, 2000RPM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살살 달려 귀가하라고 합니다.
아울러, 실제로 미션이 고장난 경우라면 고치는데 하루에서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정비소로 오라고 조언합니다.
고장 당시 2000RPM으로 얻을 수 있는 속도는 시속 60km 남짓, 비상등을 켠 상태로 천천히 달려 집까지 귀가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반떼 XD의 미션 교체 비용을 검색해보니 50~60만원 남짓한다고 나오네요.
자동차 보험에 잡혀 있는 제 아반떼 XD의 가격이 200만원을 조금 넘는 정도인데, 50~60만원의 비용을 들여 미션을 교체해야 하나? 싶은 생각과 함께 하필 타이어, 배터리,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로터까지 싹 바꿔놨더니 미션인가 싶은게, 정말 타이밍이 기가막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다음날 저녁 단골 정비소로 차를 입고시켰고 정비사께서는 스캐너를 이용해 어디가 문제인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량 스캐너에 뜬 진단 결과는 '센서 단선'이었습니다.
제발 미션을 교체해야하는, 큰 고장이 아니길 바라며 경황 없던 상황이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마도 '입력축 속도 센서 단선'과 '출력축 속도 센서 단선'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이 고장 코드를 본 정비사께서는 트랜스미션에 연결된 센서(미션 입출력 센서, 혹은 펄스 제네레이터)가 단선된 것이라고 나오니 이 센서를 교체하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아반떼 XD의 미션 입출력 센서는 하나의 케이블에 두 개의 센서가 붙어 있는 부품이더군요. 역시 경황이 없던 상황이라 사진을 찍을 생각도 하지 못한 탓에 자동차 부품 판매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을 가져 왔습니다.
미션 입출력 센서를 교체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꽤 복잡했습니다.
에어크리너 박스를 떼어내고 미션 뒤쪽에 자리잡고 있는 출력축 속도 센서를 교체했고, 아반떼 XD를 리프트로 들어올린 뒤 미션 앞쪽(운전석 타이어 쪽)에 있는 입력축 속도 센서를 교체했습니다.
다행히 미션 입출력 센서를 교체한 후 아반떼 XD의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변속 속도에 이르면 정상적으로 변속이 이루어졌고, 변속시 느껴지던 변속 충격도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정비가 끝난 후 들은 얘기로는 미션에 붙어 있는 입출력 센서가 고장이 나서 변속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는군요.
미션을 교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의 고장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션 입출력 센서의 고장 원인, 임의로 달아놓은 후진 깜빡이 때문?
사실 이 날 겪은 고장은 변속이 되지 않는 문제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바로 방향지시등(깜빡이)이 갑자기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주행 중 변속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방향 지시등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이거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구나 싶었습니다.
급한대로 도로 한 쪽에 차를 세운 뒤 운전석의 퓨즈박스를 열고 퓨즈를 점검해 봤지만 방향지시등의 퓨즈는 정상이더군요.
방향지시등은 들어오지 않지만 다행히 비상등은 작동했기에 방향 전환이나 끼어들기를 할 때 비상등을 켜고 조심조심 달렸습니다.
기어 변속시 작동하는 미션 입출력 센서와 방향지시등이 같은 날 고장이 나다니, 얼핏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기억을 더듬어 지난해 11월에 작업했던 후진깜빡이 DIY가 생각났습니다.
2012/11/22 - 후진시 자동으로 비상등 깜빡이는 8핀 릴레이 DIY
후진 기어를 넣으면 자동으로 비상등이 깜빡이도록 8핀 릴레이를 후진 기어 감지선에 연결한 DIY, 이게 문제가 된 게 아닐까 싶어 정비사께 슬쩍 얘기를 흘렸더니, 후진 기어 선과 직접 연결된 상태이고 미션 입출력 센서와 동시에 고장이 난 것으로 보아 이 릴레이가 문제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릴레이를 떼어낼 것을 권하더군요.
후진 기어를 넣으면 비상등이 들어오는 기능은 1년동안 꽤 유용하게 사용해왔고, 8핀 릴레이 자체는 이상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미션 입출력센서와 방향지시등이 같은 날 함께 고장났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정비사의 권유대로 후진 깜빡이 기능을 위해 달았던 8핀 릴레이까지 떼어냈습니다.
신호 대기시 중립(N) 기어 설정이 미션 수명에 영향을 미칠까?
연식은 오래되었지만 주행거리는 불과 8만5천km에 불과한 아반떼 XD의 트랜스미션에 이상이 생긴 듯 하다는 얘기를 전화로 들었을 때 트랜스미션이 이리 쉽게 고장나는 부품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자동차 관리에 꽤 신경을 쓰는데다 운전을 얌전하게 하는 편이라, 8만5천km에서 트랜스미션에 이상이 생긴다는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죠(물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반떼 XD는 유리미션이란 식의 게시물도 꽤 찾아볼 수 있긴 했습니다)
단지 신경쓰이는 것은 평소 연비 운전을 위해 신호 대기에 걸리면 기어를 주행(D)에서 중립(N)으로 바꾸곤 하는 습관이 영향을 미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꽤 오래 전 어느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 D-N-D로 기어 변속을 하는 것은 분명 트랜스미션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며, 연료비 몇 푼 아끼려다가 트랜스미션의 수명을 단축시켜 목돈이 나가게 되는, 나쁜 습관이란 얘기를 본 기억이 나서 정비사에게 신호대기시 중립 기어 설정이 과연 좋은 습관인지 물어봤습니다.
정비사의 대답은 신호대기시 중립 기어 설정은 연비 뿐 아니라 자동차의 수명에도 좋은 습관이라는군요.
주행(D) 모드로 놓게 되면 자동차는 엑셀레이터를 밟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상황, 신호대기 중 주행(D) 모드로 놓을 경우 차가 앞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풋브레이크를 밟아 억지로 차를 멈춰놓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신호대기에서 기어를 중립(N) 모드로 설정하면 차는 자연스럽게 멈춰있는 상황이니 앞으로 가라고 설정해놓고 브레이크를 밟아 억지로 멈춰놓는 것보다는 분명 바람직한 습관이라는 것이죠.
그럼 D-N-D로 기어 모드를 바꾸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서 발생하는 트랜스미션의 수명 저하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했더니 트랜스미션이란 부품의 기본 역할이 기어 변속, 짧은 시간에 D-N-D 변속을 마구, 계속 반복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신호대기 중 D-N-D를 조작하는 정도로 트랜스미션이 망가질 것까지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트랜스미션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었는데 의외로 가볍게 문제가 해결된 상황,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미션 입출력 센서를 교체한 탓인지 아반떼 XD의 변속 타이밍이 더 빠릿빠릿해 진 느낌이 들었습니다(물론 괜한 플라시보 효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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