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막으려 살펴 본 0505 평생번호. LG유플러스 이용약관을 살펴보니

자동차보험 계약 종료, 주차안심서비스도 종료

얼마전 본가 자동차 보험의 1년 계약이 만기되면서 다른 자동차 보험사로 바꿨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이렉트 보험을 이용하는데, 그 중 3~4곳의 다이렉트 보험 가격을 비교해보니 몇 만원 정도 차이가 있어 바꾸게 되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존 자동차 보험사에서 제공받던 주차안심서비스도 함께 종료된 것입니다.

 

보험사의 주차안심서비스란 0506으로 시작하는 가상의 전화번호를 제공받아 휴대폰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자동차에 사용자의 진짜 전화번호 대신 0506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남겨두어 전화번호 유출을 막는 서비스인데, 저는 약 3년 동안 이 서비스를 이용했고 그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중고차 업자들과 대리운전 스팸문자들이 싹 사라지는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2012/11/09 - 자동차보험사의 가상전화번호 서비스, 멤버십 서비스 중 가장 유용!

가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 유리에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명함이 끼어 있고, 그렇게 명함을 받은 이후에는 스팸 문자들도 빠지지 않고 도착하곤 했는데, 0506으로 시작하는 주차안심서비스 번호를 이용한 이후에는 명함은 받아도(?) 문자는 안받을 수 있었습니다.

가상전화번호서비스를 직접 가입해 봐야지

언젠가 0505, 0506으로 시작하는 번호로는 대리운전을 부를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대리운전을 이용할 일도 거의 없더군요.

어쨌든 이 가상전화번호(평생번호) 서비스는 개인적으로 무척 유용하다 생각했고, 자동차 보험에서 제공받던 것이 종료되었으니 이제 직접 가입해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포털에 '0505 번호 서비스'라고 입력했더니 LG 유플러스에서 제공하는 '개인번호 0505'라는 서비스가 검색되었습니다.

저는 0506보다는 0505가 더 익숙하여 검색을 했고, 마침 0505 서비스 사이트로 들어왔습니다.

 

0505 번호의 이용요금은 얼마일까, 궁금했는데 월1000원, 부가세 포함 1100원입니다.

 

월 1100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다 싶었고, 서비스 가입을 하기로 했습니다.

0505로 시작하는 번호를 받고, 그 번호에 집이나 사무실, 휴대폰 번호를 연결해 두는 일종의 착신전환 서비스인데, 사용자의 실제 전화번호가 바뀌어도 0505 번호는 바뀌지 않으므로 '평생번호'라는 별명이 붙어 있네요.

개인정보 수집, 이용에 무조건 동의해야 서비스 이용 가능

[0505 개인번호 신청] 항목을 클릭했더니 가장 먼저 약관동의 항목이 나옵니다.

사실 대부분의 약관이 읽기 귀찮은 긴 문장에 작은 글씨로 되어 있는데다,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대개는 이용 약관에 군말없이 [동의함]을 체크합니다.

 

그나저나 LG 유플러스의 이용약관은 유난히 좁은 창을 스크롤해서 봐야하는게 불편하네요.

이용약관 다음에 나와있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안내에서는 '이름, ID, 집전화번호, 집주소, 휴대폰번호, 이메일, 주민번호, 신용카드 정보, 은행계좌 정보, 서비스 이용기록, 접속로그, 사용용도, 가입 경로 등' 등을 수집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2014년 8월부터 금지되었다 알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수집하고 있네요.

실제 가입신청 페이지에서도 주민번호 또는 사업자 번호를 입력하게 되어 있는데, 통신 관련 서비스에서는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한 것이라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수집한 정보들은 5년동안 보존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개인정보 취급 위탁동의 항목에는 내 개인정보들을 받는 외부 전문업체들의 목록이 있었는데요, 스크롤을 해도해도 계속 나오길래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결국 화면을 조각조각 모아서 한 장으로 모아봤더니 이렇게 많은 업체들에게 내 개인정보가 제공된다고 합니다.

특히 '통신, 부가서비스 고객유치', '상품판매, CRM 등'이라고 뭉뚱그려진 두 번째 칸의 업체들에는 '상세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라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붙어 있네요.

 

'상세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라는 말에 따라 상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는 고객센터-신청서류양식 페이지 로 들어왔고, 페이지 하단에서 '기업 서비스 군의 서비스 가입 신청 시 개인정보활용 동의서와 같이 제출하셔야 합니다' 라는 안내문을 봤습니다.

 

이 0505 번호 서비스는 기업 서비스 군으로 분류되어 있기에 PDF 형식으로 되어 있는 개인정보활용 동의서를 다운로드해서 봤습니다.

역시 깨알같이 빽빽한 글씨가 인상적이네요.

 

일단 2. 수집이용 목적 항목에 '텔레마케팅이나 광고성 정보전달 포함' 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깨알같은 글씨로 적힌 '텔레마케팅, 광고성 정보 전달 포함'

 

그리고 이 페이지 맨 아래쪽에 '광고전송 동의' 라는 별도의 항목으로 '본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보험, 증권, 부동산, 여가, 예술, IT, 건강, 생활, 쇼핑, 게임, 음악, 교통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 상품의 정보 및 선거홍보 공익광고 등을 전화, SMS, MMS, 해피레터, 이메일, 우편 등으로 전송함에 동의한다'는 항목이 있네요.

당당한 '광고전송 동의'

여기까지 보고나서, LG 유플러스의 0505 서비스 가입을 포기했습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려던 목적이 내 휴대폰 번호를 차 유리에 그대로 노출하지 않으려는 것 이었는데, 이 0505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내 정보를 온갖 업체에 제공하는데 동의해야 하며, 또한 온갖 광고 수신에 동의해야합니다.

 

월 1100원의 비용을 지불하며 전화번호 노출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참으로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요즘 이용 약관들은 정보 수집 범위를 되도록 줄이려고 하거나, 항목들은 많아도 '필수 항목'과 '선택 항목'으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LG 유플러스의 이 약관은 유독 범위가 넓고 뭉뚱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모두 동의해야만 서비스 가입을 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 어떤 서비스를 가입할 때 '모두 동의' 버튼을 한 번 누르는 대신 좀 불편하더라도 '필수' 항목들만 반복해 누르곤 합니다.

하지만 약관의 내용까지 읽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오히려 이 0505 서비스의 약관은 동의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내용을 읽어보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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