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선거운동 스팸문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보니

지방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부쩍 늘어난 선거관련 문자메시지

지방선거일이 가까와 지면서 제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선거관련 문자메시지도 부쩍 늘었습니다.

5월 말이 가까와지면서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한 선거관련 문자메시지는 5월말로 접어들자 하루에 3~5건씩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개의 선거관련 문자메시지들이 각자 주소지의 후보들이 보내죠.

저 역시 제가 살고 있는 지역, 동탄신도시의 후보자들이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동탄에 살지만 제 전화번호를 뿌릴만한 활동(종교, 취미, 여가)을 이 지역에서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 제가 동탄에 사는 사람이란 것은 어찌 알았는지,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수집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가 이미 공공재나 마찬가지처럼 되버린게 현실이니 문자 메시지가 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수집했느냐 물어봐도 별 무소득일 듯 싶었습니다.

 

선거관련 문자메시지 중에는 수신거부를 위한 080 전화번호를 기재한 것들이 있더군요.

선거관련 문자를 받고 싶지 않았던 저는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수신 거부를 했습니다.

 

선거관련 문자메시지에 적혀있는 수신거부 080 전화로 걸었더니 자동응답기가 전화를 받더군요.

대략 '귀하의 전화번호에 대한 수신거부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오고 전화는 딸깍 끊겨서 실제 통화시간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수신거부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날아오는 선거 스팸 문자들

선거관련 문자메시지에 적혀 있던 수신거부 080 전화번호로 수신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같은 번호로 선거관련 문자들은 계속 날아왔습니다.

계속되는 선거 스팸 문자에 문자를 보내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그럴꺼라 생각했지만) 문자 메시지에 대한 답신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또 다음날, 같은 번호로 어김없이 선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수신거부 080 전화번호도 사라진 채 본인 하고 싶은 말만 적어 보냈네요.

 

선거 문자 내용 중에는 선거 공약들이 적혀 오기도 했는데, 그 중에 "공원, 등산, 산책로에 에어컨을 설치하여 깨끗함을 드리겠다"는 뜻 모를 선거 공약도 섞여 있었습니다.

공원, 등산, 산책로에 에어컨을 설치한다??? 무슨 얘기인가 싶어 집으로 날아온 지방선거 투표안내문/선거공보에서 해당 후보의 공약을 읽어봤지만 저런 내용은 없더군요.

 

투표안내문/선거공보를 읽다보니 교육감후보 중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을 갖춘 분도 계시더군요 ㅡㅡㅋ

선거 관련 문자는 스팸이 아니다?

계속 이어지는 선거 스팸 문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까? 싶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불법스팸대응센터에 들어가 봤습니다.

공지사항 중 선거운동정보 관련 Q&A가 있어 읽어봤는데,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전송을 규제하고 있으며 선거관련문자는 영리목적에 해당되지 않아 불법스팸대응센터에서 처리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선거관련 문자 또는 이메일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을 경우 전송된 내용안에 고지된 수신거부의 의사표시 방법을 이용하여 언제든지 수신거부를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82조의5)고 합니다

 

아울러, 수신자의 명시적 수신거부의사에 반하여 선거운동 목적의 정보를 전송하는 행위 등은 선거법에 위반된다며, 자세한 사항은 선거관리위원회로 문의하라고 되어 있네요.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스팸 문자를 신고해보니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오는 문자를 이미 스팸으로 인지하는 상황인데, 법적으로는 스팸이 아니라는군요.

아무튼 법이 그렇다고 하고, 저는 수신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 같은 번호들로부터 선거관련 문자가 도착하고 있으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전화(1390)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상담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 같은 번호로 계속 선거관련 문자가 오고 있으며
• 번호에 적힌 수신거부 080 전화를 걸어 수신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 선거관련 문자가 날아온다
• 해당 번호로 선거관련 문자를 보내지말라는 수신거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계속 문자가 오고 있으며
• 이제는 아예 수신거부를 위한 정보도 없이 선거관련 문자를 보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담원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 수신거부 080 전화를 걸어 거부의사를 밝혔더라도, 해당 후보측에서 부인하면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080 전화로 발신한 내 통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했더니 그 역시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수신거부의사를 밝힌 문자를 해당 번호로 발송했더라도, 역시 해당 후보측에서 못받았다 부인하면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 수신거부 전화번호를 적지 않은 문자 역시, 한 번 발송시 20인 이하인 소량 발송 수단으로인 경우에는 합법적인 것으로, 처벌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대답의 요점은 선거 문자 메시지, 수신거부 전화 발신 내역, 수신거부 문자 발신 내역 정도로는 해당 후보측에서 잡아떼면 증거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방법은 없는 것인가?

 

물었더니 해당 후보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수신거부의사를 밝히고, 통화 내역을 녹음하면 증거로서 효력이 있다며 해당 후보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아울러, 해당 사무실 번호가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화성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031-231-1390)를 하여 해당 후보자와 연락가능한 전화번호를 확인하라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알려준 해당 후보의 사무실로 전화했지만, 역시나 선거 로고송만 흘러나올 뿐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시 화성시선거관리위원회로 전화를 하여 해당후보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화성시선거관리위원회의 담당자는 본인들이 조사하고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후보가 발뺌하면 방법이 없다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담당자와는 달리 꽤 적극적인 반응이었고, 해당 문자 내역과 수신거부 내역 등을 알려준 번호로 보냈습니다.

 

수신거부 080 전화번호의 용도?

그런데 제 휴대폰의 발신내역을 확인하다보니 같은 080 번호로 두 번 발신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선거 스팸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결과 해당 수신 거부 080 전화번호를 같은 당의 시의원 후보와 화성시장 후보가 함께 쓰고 있더군요.

 

080 수신거부 전화를 걸고 난 뒤에 도착한 선거 스팸문자에서 수신거부 방법이 삭제된 문자가 날아오고,

20인 이하로 끊어 발송하는 경우에는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말과 조합해보니

 

080 수신거부 전화는 선거 문자를 안보내는데 쓰이는게 아니라, 20인 단위로 끊어서 보내는 소량 발송 목록을 만드는 수단으로 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선거관련 스팸 문자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응 방법

화성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에게 자료를 모두 보냈고, 해당 직원은 조사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먼저 통화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의 말처럼 선거 관련 스팸 문자로 해당 후보자에게 별다른 처벌이 내려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마눌님과 함께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투표하러 온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뛰겠다는 공약은 줄줄이 내면서, 선거 관련 문자를 받고 싶지 않다는 지역 주민 의견을 가볍게 무시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응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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