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 남원 여행
거의 2주만에 맞는 휴일, 마눌님께서는 오랫만에 맞는 휴일을 그대로 보낼 수 없다면서 여행지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늘 하던대로 여행지 선정 및 여행 일정 전체를 마눌님께서 진행했고, 저는 여행 당일 오전에 일찍 일을 끝내고 운전을 담당했습니다.
그렇게 두어번의 여행지 변경 끝에 이번 여행지는 남원으로 정해졌고, 평일 오전 남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제가 사는 천안에서 남원까지는 약 2시간 20분 거리, 비가 올 것이라던 일기예보와 달리 날씨는 무척 맑고 화창합니다.
마눌님은 남원 켄싱턴 리조트를 숙소로 예약했습니다.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요천변 풍경이 꽤 근사했고 숙소 비용도 저렴하지만, 숙소 시설이 90년대 느낌의 오래되고 낡은 느낌인 점은 함정입니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식사를 마친 후 숙소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찜질방 겸 노천 사우나에서 찜질을 즐기고 돌아오니 벌써 어둑어둑해졌네요.
마눌님께서는 불이 환하게 밝혀진 노천변 산책을 하고 싶어 했지만, 제 체력이 급방전되어 저녁 시간은 고스란히 숙소에서 쉬었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제가 꼭 여행 첫 날 방전된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여행만 유난히 피곤했던 것 같고 다른 때는 쌩쌩했는데 말이죠ㅠㅠ
남원 여행 이튿날 오전, 요천길 산책
첫째 날 저녁을 숙소에서 푹 쉰 덕분인지 다음 날 오전은 체력이 완전히 충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산책을 하지 못한 미안함에 숙소를 일찍 나와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숙소 주차장을 나오면 보이는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를 건너면 요천변 산책로로 들어서게 됩니다.
요천변 산책로에 꾸며진 요천변 꽃단지는 숙소 베란다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아기자기했습니다.
특별한 관광행사가 진행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알록달록한 꽃과 장식물들이 강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가을하늘 처럼 맑고 화창한 하늘에 햇빛은 쨍한데다 간간히 바람까지 불어주는, 오랫만에 느껴보는 맑는 날씨에 알록달록한 꽃을 구경하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꽃밭에 세워진 장식물을 보고 지나던 중 I♥NW 라고 적힌 장식물이 I♥NY(아이러브뉴욕)을 잘못 적었나보다 싶은 생각이 퍼뜩 들었는데, 잠시 후 아이러브남원이라고 적은거구나 싶어 키득거리게 되더군요ㅎㅎ
춘향전의 고장답게 남원에는 춘향과 몽룡이 이곳 저곳에서 보입니다.
그리고 고색창연한 스타일 대신, 보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느낌이라서 편하게 웃으며 바라보게 됩니다.
요천변 산책로는 꽃과 풀이 잘 가꿔진 대신 따가운 햇볕을 피할 나무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요천로 쪽으로 살짝 올라가니 길 양쪽에 늘어선 벚나무들이 만든 근사한 터널이 펼쳐집니다.
넓직하고 편안했던 광한루원
요천변 산책로를 벗어나 올라오니 길건너로 광한루원이 보입니다.
남원에 왔으니 광한루원은 꼭 돌아봐야한다는 마눌님 의견에 따라 길을 건너 갔습니다.
밖에서 보는 광한루원은 다른 지역에서 흔히 봐왔던 고궁이나 사적지와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한루원 입장요금은 성인 1인당 3000원, 단 평일 저녁 시간대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찬스가 있습니다.
사실 마눌님의 어제 저녁 계획은 야경이 근사한 요천변을 산책한 뒤 무료 개방되는 광한루원도 짧게 돌아보려던 것이었다고 하는군요.
광한루원에 들어서자 탁트인 넓은 정원 한쪽의 커다란 나무, 그리고 반대쪽에 고색창연한 춘향과 몽룡 포토존 마네킹이 눈에 들어오고 야외 스피커를 통해 춘향가가 잔잔히(?) 흐르는 분위기입니다.
춘향과 몽룡 포토존 뒤쪽 잔디밭 너머로 완월정이 눈에 들어오는데, 개인적으로는 건물보다는 넓게 탁트인 전경과 커다란 나무들이 더 인상적입니다.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은 거대한 나무는 고령에도 짙은 녹색을 뽐내고 있었는데
연못과 커다란 광한루 건물들을 녹색의 나무사이로 바라보는 뷰가 꽤 근사했습니다.
연지라는 이름의 연못을 건너는 난간없는 다리 이름은 오작교 였는데, 오작교는 예전 전래동화에 나오는 다리 이름이 아니었나? 갸우뚱하면서 건너갔습니다.
평일 오전에 들렀던 광한루원은 간간히 관람객이 들어오는 정도의 한산한 분위기로, 여유있고 편안한 느낌으로 녹색을 한껏 구경하며 천천히 둘러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몽룡 인형은, 마냥 옛날 분위기만 나던 공간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광한루원의 잔디밭 한 켠에 꽂혀 있던 안내문의 문구가 재미있고 인상적이었습니다ㅎㅎ
그렇게 50분 가량 광한루원을 천천히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숙소 베란다에서 눈에 확 띄던 승월교를 건넜습니다.
승월교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힐링을 위한 글귀들도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승월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요천변 산책로와 요천변 꽃단지 풍경이 압권이었습니다.
넓게 탁 트인 하늘과 녹색의 나무, 그리고 요천 산책로에 가꿔진 알록달록한 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밤에 베란다에서 봤던 야경들은 직접 걸어보며 느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마눌님께서는 그동안 왜 남원을 찾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내년 봄에 꼭 남원을 다시 찾겠다고 합니다.
사실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는 얘기는 맘에 드는 여행지에서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 아니냐고 했더니, 이번 남원은 좀 다르다고 하면서, 내년 봄 벚꽃철에는 남원을 꼭 찾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군요.
저 역시 거창한 관광지 분위기가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적잖이 마음에 들었던터라, 내년 봄 마눌님과 함께 다시 찾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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