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고양이 뚜기가 저희 집에 온지 5개월이 넘었고 주먹만한 솜뭉치였던 녀석은 이제 중성화 수술까지 마친, 어른 고양이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고양이가 성장함에 따라 집안 살림 배치나 생활 패턴도 바뀌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물그릇과 밥그릇을 채우며, 화장실 주변의 모래와 먼지를 닦아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사실 이런 규칙적인 일상보다는 고양이가 건드릴만한 것들, 혹은 고양이가 올라갈만한 장소에 위험한 것이 없도록 치우고 살게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뽑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고양이 뚜기는, 언젠가부터 따뜻한 에스프레소 머신 위로 올라와 앉더니 그 위에 걸어 놓은 시계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시계 바늘이 밖으로 노출된 시계는 고양이 뚜기의 공격(?)을 몇 차례 받았고, 혹시라도 시계 바늘을 삼킬까 싶어 유리 덮개가 있는 안방 시계와 자리 바꿈을 했습니다.
키와 덩치가 크면서 점프력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높은 곳을 훌쩍훌쩍 올라가는 것도 일상입니다.
언젠가 부터 냉장고 위에 올라가기 시작했고, 결국 냉장고 위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쌓여 있던 먼지를 깨끗이 닦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냉장고 옆면 자석을 톡톡 건드리며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통에, 자석으로 붙여 두었던 종이들 역시 이제는 모두 떼어낸 상태입니다.
12월31일, 주문진 본가에 데려 왔더니 벽에 붙여 놓은 TV 모서리로 훌쩍 뛰어올라 아슬아슬하게 걷다가 릴테이프 플레이어 위로 뛰어오르는 동작을 반복하며 부모님들의 혼을 쏙 빼놓기도 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고양이가 하는 행동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 보다 고양이의 주의를 다른데로 돌리는게 더 효과적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적극 활용중입니다.
억지로 붙들어 끌어내는 것보다 장난감을 흔들거나 레이저를 비춰 자연스럽게 주의를 돌리게 만드는게 더 효과적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가끔 제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ㅡㅡ;)
커피나무 기둥을 잡고 흔드는데 재미붙인 고양이
얼마전 부터는 커피나무 화분에 올라가 커피나무 기둥을 잡고 길게 스트레칭을 하며 커피나무를 흔들어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사실 11월초에 화분에 올라가 흙을 파내는 행동때문에 화분에 페트병을 잘라 깔아주었고, 이후 흙을 파내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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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을 밟을 때마다 구겨지는 소리와 움찔거리는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화분 흙쪽은 잘 밟지 않는 편이며, 한 두번 밟았다가도 바로 바닥으로 내려오곤 합니다.
그렇게 페트병으로 화분 흙 파는 버릇은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대형 화분의 모서리를 딛고 앞발을 들어 커피나무에 스트레칭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제 제법 덩치가 커진 고양이가 몸을 쭉 뻗어 스트레칭을 반복한 때문인지 커피나무 기둥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기까지 했네요.
사실 화분 모서리를 딛는 행동은 화분 흙에 페트병을 깐 직후에 터득했고, 당시에는 화분 모서리에 라임즙을 발라 효과를 봤는데 이제 라임즙쯤은 무던히 적응한 듯 그냥 딛고 올라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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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커피나무는 겨울초 냉해를 입은 뒤 안방으로 옮겨 가지치기 후 회복 중인데, 고양이가 자꾸 흔들어대니 조마조마합니다.
그나마 사람이 방안에 함께 있을 때 이런 행동을 하는데, 특히 아침마다 안방의 커피나무 화분에 올라가 커피나무를 상대로 스트레칭을 하는 통에 요즘은 아침 잠을 설치곤 합니다.
페트병으로 화분 모서리를 불편하게 만들기
처음에는 팔을 휘저어 화분에서 쫓아내기도 하고, 오뎅꼬치나 레이저 등의 장난감으로 고양이의 주의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커피나무 화분의 모서리를 딛고 커피나무를 흔드는데 재미를 붙였는지, 아침 저녁으로 주기적인 행동이 되다시피 했고 급기야 분무기에 물을 담아 뿜기도 했습니다.
물 스프레이는 고양이를 화분에서 쫓아내는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지속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 스프레이를 내려 놓으면 다시 화분으로 올라가곤 합니다.
해외 자료들을 검색하다 보니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말고 조용히 물만 뿌리라고 하는데, 아침 잠을 설치며 물 스프레이로 쫓아내기를 반복하다보니 짜증이 나서 감정이 실리게 되더군요ㅡㅡ;
좀 더 검색을 해 보니 고양이가 어떤 장소에 가지 못하도록 하려면, 직접적인 제약을 주는 것보다 그 장소를 불편하게 만드는게 좋다고 합니다.
화분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거나 조개껍질이나 작은 돌, 솔방울이나 양면 테이프(끈적거리는 것) 등을 이용해 장소를 불편하게 하라고 합니다.
화분 흙을 파는 버릇을 잡는데 페트병을 이용해 효과를 봤으니, 다시 페트병을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화분 흙위로 페트병을 깔아줄 때는 페트병을 가로로 크게 잘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화분 모서리를 덮어야 하니 작게 잘랐습니다.
먼저 페트병의 뚜껑 부분을 자른 뒤, 절반 정도 되는 부분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페트병 바닥도 잘랐습니다.
이렇게 잘라낸 페트병을 3cm 넓이로 잘라 직사각형 형태로 잘랐습니다.
길게 자를 때는 가위를 이용하는게 편합니다.
잘라낸 페트병 조각의 네 귀퉁이가 뾰족하고 날카로와서 가위로 둥글게 잘랐습니다.
길게 잘라낸 페트병 조각은 글루건으로 화분 모서리에 붙이기 시작합니다.
페트병 조각의 끝부분이 서로 겹치도록 붙여 나갑니다.
뜨거운 글루건으로 페트병에 붙이다보면 페트병이 우그러드는데, 페트병 조각이 볼륨있게 붙어야 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페트병 조각을 화분에 붙인 뒤 다음 조각을 다시 위로 붙여 나가는 식으로 이어나갔고
이렇게 페트병 조각으로 화분 모서리를 둘러주었습니다.
네 귀퉁이가 뾰족한 상태로 붙였더라면 굉장히 거칠었을 텐데, 귀퉁이를 둥글게 자르고 붙였더니 모양새가 생각보다 괜찮네요.
2리터 페트병 3개를 잘라 지름 56cm의 코스트코 대형화분 두 개의 모서리를 모두 둘렀으니 어지간한 크기의 화분은 페트병 한 개 정도면 충분할 듯 싶습니다.
페트병을 잘라내다 날카롭게 잘린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 다듬어 주었습니다.
화분 모서리를 덮은 뒤, 고양이의 행동
페트병 조각을 잘라 화분 모서리를 덮은 뒤, 고양이 뚜기의 행동을 지켜 봤습니다.
일단 평소처럼 몸을 세워 화분 모서리를 잡았고
가볍게 훌쩍 뛰어 화분 모서리를 디뎠는데, 평평하지 않은 페트병의 부피감 때문인지 동작이 부자연스럽습니다.
평소 전혀 흔들림없던 네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겨우 균형을 잡았고
곧 평소처럼 뒷발로 화분 모서리를 딛고 앞발로 커피나무 가지를 잡고 스트레칭을 하나 싶었는데
한 번 몸을 폈다가 뭔가 불편한지 다시 몸을 돌립니다.
안정적으로 딛고 일어섰던 평평한 화분 모서리가 아닌, 볼록하고 울퉁불퉁한 페트병이 붙어 있는게 꽤 불편함을 주는듯 싶습니다.
불안불안하게 화분 모서리의 페트병을 밟고 있다가 결국 화분 흙위에 깔아 놓은 페트병으로 발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페트병은 밟을 때마다 페트병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리는터라, 평소 잘 밟지 않는 곳이다보니 금새 바닥으로 내려와 버리는군요.
평소와 달리 화분 중앙을 밟음
옆에 놓여 있던 킹벤자민 화분 모서리로 옮겨가려고 했는데, 이미 킹벤자민 화분 모서리의 비어있던 부분도 페트병 조각으로 덮어버려 디딜 곳이 마땅찮은 듯 싶습니다.
화분 모서리의 페트병을 밟았다가 화분 흙 위의 페트병을 밟았다가 바닥에 오르내리는 과정을 4~5번쯤 반복하더니 평소와 다른 소리로 짧게 울더니 바닥으로 내려왔습니다.
불편하다옹!!!
화분 모서리를 딛고 커피나무 기둥을 잡고 스트레칭을 시작하면 물 스프레이를 뿌리기 전까지 여러 번 반복하곤 했는데,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을 보니 페트병 조각의 효과는 꽤 좋은 듯 보입니다.
플랜 B를 보여주겠다옹
화분 모서리에 붙인 페트병 조각의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갈지, 좀 지나면 이 페트병 조각에 적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평소 편안하게 즐기던 화분 모서리를 불편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한 셈이고, 고양이 뚜기가 이 불편함에 적응한다면 저도 또 다른 보완책을 생각해 보려 합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고양이와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뜻밖에 장군멍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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