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 넥카라
며칠 전 고양이 뚜기의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예방접종을 하면서 좀 민감한 고양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때문에 중성화 수술을 잘 한다는 근처 동물병원 두어군데를 방문 후 병원을 정하고 일정을 잡았습니다.
암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에 걸린 총 시간은 약 40분 정도, 호흡마취를 한 덕분인지 마취에서 깰 때도 침을 흘린다던가 혀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던가 하는 증상 없이 수술실 밖으로 데려나올 때 조금 졸린듯, 깬 상태로 나왔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수술이 잘 완료되었으며 수술 후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수술 부위를 핧지 않도록 씌워둔 넥카라는 1주일 동안 쓰고 있어야 하며, 감아둔 붕대가 풀리지 않았는지 자주 확인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 고양이 뚜기는 넥카라에 엄청난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마취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비틀거리면서도 머리를 흔들어 넥카라를 벗으려하고 앞발로 넥카라를 계속 쳐내며 한참을 씨름했습니다.
거의 한 시간 남짓 넥카라를 벗으려 씨름한 뒤에도 넥카라는 벗겨지지 않았고, 이윽고 넥카라와의 씨름을 포기했는지 목을 쭉 내밀고 서 있다가
거실에 난방을 해 따뜻해질 때만 들어가는 소파 아래로 들어가 잔뜩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격한 동작은 줄어들어 약간 조는 듯, 릴렉스한 상태가 되었고 저는 힘들겠지만 1주일만 잘 견디자고 콧잔등을 살살 만져주었습니다.
그렇게 고양이를 푹신한 침대위로 올려 재운 뒤 거실 청소를 위해 진공청소기를 켰는데, 잠든 것 같았던 고양이가 갑자기 발작하듯 온몸을 비틀며 날뛰어 여기저기 부딫혔습니다.
평소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던 진공청소기라 별 생각없이, 그것도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상태로 켰음에도 생전 처음보는 격한 반응에 무척 놀랐습니다.
당시 넥카라 거부감이 좀 진정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진정된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가 꾹꾹 쌓인 상태에서 진공청소기 소리가 촉매제 역할을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넥카라 착용 이틀째, 넥카라 포기 결정
어쨌든 넥카라를 하고 있는 1주일은 진공청소기를 돌리면 안되겠다 생각했고, 한 번의 발작(?) 이후에는 좀 잠잠해진 듯 보였습니다.
넥카라 때문인지, 수술 후 감아놓은 붕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걷는 발 동작이 평소보다 무척 크고 부자연스럽더군요.
넥카라를 한 상태에서는 제가 만들어준 급식대를 이용할 수도 없어 좁고 낮은 그릇에 밥을 주었습니다.
물 그릇은 원래부터 넓고 얕은 것으로 마련해 주었던터라 다행히 평소처럼 잘 먹더군요.
걷는 동작이 평소와 다르고, 소파 밑을 더 많이 찾긴 했지만 그래도 중성화 수술 이틀째는 평소처럼 제 무릎위로 올라와 머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지만 목카라에 적응했구나 생각했고, 둘째 날은 무사히 지나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밤 1시가 넘은 시간, 뜨듯한 소파밑에서 잠들어 있던 뚜기는 또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잘 자다가 갑자기 발작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고양이를 몸으로 덮으며 꼭 안아주니 곧 진정하더군요.
역시나 넥카라에 적응한게 아니고 꾹꾹 눌러 참고 있다가 갑자기 터져 나온 것 같았고, 앞으로 6일을 더 채워 두는 것은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밤중에 갑자기 만든 환묘복
첫 날 발작을 일으켰을 때부터 넥카라를 대신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검색해 본 환묘복이 생각났습니다.
덕분에 밤 1시에 뚜기 목에 감았던 넥카라를 풀었고, 마눌님의 레깅스를 가져다 급히 환묘복을 만들어 입혔습니다.
환묘복을 씌우자 처음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는데, 30~40분 정도 소파 밑에 머문 뒤에 평소처럼 침대위로 올라와 잠을 자더군요.
급하고 얼기설기 만든 환묘복이라 아침까지 제대로 입고 있을지 염려되었지만 한밤중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좀 지켜보자 했는데 아침에도 똑바로 입고 있었습니다.
날이 밝으면 정식(?) 환묘복을 사러가려고 했는데, 레깅스 환묘복은 제 고양이에게 무척 잘 맞았기에 계속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만든 레깅스 환묘복은 정말 간단한 구조입니다.
일단 레깅스를 가져다가 고양이 몸 길이에 맞췄습니다.
처음 환묘복을 만들 당시에는 사진을 찍고 할 정신이 없었고, 하루가 지나 문제없이 잘 입는 모습을 보고 여벌로 만드는 과정이라, 사진 속에서는 이미 한 벌 입고 있습니다ㅎㅎ
레깅스의 발가락 끝부분을 잘라냅니다.
고양이 몸길이에 맞춰 레깅스를 잘라냈고
고양이 발을 넣을 수 있도록 레깅스 옆 부분을 잘랐습니다.
레깅스 양쪽에 하나씩 자르고
이렇게 총 4군데 구멍을 냈습니다.
머리쪽은 5cm 정도로 여유를 남겼고 뒤쪽은 2cm 정도로 좀 타이트하게 남겼습니다.
고양이에게 레깅스를 씌우기 위해 레깅스를 안쪽으로 돌돌 말은 뒤
고양이를 무릎 사이에 끼우고 앞다리를 머리쪽으로 붙인 뒤 레깅스를 머리쪽부터 씌웠습니다.
다리를 넣기 위해 잘라낸 부분이 쭉쭉 늘어나면서 꼭 중년의 아저씨가 러닝셔츠를 입은 모양새지만, 아랫배 쪽에 감은 붕대는 충실하게 가려주고 잘 벗겨지지 않으니 제 고양이에게는 무척 실용적인 디자인입니다ㅎㅎ
원래는 몸 전체를 감싸고 다리만 쏙 빠져나오는 형태를 의도했지만 레깅스가 늘어나면서 목과 옆구리쪽이 넉넉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고양이는 넉넉히 드러난 부분을 열심히 그루밍하면서 안정감을 찾는 것 같아 오히려 플러스 요인입니다.
역시나 급하고 허술하게 만들어 볼품없는 모양이지만, 배변에도 문제가 없습니다ㅎㅎ
넥카라를 하고 있을 때는 전혀 사용할 수 없었던 원래의 급식대를 편안하게 다시 사용하는 모습에 저도 한결 편해진 느낌입니다.
넥카라를 벗기고 레깅스 환묘복을 입힌지 이틀째, 제 고양이는 거의 평소와 갈은 행동 패턴을 찾았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입히지 않았을 때와는 동작이 살짝 다르지만, 넥카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느낌입니다.
살 것 같다옹!!!!!
고양이에 따라서는 넥카라보다 환묘복에 거부감을 보이는 녀석들도 있다는데, 제 고양이는 환묘복을 훨씬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루밍을 하면서 레깅스 모서리 부분이 말려 올라가거나 올이 나가기도 해서 한 벌 더 만들어두었는데, 이 정도면 붕대를 풀 1주일은 넉넉히 이용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제 고양이처럼 넥카라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데, 당장 환묘복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레깅스 환묘복을 시도해 볼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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