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끝낸 4년생 부추 화분 분갈이. 척박한 화분에서 살아남은 4년생 부추 분갈이

4계절을 4번 견딘, 강인한 부추 화분

저희 집 거실의 소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화분에는 부추가 심겨져 있습니다.

 

안쪽 지름이 18cm, 높이 20cm 짜리 작은 화분이라 녹색 부추의 양은 얼마되지 않는데다 좀 자랐다 싶으면 싹둑 잘라 간장 양념에 넣어버리다보니 보이는 모습은 딱 이 정도, 혹은 조금 더 긴 정도에 불과합니다.

 

부추를 잘라 낼 때는 흙에서 불과 2cm 남짓한 정도만 남기고 잘라버리는데 얼마간 그냥 내버려 두면 또 녹색의 실부추가 자라올라오는 그런 녀석입니다.

부추 재배 분갈이

사실 제가 거실에서 커피나무와 킹벤자민 등의 식물을 키우기는 하지만, 이런 채소류들에는 소질도, 취미도 없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저 볼품없는 작은 부추화분을 거실에서 계속 기르는 것은, 벌써 심은지 4년째 되는 부추 화분이기 때문입니다.

 

4년 전, 이맘때 커피나무 말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심어보자는 마눌님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부추씨와 상추씨를 주문해 심었던, 바로 그 부추가 아직 꿋꿋하게 살아남았습니다.

2013/06/13 - 베란다 텃밭에 부추와 상추를 심었더니, 텃밭 주인 행세하는 아내

카카오스토리2013년 6월 5일, 마눌님의 카카오스토리

2013년, 꽤 큼직한 스티로폼 박스 여러 개에 심었던 부추는 그 해 가을을 지나면서 여차저차한 이유로 작은 플라스틱 화분 하나만 남겨두었는데, 생명력 하나만은 놀랄만큼 질기더군요.

 

(커피나무에만 관심을 집중하다보니) 물을 제대로 주지 않아 흙이 바싹 마르기도 하고, 바깥과 똑같은 냉골이 되던 한겨울 베란다에 방치해 두었어도 봄이 되면 또 녹색의 부추잎이 돋아나는, 질기고 강한 녀석이었습니다.

부추화분

10분만에 끝낸, 4년생 부추 분갈이

그렇게 관심밖에 놓아두었던 부추 화분이었지만, 결국 며칠 전 분갈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커피나무 분갈이를 하면서 남은 분갈이 흙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지만, 실은 몇 년째 끈질기게 버티고 살아남은 모습이 좀 안쓰러워 커피나무 분갈이 전에 부추 화분도 분갈이 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습니다.

 

일단 화분에서 부추를 뽑아내야 하는데, 작은 플라스틱 화분은 화분 몸통을 돌아가며 꾹꾹 눌러주고 화분을 뒤집기만 하면

부추화분 분갈이

 

화분에서 식물을 통째로, 아주 쉽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부추 뿌리

 

화분 밖으로 나와 있는 부추 잎은 소박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4년동안 작은 화분에서 얽히고 섥힌 부추 뿌리는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부추 뿌리

 

오랫동안 꿋꿋하게 살아남은 부추인 만큼, 이번에는 부피가 4배쯤 되는 화분에 옮겨 심기로 합니다.

일단 밑거름을 섞은 배양토를 화분에 절반 정도 채우고

분갈이 배양토

 

뽑아낸 부추를 흙덩이째 화분에 올렸습니다.

부추 분갈이 배양토

너무 오래된 흙이라 싹 털어내야겠다 생각했지만, 실제 뽑아놓고 보니 얽히고 섥힌 뿌리를 건들지 않고 그냥 올리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부추를 올린 주변의 빈공간에 다시 새 흙을 채워 넣고

분갈이 흙 채우기

 

흙을 다 채운 뒤에는 화분 주변을 돌아가며 손바닥으로 두드려 새 흙이 골고루 채워지도록 합니다.

배양토 부추 분갈이

 

이렇게 10여분도 채 안되어 4년생 부추의 분갈이가 완료됐습니다.

새 부추 화분 옆에 원래 화분을 갖다 놓고 보니 뭐랄까, 더 큰 화분과 새 흙 덕분에 훨씬 더 풍성하고 두꺼운 부추로 자랄 것 같아 든든합니다ㅎㅎ

부추 재배

 

부추는 생명력이 질기기도 하지만, 흙과 햇볕에 대한 반응도 참 빠른 것 같습니다.

분갈이 했던 날 저녁, 삽시간에 끝나긴 했지만 어쨌든 분갈이 하느라 부추줄기의 방향은 제각각 틀어져 있었는데

부추 재배

 

다음 날 오전에 물을 주고 햇볕을 좀 쬐더니 거실 창밖으로 일제히 줄기가 향해 있더군요.

부추 분갈이 재배

왠지 하룻밤 사이에 부추가 부쩍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4년동안 부추를 방치해 보니(?) 부추야말로 식물에 소질없는 분들이 키워볼 만한, 그런 녀석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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