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무 취목하는 방법. 키 큰 베란다 커피나무, 가지치기 대신 취목에 도전

천장에 닿은 커피나무, 취목에 도전

베란다 커피나무 네 그루 중 단 둘만 들여놓았을 뿐인데 커피나무로 가득차 버렸고, 해가 거듭될 수록 커피나무 때문에 더 좁아지는 거실 때문에 요즘은 마눌님의 눈치를 보곤 합니다.

 

3년 5개월 간 폭풍 성장해 준 커피나무를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하고 잘 자라는 가지를 쳐내는 걸 망설인 결과 높이는 천장에 닿아버렸고 옆으로 뻗은 가지도 150cm 쯤 되는군요.

 

내년 봄에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일단 올 겨울에 커피나무 네 그루를 거실로 들이는게 문제입니다.

 

얼마전 저희 집에 놀러 온 동생은 과수원 나무들이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그때그때 가지치기를 잘 해주어야 한다던데, 형은 과수원 하면 절대 안되겠다며 웃더군요.

 

이래뵈도 파키라와 킹벤자민은 정말 과감하게 가지를 쳐냈고, 이제 원하는 수형을 만들어가는 재미도 알아가는데, 씨앗부터 키워온 커피나무는 가지에 손을 대는게 여전히 어렵습니다.

커피나무 베란다 식물

어쨌든 커피나무가 이번 겨울을 거실에서 보내려면 더 이상 위로 뻗지 못하게 가지치기를 해야만 합니다.

 

가지를 쳐내는 방법은 간단한데, 전정가위를 이용해 위로 뻗는 가지를 싹둑 잘라냅니다.

 

잘라낸 가지는 흙에 꽂아 새로운 커피나무 개체로 성장시킬 수 있는데, 저는 커피나무의 가지를 버리는게 아까워 자꾸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2015/07/17 - 커피나무 꺾꽂이 번식에 도전하다. 페트병으로 삽목 화분 만드는 방법

 

이번에는 꺽꽂이 대신 '취목'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취목이란 나무 가지 중간에 상처를 내고 상처 부위에서 뿌리가 나오면 잘라내어 새로운 개체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커피나무 취목 가지치기

취목의 원리가 무엇인지 조사해보니 나무 껍질을 원형으로 잘라냄으로서 위쪽 가지의 잎에서 합성된 영양분이나 발근 호르몬이 하강하는 것을 막아 상처 부위에서 발근을 촉진하는 것이라는군요.

 

한 마디로 세 살 반짜리 커피나무 중간에서 뿌리를 내어 또 다른 세 살 반짜리 커피나무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커피나무 취목 준비물 - 일회용 컵과 흙

취목을 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물이끼(수태)와 비닐을 준비하여 가지에 낸 상처를 물이끼와 비닐로 감은 뒤 축축할 정도로 물을 주는 식인데, 저는 일회용 컵과 흙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커피나무 취목

 

일회용 컵 윗부분을 잘라내고 옆으로도 갈라주었습니다.

플라스틱컵 취목 베란다식물

 

컵 바닥의 중앙을 잘라 커피나무 가지가 들어갈 구멍을 냈습니다.

플라스틱컵 취목 베란다식물

 

컵은 갈라낸 옆면을 이용해 커피나무 가지에 끼울 생각입니다.

잘라낸 컵 바닥이 커피나무 가지에 상처를 내는 것을 막고, 흙이 새는 것을 막기위해 커피나무 가지 중간을 솜으로 두른 뒤 테이프를 감았습니다.

플라스틱컵 취목 베란다식물

커피나무 취목 - 환상박피

이제 본격적인 커피나무 취목이 시작됩니다.

일단 커피나무 가지 둘레를 사진과 같이 칼(라이터로 소독)을 이용해 1cm 간격으로 흠집을 내고 껍질을 갈라냅니다.

커피나무 취목 환상박피

 

커피나무의 겉껍질은 이렇게 위아래 두 줄의 흠집을 내고 수직으로 갈라내기만 하면 쉽게 벗겨집니다.

커피나무 취목 환상박피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고, 커피나무의 속껍질까지 칼로 깎아내는 작업을 해야합니다.

칼집만 내면 쉽게 벗겨지던 겉껍질과 달리 나무 속껍질은 여러번 칼로 깎아내야하는데, 저는 겉껍질의 잘라낸 선을 눌러 준 뒤(1), 위아래에서 연필을 깎듯 깎아냈습니다(2)

커피나무 취목 환상박피

 

사실 지난 여름에 커피나무 취목을 연습하는 의미에서 파키라의 취목을 시도해봤는데, 뿌리가 나지 않아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식물에 칼을 대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다보니 소심하게 겉껍질만 파낸 결과라 생각되어 이번에는 속껍질을 좀 더 과감하게 깎아냈습니다.

커피나무 취목 환상박피

나름 과감하게 깎아낸다고 했는데 작업을 마친 후 사진을 보니 여전히 속껍질을 덜 파낸 느낌이 드는군요.

취목 작업할 커피나무가 두 그루이니 다른 커피나무는 좀 더 과감하게 작업하기로 합니다.

 

어쨌든 줄기 중간의 껍질을 제거한 뒤 잘라두었던 컵을 끼웠습니다.

커피나무 취목

 

잘라낸 컵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테이프로 얼기설기 감았습니다.

커피나무 취목

 

집에 남겨있던 배양토를 컵에 채워주고 흙이 충분히 젖을 정도로 물을 뿌립니다.

뿌리가 날 때까지 흙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자주 보충해야 합니다.

커피나무 취목

 

이렇게 커피나무 한 그루의 취목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의도한 대로 취목이 성공한다면, 2~4주 안에 취목한 부분에서 뿌리가 나게 되며 뿌리가 난 가지 윗부분을 잘라 다른 화분에 옮겨 심으면 됩니다.

커피나무 거실화분

두 번째 커피나무 취목 - 껍질을 좀 더 과감하게

이제 두 번째 커피나무를 취목할 차례입니다.

이 커피나무는 앞선 녀석보다 키가 더 커서 화분 받침을 빼도 천장에 거의 닿아 있습니다.

커피나무 키큰 화분

 

마찬가지로 칼집을 내어 커피나무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커피나무 환상박피

 

같은 방법으로 커피나무의 속껍질까지 깎아냈습니다.

앞서 취목했던 녀석보다 좀 더 과감하게, 초록색 심이 보일 정도까지 속껍질을 깎아냈습니다.

커피나무 환상박피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면 뿌리가 돋아오르는 상황을 관찰하기 쉬울텐데, 플라스틱 용기가 없어서 급한대로 종이컵을 잘라 사용했습니다.

흙을 채우고 물을 주는 과정에서 컵 사이로 자꾸 물이 새길래 글루건을 이용해 잘라진 부분을 때웠습니다.

커피나무 취목

 

취목은 잎과 가지가 완전한 개체를 얻을 수 있고, 뿌리가 나지 않아 실패하더라도 다른 부위에서 취목을 시도하면 되니 비교적 안전한 나무 번식 방법이라고 하는데, 지난 여름에 두 번 정도 시도한 취목에서는 결국 뿌리가 나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커피나무 거실화분 식물

아마도 속껍질을 너무 소심하게 깎아낸 때문이라 생각되는데, 이번에는 두 그루의 커피나무를 다르게 깎아냈으니 어떤식으로든 결과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장은 커피나무의 키가 더 이상 크지 못하도록 하는게 목적이고, 윗 가지를 잘라서 버리는게 아까와 취목을 시도한 것인 만큼 실패하더라도 아쉬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려 화분에 옮겨심는 과정을 포스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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