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자동차 보험 용어들, 3년차의 설명
2010년 10월 말, 중고 아반떼 XD를 구입하면서 자동차 보험이란 걸 처음 들었으니 이제 곧 3번째 자동차 보험 갱신을 해야할 시기인데요, 갱신 날짜를 한 달쯤 남긴 9월말이 되면 각 자동차 보험사에서 보험 권유 전화와 문자가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자동차 보험을 들 첫 해에는 다이렉트 보험임에도 100만원이 조금 넘어가는 금액에 입이 떡 벌어졌는데요(700만원짜리 중고차 한 대 샀더니 보험료가 100만원ㅠㅠ), 가입 경력이 쌓이고 자차(자기차량손해)를 빼버리면서 자그나마 부담이 줄어들었네요.
단순 숫자 비교는 곧잘 하는 편이라 다이렉트 보험을 통해 가입을 해도 큰 무리가 없었고, 지난해 부터는 본가와 처가까지, 총 세 집의 자동차 보험 확인 및 갱신 임무를 맡게 되면서 자동차 보험의 각 항목에 대해 조금 더 관심있게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첫 해엔 통 알아들을 수 없었던 자동차보험 가입 화면
자동차 보험 갱신을 위해 각종 옵션들을 읽다보면 쉽게 결정을 내렸던 항목보다는 꽤 고민을 하게 만드는 항목들이 많고, 가끔은 읽어도 뭔지 모를 내용도 있는데요,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물론, 여기 얘기는 차량 가액이 무척이나 저렴한 제 중고 아반떼 XD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각 항목들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시고 어떤 옵션을 붙이고 뺄 것인지의 판단은 각자 차량이나 운전 성향에 맞춰 하세요.
1. 자기차량손해(자차)
자기 차에 손상이 발생했을 때 보상을 받는 옵션이 자기차량손해(자차)입니다.
2002년식 중고 아반떼XD의 올해 차량 가액은 378만원, 이를 기준으로 자기차량손해 비용은 13만4천원이었습니다.
자차를 제외한 보험액이 38만원 가량되니 전체 보험 금액의 25%가량이나 차지하고 있는데요, 378만원 짜리 차량에 13만 4천원짜리 자차 보험은 영 어울리지 않는 금액이라 가장 먼저 빼버렸습니다.
3450만원짜리 차의 자차가 43만원, 380만원짜리 내차는 13만원 @,.@;;
참고로 요즘 괜히 눈길을 주고 있는 BMW1시리즈, 3450만원짜리 새 차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뽑아 봤더니 자차 비용이 42만9천원이군요. 이에 비해 378만원짜리 차량에 13만 4천원의 자차 비용이 붙는다는건, 여러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산정 기준입니다.
2. 물적사고할증기준금액
한 해동안 무사고 운행을 할 경우, 다음 해 보험료가 얼마간 할인됩니다. 반면, 사고가 나서 사고 처리비가 발생하면 다음 해 보험료가 오르거나 할인이 유예되는 데요, 물적사고할증기준금액은 사고 처리비 발생시 보험료 인상의 기준이 되는 금액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이 금액이 50만원으로 딱 정해져 있었는데, 차값이 비싸지면서 왠만한 사고에도 처리비용이 50만원을 훌쩍 넘어갔고, 덩달아 다음해 보험료도 올라가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여 2010년 부터 보험 계약시 물적사고할증기준금액을 50/100/150/200만원 중 한 가지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사고 금액에 따라 다음해 보험료 인상 여부가 결정됩니다(물적사고할증기준금액을 높게 잡으면 보험료가 약간(5000원~20000원) 올라갑니다)
사고금액 |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선택) | |||
50만원 |
100만원 |
150만원 |
200만원 | |
50만원 이하 |
할증안됨, 3년간 할인유예 |
할증안됨, 3년간 할인유예 |
할증안됨, 3년간 할인유예 |
할증안됨, 3년간 할인유예 |
50만원~100만원 |
할증 | |||
100만원~150만원 |
할증 | |||
150만원~200만원 |
할증 | |||
200만원 초과 |
할증 |
요즘은 200만원으로 설정할 것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고 처리 비용이 큰 사고가 났을 때는 유리합니다.
사고 처리 비용이 150만원인 경우,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이 50만원이라면 다음해 보험료가 올라가지만, 200만원으로 설정해두었다면 보험료 할증이 되지 않는 식이죠.
할증기준 금액을 높이 잡는 것이 만사 OK는 아니며, 작은 사고에는 오히려 불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 중에는 누군가 세워둔 차를 긁고 가버려 수리 견적을 냈더니 45만원 가량 나왔는데, 물적사고할증기준금액이 200만원이라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물적사고 할증기준별 자기 부담금 때문인데요, 할증기준금액을 50만원으로 설정했더라면, 수리비 45만원 중 자기부담률 20%, 9만원만 부담하고 보험처리를 하면 되지만, 200만원으로 들어놓은터라 최소자기부담금, 20만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 |
50만원 |
100만원 |
150만원 |
200만원 |
자기부담률 |
손해액의 20% |
손해액의 20% |
손해액의 20% |
손해액의 20%, 30% 선택 |
최소 자기부담금 |
5만원 |
10만원 |
15만원 |
20만원 (30만원) |
최대 자기부담금 |
50만원 |
50만원 |
50만원 |
50만원 (100만원) |
최소 자기부담금이나 자기부담률을 적용하는 의도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내면서도 수리를 하려니 수리비의 절반 가까운 비용을 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럼, 할증기준금액을 어떻게 정하면 될까요? 간단히 말하면, 운전이 미숙하거나 비싼 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200만원을, 운전이 능숙하거나 차 값이 저렴한 사람은 50만원을 선택하면 쉽습니다. 다음은 보험사에서 얘기하는 기준입니다.
저는 나름 운전을 조심스럽게 하는데다 자차를 빼버릴 정도로 차량 가액이 낮은터라 물적사고할증기준금액 역시 50만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물론, 이 금액은 상대방 차량에 피해 보상을 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금액이므로 운전 숙련도나 성향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3. 대물배상
요즘 길에 흔하디 흔한 것이 외제차입니다. 비싼 가격 만큼이나 간단한 접촉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은데요, 운전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던 2년전 여름, 일때문에 강남의 어떤 빌라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수퍼카들을 보며 머리가 쭈뼛하게 서는 걸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대물 배상을 5억, 10억까지 잡을 수 있는데요, 저는 5억으로 설정했습니다. 1억과 5억의 보험 비용 차이는 단 몇 천원 밖에 되지 않았고 덕분에 제 차 앞에 끼어든 외제차(포르쉐)와 거리를 두라는 마눌님의 걱정에도 "괜찮아, 5억까지 보상되"라며 한껏 허세를 부릴 수 있습니다.
4. 자기신체사고 VS 자동차 상해
자기신체사고(자손)과 자동차상해(자상) 역시 고민을 하게 되는 옵션이었는데요, 두 옵션 모두 자동차 사고로 사망, 부상, 후유 장애가 발생시 보상을 해주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상해 옵션은 보험료가 좀 비싼 대신 (2~5만원선) 휴업손해, 위자료, 통원비, 향후 치료비까지 보장받는, 보다 강화된 옵션입니다.
보험료 절약을 위해 둘다 들지 않는다면 모를까, 보장을 위해 든다면 비싸도 자동차상해 옵션으로 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입한 보험사 자료에 따르면 53:47정도로, 저렴한 자기신체사고 옵션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보상 예시를 보면 같은 사고라도 자상의 보장 내용이 훨씬 좋음을 알 수 있습니다(물론 무사고가 최고긴 합니다)
같은 사고라도, 특약에 따라 보상 내용은 천차만별
5. 블랙박스 할인, 법률비용지원 옵션
블랙박스를 달면 보험료 할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저는 차를 산지 얼마되지 않아 13만원짜리 블랙박스를 달고 보험료 할인을 받아왔는데요, 4%의 보험료 할인이 되니 3년차 보험까지 따져보면 대략 8만원 정도를 할인 받았습니다. 몇 년 더 쓰면 블랙박스 값은 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사고가 날 경우 형사합의금, 변호사비용, 벌금 등을 지원받는 법률비용지원 옵션도 들어두었는데요, 자차 비용 14만원을 빼서 자동차 상해 옵션, 법률비용지원 등 5만원 정도의 옵션을 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듯 합니다. 자동차보험의 법률비용지원 옵션은 요즘 케이블 TV에서 뻔질나게 선전하는 운전자보험보다 훨씬 저렴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무사고, 안전 운전이 최고!
어차피 자동차 보험이란게 사고 없이 지나가면 그냥 사라지는 비용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값싼 옵션만 붙일 수도 없는 일이라 갈등을 많이 했는데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해보셨던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각종 옵션이나 특약을 넣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운전입니다. 사고 내지 않고, 법규 위반 사항이 없으면 다음해 자동차 보험료 산정에서 유리해집니다.
11Z 등급으로 처음 시작했던 저는 두 번의 갱신 기간동안 무사고라 13Z 등급으로 올라갔으며, 교통 법규도 잘 지켜 법규 위반 등급도 할인 그룹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무사고, 안전 운전이 최고
사실 자동차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핑계로(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해마다 '할증'은 더 강하게, '할인'은 더 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위의 '법규위반등급'은 '할인' 보다는 '할증'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이런 자동차 보험사들로 부터 내 지갑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사고, 안전 운전이라는 점 명심하세요!
PS: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써놓고 보니 참 말이 길어졌네요. 원래 의도는 자동차 보험 견적 비교 과정도 넣으려 했지만, 너무 길어져 다음으로 미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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