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자락에서 발견한 비밀의 화원, 계룡저수지 산책로

시끄러운 동학사 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계룡저수지 산책로

4월 중순에 다녀온 계룡산 동학사 오토 캠핑장에서의 하루는, 벚꽃 축제를 가장한 풍물 시장에서 퍼져나오는 엄청난 양의 각설이 타령과 뽕짝 메들리 덕분에 하루종일 귀가 먹먹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벚꽃을 비롯한 각종 초록빛이 파릇파릇하게 올라오는 시기였고 이런 구경 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저희는 국도를 통해 주변을 조금 더 구경하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갑사로를 통해 이동하던 중 얼핏 봐도 꽤 거대한 저수지, 혹은 댐이 길옆으로 펼쳐지는군요.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길 옆의 안전 지대에 차를 세우고(내리막 길이라 길 옆에 안전지대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꽤 큰 저수지입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저수지 건너편으로 가는 길은 보이는데, 이쪽의 들어가는 입구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차를 세웠던 저수지에서 20m정도 내려가면 들어가는 입구가 있더군요. 꽤 넓직한 주차장까지 마련되어 있었지만 가타부타 아무런 표지판이 없어서, 과연 여기 차를 세워도 되는 곳인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높다란 둑방에는 나무 계단과 더불어 펜스까지 보기 좋게 쳐져있었고, 둑방 잔디도 분명 관리되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기가 들어가도 되는 곳인지 살짝 망설이던 저희는, 이렇게까지 꾸며 놓은 것을 보면, 분명 들어가도 되는 곳일꺼다...는 생각으로 둑방 위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둑방위로 올라오니 역시 거대한 저수지가 펼쳐졌고 저수지 너머로 위풍당당한 계룡산이 보입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둑방 저~~~쪽에는 뭔가 둥그런 구조물이 서 있네요.

저수지 관리소라고 하기엔 둥근 공 모양의 구조물이 꽤 재미있게 보이는군요.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구조물 바로 옆에 가니, 비로소 이 장소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계룡저수지 친수공간', 이 저수지의 이름은 계룡저수지였고 저수지 주변을 따라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네요.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그리고 이곳은 계룡저수지 전망대라는 이름이 불어 있었습니다.

1층은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있고 2층은 전망대 용도로 만들어 놓은 듯 싶었는데, 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비밀의 화원을 걷는 기분, 계룡저수지 산책로

문이 잠긴 저수지 전망대는 별로 볼 것이 없었지만(굳이 전망대를 올라가지 않아도 넓은 저수지는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 옆으로 나 있는 나무 산책로를 따라가보니, 무척 근사한 전망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물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마저드는 좁다란 길, 따라가보았습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물 위로 만들어진 나무 산책로가 펼쳐지는군요.

저수지 자락의 나무들이 머리위로 드리우는, 무척 근사한 산책로입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중간중간 물속에 잠긴 나무들도 보이는데, 이런 나무들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물속에서 올라온 나뭇가지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깝습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오지 다큐멘터리에서는 물속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길을 가다가 우연찮게 들어선 산책로에서 보는 물속 나무들은 무척 새로운 느낌입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잘 꾸며 놓았지만 진입로 표지판 하나 없어

마음 같아서는 계룡저수지 산책로 일주를 하고 싶었지만, 해가 저물기전에 집으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이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산책로의 일부만 들어갔다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둑방 아래쪽을 살펴보니 축구장을 비롯한 깔끔한 공원 시설이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조성된 느낌입니다.

하지만 사람하나 없는 을씨년 스러운 모습이 아쉬웠고, 훌륭한 공원 시설을 갖춰놨지만 돌아오는 길에 살펴본 주변 환경은 굳이 이런 시설까지 휴식하러 필요는 없을 듯한, 전형적인 시골 풍경입니다.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그렇다면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할텐데, 글 초입에 썼던 것 처럼 이곳은 들어오는 입구를 찾기도 어려웠고, 넓은 주차장 시설은 있지만 이곳이 어디인지 안내하는 표지만이나 안내시설이 전혀 없어 '여기 들어가도 되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산책로가 비밀의 화원이 되어버린듯한 느낌이 들어 안타깝더군요.

계룡산 계룡저수지 저수지 산책로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계룡저수지의 산책로와 공원 시설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시설이라고 합니다.

생전 갈 일이 없을 것 같았던 4대강 사업 관련 시설을 캠핑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주 만나게 됩니다.

동강리 오토 캠핑장, 이포보 오토 캠핑장, 이포보 캠핑장 주변의 이포보 전망대 등은 모두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시설이죠.

 

이런 시설들의 공통점이라면 시설 자체는 무척 훌륭하게 꾸며놨지만 이용객이 적은 것이라 할까요. 그나마 캠핑장은 주말에 사람들이 몰린다지만 이포보 캠핑장을 갔다가 들러본 이포보 전망대 시설은 전망이나 시설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함에도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때문에 오래 머물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첫 단독 캠핑을 떠났던 동강리 오토 캠핑장에서 만났던 동네 아저씨 한분이 생각나네요.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분인듯 싶었는데, '툭하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텐트를 쳤다가 떠나곤 하던데, 도대체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는 질문, 그만큼 이런 시설들이 지역 주민들과 교감없이 진행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정말 우연찮게 지나게 된 계룡저수지 친수공간의 산책로는, 계룡산을 지날 길이 있는 분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입니다.

갑사로를 지나다가 옆에 커다란 저수지가 보이면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비밀의 화원 입구를 찾아보세요.

표지판도 없어 입구를 찾기 힘들지만 운좋게 입구를 찾고 비밀의 화원 산책로를 걷다보면, 분명 찾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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