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파워 서플라이, 결국 비싸지 않은 이유

비싼 파워 서플라이가 비싸지 않다니, 뭔 소리지?

지난 주 포스팅한 '저렴한 파워 서플라이, 평생 무상 보증이 무의미한 이유'란 글의 말미에, 비싼 파워 서플라이가 오히려 싸게 먹힌다는 알쏭달쏭한 얘기를 했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비싼(고급) 파워 서플라이는 초기 구입 비용은 비쌉니다.

 

하지만 이 초기 비용은 오래 사용할 수록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뻥파워는 컴퓨터의 다른 부품까지 못쓰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뻥파워가 뻥~터지면서 혼자 사망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메인보드나 하드디스크 등 다른 부품까지 함께 끌고갈 때가 많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함께 끌고간 부품이 하드디스크라면, 재앙에 가까운 패닉을 겪게 되죠.

뻥파워 80plus 파워서플라이 PSU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1만5천원짜리 뻥파워

 

꽤 오래전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뻥파워'의 최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만오천원짜리 뻥파워 사진입니다.

개인적으로, 1~2만원대 파워 서플라이는 대부분 '뻥파워'라고 생각합니다.

 

이 뻥파워는 코일이 새까맣게 타올랐고(1), 이 열로 인해 냉각팬의 전선을 감싸고 있던 투명 비닐 커버 역시 불붙기 일보 직전까지 까맣게 그슬렸습니다(2).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경우인데, 화재가 났다면 이로 인한 재산과 인명 피해까지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 뻥파워입니다.

좋은 파워 서플라이는 업그레이드에 민감하지 않다

컴퓨터를 몇 년쯤 쓰다 보면 성능 향상을 위해 업그레이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좋은 파워 서플라이를 골랐다면, 다른 부품을 업그레이드 해야할 때도 파워 서플라이는 바꾸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뻥파워 80plus 파워서플라이 PSU몇 번의 업그레이드에도 꿋꿋이 현역으로 활동중인, 8년차 파워 서플라이

 

사진의 파워 서플라이는 2004년 쯤, 펜티엄4 컴퓨터를 조립할 때 구입했던 에너맥스 EG385P-VHB라는 파워 서플라이인데요, 이후 컴퓨터의 CPU와 메인보드를 두세 번 업그레이드할 동안 파워 서플라이는 교체없이 잘 사용했고, 구입한 지 8년 다되어가는 2012년 12월 현재도 본가의 웹 서핑용 컴퓨터에서 현역 활동중입니다.

오래 쓸 수록 전기 요금 절약

파워 서플라이의 효율

파워 서플라이의 주 역할은 가정용 220볼트 교류 전기(AC)를 컴퓨터의 각 부품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전압의 직류(DC)로 변환하는 것입니다.

파워 서플라이에 입력된 교류 전류가 전부 직류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일부는 열로 손실됩니다.

 

좋은 파워 서플라이는 교류-직류 변환 과정에서 손실이 적고 이를 '효율이 높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필요한 전력량이 100와트일 때, 효율 80%짜리 파워 서플라이는 125와트를 입력받아 100와트를 만들어내지만, 65%짜리 파워 서플라이는 140와트가 필요합니다.

뻥파워 80plus 파워서플라이 PSU

 

이런 파워 서플라이의 효율때문에 같은 컴퓨터를, 같은 시간동안 쓰더라도 어떤 파워 서플라이가 달려있느냐에 따라 전기 요금에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덕분에 요즘 파워 서플라이의 제품 광고에서는, % 단위의 효율을 홍보하는 제품들도 많습니다.

뻥파워 80plus 파워서플라이 PSU

이 표의 파워 서플라이는 흔히 500와트 파워라 불리는 제품으로 직류 100와트를 만드는데 교류 121와트, 253와트를 만드는데 298와트, 498와트를 만드는데 614와트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대개 효율 80% 이상의 제품이라면 괜찮은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뻥파워의 효율은 어느정도일까요? 사실 뻥파워 중 위와 같은 전력 효율을 밝히고 있는 제품을 본적이 없는데다, 시중에 나와 있는 벤치마크 테스트 자료들도 최소 4~5만원 이상의 파워 서플라이에 국한되어 있을 뿐입니다. 대략 60~70% 사이를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짐작할 뿐입니다.

 

고용량 파워 서플라이는 전기를 많이 잡아 먹는다?

초보자들이 파워 서플라이에 대한 잘못 알기 쉬운 상식이, 고용량 파워 서플라이를 쓰면 전기도 많이 먹을 것이라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즉, 400와트 파워 서플라이라면 500와트 파워 서플라이보다 덜 먹는거 아니냐는 논리인데요,

 

최고 시속 180km의 자동차가 늘 180km로 달리는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500와트 파워 서플라이라고 하여 늘 500와트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워 서플라이는 컴퓨터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전력을 만들어 냅니다.

 

흔히 말하는 500와트 파워, 600와트 파워는 해당 제품의 최대 전력량을 표기한 것입니다. 이 차의 최고 시속은 180km, 220km라고 표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됩니다.

 

컴퓨터의 전력 소모량을 좌우하는 것은 컴퓨터의 부품 사양으로 워드나 인터넷 위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업무용 컴퓨터라면 80~150와트 정도의 전력을 소비하며, 고사양 3D 게임도 무난히 소화하는 고급 그래픽 카드와 CPU가 장착된 컴퓨터는 200~400와트 정도를 소비합니다.

 

같은 컴퓨터도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전력 소모량에 차이가 있습니다.

컴퓨터가 부팅될 때, 부팅 후 가만히 놔둘때, 고사양의 3D 게임을 돌릴때의 전력 소모량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80PLUS 인증 제품

같은 조건이라면 전력 효율이 높은 파워 서플라이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제품에 표시된 전력 효율 아래쪽을 보면 '사용자의 시스템 환경에 따라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뻥파워 80plus 파워서플라이 PSU

이 문구는 효율 표시된 효율이 파워 서플라이 제조(판매) 업체에 의해 측정된 것이라 오차에 의한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인데요, 쉽게 말해, 사용자가 전력 효율을 측정해서 차이가 크다고 항의해도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했잖아'라고 답변이 돌아올 수 있단 것이죠.

실제 몇몇 하드웨어 동호회의 파워서플라이 효율 측정 결과, 업체가 표기한 효율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뻥파워 80plus 파워서플라이 PSU

이렇게 업체 자체의 효율 표시가 미덥지 않다면, 80PLUS 인증을 받은 제품 중에서 고르는 것도 좋습니다.

 

80PLUS 인증은 80PLUS(http://www.80plus.org)라는 기관에서 파워 서플라이의 효율을 측정하여 등급을 매긴 것입니다.

스탠다드,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늄으로 나뉘는데 골드나 플래티늄쪽으로 갈수록 효율이 더 높은 제품이란 뜻입니다.

 

80 Plus 규격, 가동률에 따른 효율

가동률

20%

50%

100%
80 PLUS 80% 80% 80%
80 PLUS Bronze 82% 85% 82%
80 PLUS Silver 85% 88% 85%
80 PLUS Gold 87% 90% 87%
80 PLUS Platinum 90% 92% 89%

효율에 따른 전기료 차이, 어느 정도일까?

80PLUS 인증을 받은 파워 서플라이는 가격이 비쌉니다.

그나마 80PLUS 골드나 플래티늄 인증을 받은 파워 서플라이는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 일반 사용자들은 엄두를 내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많이 저렴해진 편입니다.

뻥파워 80plus 파워서플라이 PSU다나와의 80PLUS 골드 인증 500와트 파워 서플라이들

 

9만원짜리 파워 서플라이, 전기 요금이 얼마나 절약될까, 간략하게 계산해보겠습니다.

마침 한전사이버지점에 쓰기 편한 전기 요금 계산기가 있어서 이용을 해봤습니다.

 

계산 조건:

한달 전기요금 45000원(사용량 301kWh)인 가정에서 소비전력 250와트의 컴퓨터를 하루 6시간 가동한다고 가정

80PLUS 골드 효율 : 90%로 가정, 250와트를 위해 277와트 사용

뻥파워 효율 : 65%로 가정, 250와트를 위해 384와트 사용

 

80PLUS 골드 파워와 뻥파워의 효율에 따라 계산해보면 두 파워 서플라이의 소비전력은 107와트, 한달 301kWh 전기료를 내는 가정에서 매달 5910원의 차이가 생깁니다.

뻥파워 80plus 파워서플라이 PSU

한달에 5910원이니 1년이면 7만원, 2년을 사용한다면 이미 9만원짜리 80PLUS 골드 파워 서플라이의 가격을 훌쩍 넘는 전기 비용을 아낄 수 있네요.

이 정도면, 뻥 파워보다 고급 파워 서플라이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오히려 이득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뻥파워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를 아무리 해도, 뻥파워 사서 1~2년 쓰다가 고장나면 바꾸는게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란 식의 얘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전기료만 따져봐도 근거없는 얘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계산 조건인 소비전력 250와트는 3D 게임을 돌릴만한 꽤 고급 사양의 컴퓨터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같은 컴퓨터라도 부팅될 때, 사용하지 않고 가만 놔둘때, 게임을 실행할 때 등 작업 상태에 따른 소비 전력 차이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어찌보면 매우 과장되고 단순 무식한 계산법에 따른 결과지만, 효율이 높은 고급 파워 서플라이는 오래 쓸수록 전기료 절감을 통해 비용면에서 이익이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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