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조립책 필자가 조립 컴퓨터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
몇 년전 만해도 컴퓨터를 살 때 가장 먼저 따져 보는 것이 가격이 저렴한 조립 컴퓨터로 할 것인지, 좀 비싸도 대기업 제품으로 할 것인지의, 선택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누가 컴퓨터를 좀 추천해 달라고 하면, 처음부터 대기업 데스크탑이나 커다란 노트북, 데스크 노트를 추천해주곤 합니다.
PC 조립, 하드웨어 책까지 쓴 사람이 정작 조립 PC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한가지.
조립 PC의 세부 부품까지 추천하는 식으로 '엮이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원망아닌 원망을 듣게 되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종종 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여 살펴보면 악성코드나 툴바가 잔뜩 깔려 있는 것과 같은 '사용자 부주의'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싼게 비지떡인가봐, 역시 대기업 컴퓨터로 할껄 그랬어'라며 엉뚱하게도 조립 PC라서 그렇다는 식의 원망을 자주 들었습니다. 특히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단골 레파토리였습니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조금' 아는 사람에게 조립 PC 견적을 주는 것 역시 좀 껄끄럽습니다.
사양과 가격을 단순 비교하여 태클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메인보드는 이 메이커도 저렴하면서 낫지 않아? 케이스하고 파워가 왜 이렇게 비싸? 라는 식의 태클인데, 조립 컴퓨터=저렴한 가격이란 고정 관념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럴때는 제가 선택한 부품 목록을 알려주고, 맘에 안드는건 알아서 바꾸라고 얘기합니다.
오늘 파워 서플라이 얘기는 이렇게 바뀐, 저렴한 파워 서플라이에 관한 얘기입니다.
평생 무상 보증한다던 뻥파워 - 3Zone
며칠 전 포스팅한 5년된 컴퓨터 내부 청소에 사용된 파워서플라이는 3Zone사의 제품이었습니다.
2012/11/20 - 컴퓨터 다운의 주범, 5년 묵은 CPU 쿨러 먼지 청소하기
2006년말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이 업체의 파워서플라이는 1만원대에 판매되던 전형적인 뻥파워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무상 AS 보장'이란 문구 덕에 꽤 인기를 끌었던 제품입니다.
편도 택배 비용만 지불하면 평생 무상 교체를 약속했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부활파워'라는 다소 자극적인 슬로건으로 마케팅하기도 했죠.
전화번호, 웹사이트 모두 연락 불가입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2009년말 마지막 제품을 출시, 2010년 초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가 살펴본 컴퓨터에서는 5년이라는, 뻥파워로는 경이적인 수명을 보여주었지만, 평생 무상 A/S를 믿고 산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4년 무상 A/S를 외쳤지만 출시 1년만에 사라진 뚝기
2009년 말, 4년 무상 A/S(2년 무상 교환 + 2년 무상 수리)에 정격 파워 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나타난 뚝기란 파워서플라이가 있었습니다.
당시 프리미엄급 제품이라고 해도 3년 A/S가 전부였는데 4년을 무상 보증한다고 하니 제품에 꽤 자신이 있나보다 싶었죠.
게다가 다나와를 통한 동영상 홍보와 이벤트를 통해 품질에 대단한 자신감을 보였으며, 신생업체지만 믿을만한 제품이란 입소문을 탔고 덕분에 몇몇 하드웨어 동호회에서는 이 파워를 공동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입소문은 약간의 비용만 투자하면 어렵지않게 만들 수 있는 것...
하지만 품질에는 자신있다던 것과는 달리 다나와 제품 게시판에는 뻥뻥 터졌다는 불만의 글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2010년 여름, 파워 서플라이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져버렸습니다.
4년 무상 보증을 외쳤지만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죠.
제 친구 역시 제가 추천했던 파워서플라이 대신 가격이 저렴하면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뚝기 파워 서플라이를 고집하여 이 제품으로 넣어주었지만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파워는 사망했고, 업체가 사라져버려 A/S도 받지 못한 추억이 있기도 합니다.
제품 박스는 무척 튼튼하여 아직까지 불량 케이블을 담는 박스로 활동 중
'몇 년 무상 보증'이 의미없어진 용산 시장
용산 전자 상가는 거의 고사직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끝이 없는 가격 경쟁만 하다보니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온라인 업체의 물류 창고나 다름 없어진지 오래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 부품 유통 업체들은 저마다 하나라도 더 나은 점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조건을 내걸게 됩니다.
늘어나고 있는 A/S 기간 역시 그 좋은 예입니다. 1년에서 2년, 3, 5년까지 늘어나더니 평생 무상 보증이란 파격적인 조건들까지 나오게 되는데요, A/S 기간이란 것은 업체가 사라져 버리면 의미없어지는 부도수표 같은 것입니다.
때문에 파워 서플라이를 고르는 조건에서 무상 A/S 기간은 2차, 3차로 살펴볼 문제이며 일단 파워 서플라이 전문업체의 프리미엄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다나와를 비롯, 각종 하드웨어 사이트에서 언론 플레이를 펼치며 혜성같이 나타난 신생 업체 뚝기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예를 보면 신생업체 제품에 대한 좋은 입소문 역시 그다지 신뢰할 것이 못됩니다.
하지만 파워 서플라이만 십수년 이상 만들어온 업체라면 이런 위험이 적습니다. 설령 국내 유통 업체가 사라지더라도 다음 유통 업체가 지원 책임을 이어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 블로그에 파워서플라이와 관련된 포스팅의 숫자가 꽤 되다보니 파워서플라이를 검색하다 들어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끔 파워 서플라이를 추천해달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요, 그럴때마다 '싸고 좋은 파워 서플라이는 없다'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사실 수십만원 이상의 컴퓨터에 만오천원, 이만원짜리 엔진을 달고 오랜기간 무사히 달려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다른 부품 사양을 좀 낮추더라도 파워 서플라이 만큼은 비용을 좀 더 투자해 믿을 수 있는 업체의 제품을 선택하라고 권하며 요즘은 80PLUS 제품 중에서 추천할 때가 많습니다. 1
결국 비싼 제품이 좋다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는데요, 사실 '비싼 파워 서플라이'가 오히려 싸게 먹힐때가 많습니다.
비싼게 싸다? 알쏭달쏭한 말의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 2013/07/10 - 파워서플라이 KC 인증 연말 유예, 뻥파워 처분할 시간을 주자는 것?
- 2013/04/29 - 뻥파워도 쓸만하다? 파워서플라이 반론에 대한 재반론
- 2013/04/01 - 내 컴퓨터에 적합한 파워 서플라이 용량은? 컴퓨터 전력 소모량 계산법
- 2012/12/25 - 파워 서플라이의 고장 여부,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
- 2012/12/10 - 비싼 파워 서플라이, 결국 비싸지 않은 이유
- 2012/08/27 - 컴맹일수록 컴퓨터 속의 전선 두께를 살펴야 하는 이유
- 2009/10/19 -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뻥파워'의 최후
- 2009/09/11 - [동영상 강좌] Hello PC 5회 - 케이스와 파워 서플라이
- 80PLUS 인증이 꽤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라 이 인증을 받은 제품, 혹은 그 업체의 제품이라면 일단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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