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일수록 컴퓨터 속의 전선 두께를 살펴야 하는 이유

의외로, 문제의 원인일 때가 많은 케이블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사진이란 공통 관심사 덕에 친해진 친구였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부팅되지 않는다는 군요.

전화로 파악한 증상은 하드디스크 인식 불능이었는데, 실제 가보니 그 증상이었습니다.

 

그동안 찍은 사진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라던데, 불과 얼마전 하드디스크 백업 문제로 한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음에도 하드디스크를 교체한지 얼마되지 않은 터라 백업을 제대로 해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하드디스크 자체가 맛이 간 것인지 확인을 해야겠는데, 메인보드에서 인식하지 않는 상황이다보니 준비해 간 Seatools로 하드디스크 상태를 확인할 수도 없었습니다.

점점 하드디스크 자체의 문제가 아닌가 의심이 짙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드디스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하드디스크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S-ATA 케이블이 유난히 얇아보이는군요. 이거다 싶어 DVD레코더의 S-ATA 케이블과 바꿔 끼워봤습니다.

S-ATA 케이블을 바꿨더니?? 언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쌩쌩하게 돌아갑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유난히 얇아보이는 S-ATA 케이블

비슷해 보이는 S-ATA 케이블의 큰 차이

S-ATA 케이블 하나만 놓고 얇다고 하니 잘 모를 수 있겠군요. 보통의 S-ATA 케이블과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불량 S-ATA 케이블(위)와 정상 S-ATA 케이블(아래)

 

문제의 S-ATA 케이블과 비슷한 두께의 케이블을 하나 더 가지고 있어 찍어봤습니다.

이 케이블 역시 하드디스크 연결시 데이터 오염이 일어나는, 불량 케이블입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옆으로 놓고 비교해봐도 피복 두께가 확실히 차이 납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AWG = 전선의 굵기 단위

하지만 컴퓨터를 자주 뜯어본 사람이라면 모를까, S-ATA 케이블을 척보고 얇다 두껍다를 판별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죠.

하지만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케이블에 새겨진 글씨 중에 AWG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사진에서 얇은 케이블은 28AWG, 30AWG, 두꺼운 케이블은 26AWG 입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정상적인 컴퓨터라면 대부분 26AWG의 S-ATA 케이블이 꽂혀 있다.

 

AWG는 American Wire Guage의 약자로, 전선의 굵기를 정한 미국 규격입니다. 한국에서는 전선 두께를 몇 mm와 같은 식으로 따지지만 미국에서는 AWG란 단위로 따지며, 컴퓨터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케이블에는 AWG 단위가 적혀 있습니다.

 

AWG 숫자는 케이블에 사용된 전선의 굵기를 말하며,

AWG 숫자가 작을 수록 더 굵은 전선이 사용된 것입니다.

AWG 규격에 따르면 26AWG의 전선 지름은 0.405mm인데 비해 28AWG는 0.321mm, 30AWG는 0.255mm 입니다.

26AWG 전선은 30AWG의 전선에 비해 약 40%나 두꺼운 셈입니다.

 

더 굵은 전선은 저항값도 적고, 허용 전류도 높으며, 무엇보다 전선의 가격이 비쌉니다. 싸구려 케이블은 원가를 더 줄이기 위해 더 가는 전선을 사용하는 것이죠. 

S-ATA 케이블 한 개 가격은 얼마 차이나지 않겠지만 수 천, 수 만개 단위로 찍어내는 경우라면 엄청난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원가 절감을 위한 피나는 노력

S-ATA 케이블의 피복을 벗겨보면 7가닥의 전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4가닥(은박지와 플라스틱 피복으로 쌓인 선)은 데이터 전송에 사용되며 나머지 3가닥은 접지(Ground) 용입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그런데, 불량 S-ATA 케이블 중 하나인 28AWG 케이블의 피복을 벗기니 접지선이 한가닥 밖에 없습니다.

7가닥 전선 중 2가닥을 없애 5가닥으로 만들었으니 그야말로 대단한 원가 절감을 한 셈이죠.

하지만 이로 인해 하드디스크의 데이터가 오염(손실)되었으며 그 피해는 사용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습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얇은 케이블, 저가형 S-ATA 케이블이 무조건 불량 케이블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S-ATA 케이블로 인한 데이터의 오류나 하드디스크의 인식 불능 문제는 대부분 저가형 S-ATA 케이블에서 발생했습니다.

전원 공급장치의 전선은?

가끔 주변에서 컴퓨터를 좀 알아봐 달라할 때 저는 전원 공급장치에 무척 신경을 쓰는 편인데, 컴퓨터를 '조금' 아는 사람은 여기서 꼬투리를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워드하고 인터넷 정도 할 컴퓨터에 뭐 이리 비싼 파워 서플라이를 달아놨냐는 건데요, 없는 듯 신경 안쓰도록 하는 전원 공급장치가 좋은 제품이고, 그런 제품이 비싸다는 설명을 해주곤 합니다.[각주:1]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저는 전원 공급장치를 볼 때 W(와트)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메이커[각주:2]와 가격을 확인합니다.

전원 공급 장치의 와트 수야 얼마든지 뻥튀기 시켜 놓을 수 있는 것이며 저렴한 파워는 어디서든 반드시 원가 절감을 시도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경험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정된 돈으로 컴퓨터를 맞추는데 무작정 비싼 파워를 쓸 수는 없겠죠.

두 번째로 보는 것은 파워 서플라이에 사용된 전선의 굵기입니다.

파워 서플라이에는 컴퓨터의 각 부품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전선 다발이 있습니다. 이 전선 다발은 전원 공급장치의 원가 절감에 무척 편리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다음 3가닥의 전선은 각기 다른 파워 서플라이에서 잘라낸 것입니다. 첫 번째 22AWG짜리 케이블은 묻지마 파워라고도 불리는, 뻥파워에서 잘라낸 것이며, 20AWG 짜리 역시 2만원 초반의 싸구려 파워에서 잘라낸 것입니다. 16AWG 전선은 오래됐지만, 고가의 제품에서 잘라낸 것입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AWG에 따라 전선의 굵기 차이, 눈으로 보이죠?

특히, 얇은 전선을 쓴 뻥파워는 컴퓨터 부품의 고장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화재가 날 수 있습니다.

전선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혹은 뻥파워의 다른 부품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전원 케이블도 살펴보겠습니다. 두 전원 케이블은 컴퓨터 파워 서플라이용으로 들어 있던 것입니다.

전선 굵기의 차이가 확연한데요, 아래쪽 얇은 전원 케이블 역시 뻥파워에 들어 있던 것으로 스파크와 함께 불까지 날 뻔 했던 케이블입니다. 하다하다 못해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원가 절감을 하는군요.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지금 바로 컴퓨터를 열고 전선 두께를 확인하세요

가끔 '지금 OO 홈쇼핑에 나오는 컴퓨터가 괜찮은 제품인지' 묻는 지인들의 전화를 받습니다.

CPU와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 주요 부품 사양과 함께 가격을 알려주며 이게 '괜찮은 제품'인지 알려달라는 것이죠.

 

제 대답은 거의 비슷합니다. 가격은 괜찮은데, '좋은 컴퓨터'인지 장담할 수 없다인데요, 좋은 컴퓨터인지 확인하려면 주요 부품외에도 따져야할 부분이 많고, 어디서 원가절감을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이런 얘기에 혹하기 쉽다. (특정 제품과 관련없음!)

 

확실한 것은 업체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차라리 CPU나 메모리, 하드디스크와 같이 눈에 보이는 부품에서 원가 절감을 한 것이라면 괜찮지만, 대개는 전원 공급 장치를 비롯한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서 원가 절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제 포스팅에 공감을 하셨다면, 컴퓨터 전원을 끄고 케이스를 열어서 S-ATA 연결 케이블과 파워 서플라이의 전선 두께를 확인해보세요.

포스팅의 사진과 달리 전선에 새겨진 숫자는 매우 작은 글씨이므로, 손전등을 미리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S-ATA HDD 하드디스크 케이블 SATA Cable Harddisk 파워 파워서플라이 PowerSupply AWG 뻥파워

만일 S-ATA 케이블에 28AWG, 30AWG라 새겨져 있다면 빠른 시일내에 S-ATA 케이블 부터 교체할 것을 권합니다. 단,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상품 정보에 몇 AWG인지 표기하는 경우는 없으므로 구입 전 판매자에게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S-ATA 케이블 가격은 수백원~천원 정도면 살 수 있으며 배송비가 더 비쌀테지만 그만큼 투자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28AWG, 30AWG S-ATA 케이블,  전원 공급장치의 전선이 22AWG 급인 컴퓨터는 다른 부품도 원가 절감을 충실히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컴맹일수록 컴퓨터 속의 전선 두께를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1. 이 포스팅은 전원 공급 장치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가 아니므로 자세한 얘기가 궁금한 분은 맨 아래 관련글에서 2009/10/19 - [컴퓨터 AS 기록] -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뻥파워'의 최후를 읽어보세요. [본문으로]
  2. 메이커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한동안 품질 제일 주의를 내세우며 다나와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생 메이커의 파워 서플라이를 써본 적이 있는데, 나름 제품은 괜찮았지만 채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가 없어지더군요. 그 다음 부터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메이커의 제품들만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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