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천장 타공 작업
그간 미뤄두었던, 거실 벽의 캣워커 설치 작업과 거실 천장의 레일 조명 설치 작업의 대부분은 콘크리트 벽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 못으로 고정하거나 석고보드 재질의 천장에 레일을 설치하는, 어찌보면 매우 간단한 작업입니다.
다만 콘크리트 벽 타공 작업이나 석고보드 천장에 부착물 고정 작업을 직접 해보면, 단순히 구멍을 뚫고 나사못을 박는 것 보다 어려운 문제를 겪게 됩니다.
해머 드릴과 콘크리트 드릴날을 이용해 콘크리트 벽을 뚫다보면, 콘크리트 벽 내부의 철근에 걸려 드릴날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던가, 석고보드 천장 위쪽의 나무 지지대의 위치를 찾지 못해 나사못이 힘을 받지 못하고 헛돌기만 하는 상황은, 제법 흔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드문 경우지만, 드릴 작업을 하다가 벽이나 천장 안쪽에 지나는 전기선을 건드려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좀 저렴한, ADA 벽스캐너
그동안에는 벽에 타공 작업을 한 두개, 많아 봐야 4개 이내로 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이번에는 벽에 스피커 거치대, 캣 워커 설치 작업과 함께 천장에 레일 조명 설치까지, 타공 갯수가 꽤 많았습니다.
콘크리트 벽의 드릴 작업 중 철근에 걸려 드릴 날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때의 답답함을 아는터라, 인터넷 검색 중 발견한 벽스캐너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조사 이름을 붙여 ADA 벽탐지기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어쨌든 배송비 포함 3만원이 채 안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며 유튜브 영상을 보니 성능도 제법 쓸만해 보여 구입했습니다.
사실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에는 10~20달러 사이의 좀 더 저렴한 제품들도 있고 성능이야 고만고만하게 비슷해 보였지만, 좀 더 빨리 받아보고 싶은 욕심에 ADA 벽스캐너를 구입했습니다.
넙적한 박스 겉면에는 전기선, 나무와 금속 탐지 가능 이미지가 그려져 있고, 옆면에는 간단한 작동 방법이 그려져 있습니다.
박스를 열면 넙적한 스캐너 본체가 보입니다.
박스 겉면에 WallScanner T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은, 아마도 T자형으로 생긴 넙적한 모양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ADA 벽스캐너의 내용물은 스캐너 본체와 AAA 건전지 4개, 영문 설명서와 한글 설명서가 각 한 장씩 들어 있습니다.
한글 설명서라고 해봐야, 제품 외관과 사용법이 매우 간단하게 그려진 1장짜리 종이 매뉴얼에 불과한데, 그만큼 사용법은 간단한 편입니다.
가로 14cm, 세로 15cm로 적당한 크기에 위쪽에 박혀 있는 9개의 LED 2줄을 이용해 탐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위아래 2줄의 LED가 설치되어 있지만 위아래 줄이 똑같이 불이 들어오는터라, 결국 LED 한 줄인 셈입니다.
ADA 벽스캐너의 전원은 AAA 건전지 4개를 사용합니다.
이런 류의 제품들이 9볼트 건전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AAA 건전지인데다 제품 구입시 건전지 한 세트가 포함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ADA 벽스캐너 기본 사용법
ADA 벽스캐너의 사용법 자체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먼저 측정할 면에 스캐너를 갖다댄 뒤, 손잡이 옆부분의 스위치를 꾹 누르고 있으면 전체 LED에 불이 들어왔다 꺼지면서 기본 교정 작업이 진행됩니다.
기본 교정 작업이 끝나 LED에 불이 꺼진 상태가 되면, 스위치를 계속 누른 상태에서 스캐너를 천천히 옆으로 움직여 벽탐지를 진행합니다.
스캐너를 움직이면서 탐지를 하다가 LED에 불이 들어오면, 해당 방향에 뭔가 다른 것이 감지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LED의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벽속 이물질(!)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즉 LED가 중간에 자리잡으면 이 중간 위치쯤 되는 벽 내부에 이물질이 있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좀 더 확실하게 감지된 경우라면 노란색 LED가 표시됩니다.
ADA 벽스캐너는 벽 내부의 전기선(활선)도 감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활선이 감지된 경우에는 빨간색 LED가 점등되고 스캐너에서 삑삑~ 하는 비프음이 울립니다.
다만 이 정도 가격대의 벽스캐너들이 그러하듯, ADA 벽스캐너 역시 주변과 측정값이 다른 부분을 알려주는 식이라 정확한 탐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에 전원 버튼을 꾹 누를 때 진행된 교정작업(캘리브레이션) 값을 기준점으로 잡고 있게 되며, 이후 스캐너를 움직이면서 강한 자기장/전자기장/습기 등의 변화가 감지되면 이를 LED에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어떤 정확한 값을 근거로 벽 내부에 무엇이 있다고 알려주는 방식이 아닌, 처음에 잡은 값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변화를 확인하고 알려주는 기기이며 초기 교정작업을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측정 결과 역시 들쭉날쭉해집니다.
각설하고, 제품 사양표에 따르면, 벽 0~5cm 정도 깊이의 금속과 전선을 탐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희 집 콘크리트 벽에서 탐지해보니, 내부의 철근이나 전기선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초기 캘리브레이션 위치의 문제일까 싶어 여러 곳을 바꿔가며 테스트해봐도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의 들쭉날쭉한 결과값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전선(활선) 감지 기능을 확인해 보니, 콘센트나 벽 스위치 바로 위에서는 빨간색 LED가 점등되고 빠른 비프음이 요란하게 들리는데, 전선이 통과하는 바로 위 콘크리트 벽으로 스캐너를 옮겨보면 LED와 비프음이 꺼지고 제대로 감지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 콘크리트 벽에서의 측정 결과는 아예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일관성이 없는데다,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설명과 제품 설명서에 벽(Wall) 안의 금속과 나무, 활선 등을 감지할 수 있다 표기되어 있을 뿐, 어디에도 '콘크리트벽'이라는 표기는 없었기에 처음부터 석고보드나 스페이스월 등에서만 작동하는 벽스캐너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다만 콘크리트 벽 내부의 전선도 정확히 감지한다는 일부 유튜브 영상도 있는터라, 콘크리트 두께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석고 보드 천장 내부의 각목 탐지
그렇게 완전히 허접한 쓰레기를 구매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다행히 석고보드 천장 내부의 전기선이나 각목의 위치는 정확히 감지했습니다.
같은 위치를 측정해도 결과값이 들쭉날쭉하던 콘크리트벽과 달리 석고보드 천장에서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었으며, 실제 빨간색 LED가 점등되고 비프음이 들리는 위치는 천장 조명이 설치된 라인이라 꽤 신뢰할만한 결과였습니다.
특히 석고보드 뒤쪽의 각목(흔히 '다루끼'라 부르는 지지용 각목 기둥) 자리에서 녹색 LED가 정확히 표시되었고, 그 자리에 나사못을 박으면 헛돌지 않고 꽉 물려 고정되었습니다.
덕분에 천장을 만신창이로 만들지 않고, 나사못 7~8개의 위치를 정확히 천장 안쪽 각목 자리에 맞춰 깔끔하게 레일을 고정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천장 조명등을 설치할 때 대충 두드려보고 나사못을 박다가 여러 번 허탕치고, 결국 천장 안쪽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집어 넣어 각목 위치를 확인하곤 했는데, 벽스캐너 덕분에 빠르고 깔끔하게 레일 조명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콘크리트 벽 내부도 어지간히 감지한다는 리뷰를 보고 구매했기에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어쨌든 석고보드 천장 감지 성능은 꽤 정확해 유용하게 사용했고 3만원 남짓한 가격대비 적당히 만족(전문가용 벽스캐너는 수십~수백만원 대)합니다.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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