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도착한 컴퓨터 본체
얼마 전 사무실에서 쓰던 컴퓨터가 고장나 택배로 보낼테니, 뭐가 문제인지 봐 달라는 후배의 연락이 왔습니다.
증상이 뭔지 물어보니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는 극히 일반적인 답변이 돌아왔는데, 택배로 컴퓨터 본체를 보낸다는 얘기에 택배는 파손의 위험이 있으니 직접 들고 오거나 근처 컴퓨터 수리점에 맡기는게 좋겠다고 충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굳이 파손되지 않도록 뽁뽁이로 충분히 포장해 보내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고, 저는 택배로 컴퓨터 본체를 보내면 컴퓨터 케이스가 찌그러져 도착한다거나 CPU 쿨러가 케이스 안에서 굴러다니는 경우를 종종 봤다는 경고(?)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공놀이를 해도 될 정도로 뽁뽁이를 감아 놓은 컴퓨터 본체가 도착했습니다.
'컴퓨터 본체, 절대 던지지 말 것'이라는 문구가 택배 송장에 적혀 있었고, 뽁뽁이를 풀면서 컴퓨터 본체에 충격이 가해진 흔적이 없어서 잘 도착했나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본체 옆 뚜껑을 열어 보니, CPU 쿨러가 분리되어 그래픽 카드 위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CPU 쿨러의 핀 고정 플라스틱 하나가 부러진채로 메인보드에 꽂혀 있는 상황, 이 쿨러는 재사용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일단 부러진 상태로 꽂혀 있던 CPU 쿨러핀을 빼냈는
CPU 위에 발라져 있는 써멀구리스의 상태를 보니 CPU 쿨러 장력에 의해 눌린 흔적이 없어 보입니다.
쿨러에 의해 눌린 흔적이 없는 써멀구리
아마도 앞서 CPU 쿨러를 장착할 당시부터 쿨러가 메인보드에 정확히 결속되지 않고 CPU 쿨러와 CPU에 틈새가 있던 상태였고, 이번 택배 배송과정에서 아예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CPU에 떡칠이 되어 있던 써멀구리스는 CPU를 넘어서 CPU 소켓의 핀까지 거의 근접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면봉을 이용해 CPU 소켓에 묻은 써멀구리스를 조심스럽게 닦아냈습니다.
1155 쿨러와 775 쿨러
핀이 부러진 CPU 쿨러를 빼낸 뒤에야 이 컴퓨터에 장착되어 있던 CPU가 소켓 1155 기반이라는게 생각났습니다.
문제는 제가 가지고 있는 CPU 쿨러는 소켓 775용 몇 개가 전부라는 것으로, 소켓 775 CPU 이후로는 계속 노트북만 사용하다보니 소켓 1155용 쿨러를 여분으로 가지고 있을 턱이 없는 상황입니다.
소켓 775용 쿨러와 소켓 1155용 쿨러는 약 2~3mm 정도 핀 간격이 달라 호환되지 않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소켓 1155용 인텔 정품 쿨러가 5000원 미만의 가격에 판매 중이었지만, 주말이 끼어 있는터라 다음주에나 받을 수 있으니 집근처 컴퓨터 수리점 등을 돌아봐야하나 싶은, 좀 번거로운 상황입니다.
그러다가 메인보드 CPU 쿨러 고정 홀을 살펴보던 중, 이 메인보드(ASROCK B75M)에는 소켓 1155용 쿨러용 홀 뿐만 아니라 소켓 775용 홀이 함께 뚫려있는 제품이란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켓 1155용 쿨러든 소켓 1155/775 컨버터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사러 나가할 상황이었는데, ASROCK과 같이 실험정신(?)이 강한 메인보드 업체들은 C.C.O.(Combo Cooler Option)으로 소켓 775용 쿨러도 별도의 옵션 없이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소켓 775용 쿨러를 무사히 장착했습니다.
이미 장착되어 있는 CPU 쿨러를 제거했다가 다시 장착할 때는 쿨러 고정핀의 화살표를 뒤로 돌려 놓고 장착해야 하며, 눌렀을 때 '딸깍'하며 핀이 걸리는 소리가 나야 제대로 장착된 것이란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012/11/20 - 컴퓨터 다운의 주범, 5년 묵은 CPU 쿨러 먼지 청소하기
그렇게 CPU 쿨러의 장착을 완료한 뒤, 컴퓨터의 전원을 넣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처음에 후배는 '컴퓨터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는 증상을 얘기하기에 파워서플라이의 문제나 메인보드 전원 커넥터가 빠진게 아닐까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CPU 쿨러가 분리된 상태로 도착했고, 쿨러를 제대로 장착한 뒤 문제가 없는 상황을 보니 아마도 CPU 쿨러가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다가 결국 CPU 쿨러가 CPU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버린 뒤 전원을 켠지 얼마되지 않아 컴퓨터가 작동을 멈추는 증상을 경험했던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소켓775용 CPU 쿨러로 인해 CPU 온도가 좀 더 오르지 않을까 싶어 윈도우 및 업데이트 설치 등으로 몇 시간을 켜 둔뒤 온도를 확인해보니 43~46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군요.
장치관리자의 ACPI\INT33A0
그렇게 PC에 원래 설치되어 있던 윈도우7으로 재설치한 뒤, ASROCK 홈페이지에서 B75M용 드라이버들을 설치했는데, 장치관리자에 [알 수 없는 장치]가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장치]로 남아 있고 장치 이름만으로는 어떤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는 [알 수 없는 장치] 항목을 더블클릭해 속성을 열고 [자세히] 탭을 클릭해 하드웨어 ID의 값을 확인해 둡니다.
이 메인보드에서는 ACPI\INT33A0 이란 값이 나왔고, 이 값을 구글에서 검색하니 이미 여러 건의 질문과 답변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검색 결과 중 하나를 클릭해 살펴보니 ACPI\INT33A0이란 ID로 잡힌 알 수 없는 장치는 [Intel Smart Connect Technology driver]와 관련된 항목이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다시 ASROCK 홈페이지의 B75M 드라이버 다운로드 페이지에서 목록을 살펴보니, Intel Smart Connect driver라는 항목이 보였고, 해당 드라이버를 다운로드 후 설치하자 알 수 없는 장치는 사라졌습니다.
사실 윈도우 운영체제 재설치 후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장치관리자의 [알 수 없는 장치] 설정 방법에 대해서는 몇 년 전 포스팅을 통해 두 어번 살펴본 바 있으니 아래 관련글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오랫만에 데스크탑 컴퓨터를 열고 CPU 쿨러를 떼내며 문제를 해결했던,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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