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돌로 무뎌진 부엌칼 가는 방법.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숫돌로 칼가는 과정

요리 한 번 해보고 느낀, 무딘 칼날

얼마전 인터넷에서 저수분수육 레시피를 본 뒤, 정말 오랫만에 부엌에서 뚝딱거린 끝에 수육을 만들어 마눌님께 대접(!) 했습니다.

 

저수분수육의 레시피나 재료는 무척 간단명료했지만, 돼지고가에 칼집을 내고 통후추와 생마늘을 끼워 넣으라는 대목에서 좀 어려웠습니다.

 

부엌에 있던 칼이 죄다 무뎌져 돼지고기에 칼집을 내는게 아니라 찢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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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분수육

 

사실 저희 집에는 결혼 초 구입한 칼갈이가 있었습니다.

칼갈이 손잡이를 잡고 홈에다 칼날을 끼운 뒤 몇 번 잡아당기면 칼날이 연마되는 방식이었는데, 처음에는 날이 잘 선다 싶었지만 몇 번 쓰다보니 날이 뜯겨나간 것 처럼 우둘두둘해져서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간이 칼갈이

처음 시도해 본 숫돌로 칼갈기

손잡이가 달려 있는 간이 칼갈이나 자동 칼갈이류는 직접 써보니 그리 신뢰할 만한게 아니다 싶었고 숫돌을 사서 직접 칼을 갈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숫돌도 사포처럼 거친 정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숫돌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숫돌의 가격대 역시 1000원 남짓한 제품부터 몇 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고, 다이아몬드 숫돌이란 제품은 20여만원에 가까운 몸값을 자랑하더군요.

 

저는 너무 싸거나 비싼 숫돌은 피하고 1만원 안쪽의 숫돌을 검색하여 로얄 숫돌 1000방을 주문했습니다.

로얄숫돌 1000방

240방이나 320방처럼 거친 숫돌은 망가진 칼날을 세우고 800방~1000방 숫돌은 초벌 연마용, 2000방~4000방 숫돌은 마무리 연마를 하는데 쓴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번에 숫돌 여러 개를 사는 것도 부담스러울 뿐더러 저희 집 부엌에 있는 칼들이 딱히 비싼 칼도 아니라 일단 1000방 숫돌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로얄 숫돌은 한국산 제품으로, 일본 나니와 숫돌 등과 함께 많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로얄 숫돌 박스 뒷면에는 칼날을 가는 방법에 대해 설명이 있었지만 죄다 영문으로 적혀 있는게 특이(?)했습니다.

로얄숫돌 사용법

 

종이박스에서 숫돌을 꺼내보니 1kg 남짓한 숫돌이 꽤 묵직한 느낌입니다.

로얄숫돌 1000방

 

숫돌의 비닐 포장을 벗기고 물에 담갔습니다.

뒷면 설명서에는 1분~3분간 물에 담그라고 되어 있기에 2분 정도 담가두었습니다.

숫돌 물에 불리기 숫돌 사용법

 

숫돌을 물에 불리는 동안, 부엌에 있는 칼들을 죄다 꺼내왔습니다.

칼가는 방법

 

평소에는 전혀 몰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칼날이 정말 많이 무뎌져 있더군요.

무딘 칼 가는 방법

 

인터넷에서 검색한 숫돌 사용 방법에 따라 숫돌로 칼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칼날을 숫돌과 5~20도 정도로 세운 뒤 칼날을 밀어 날을 세우라는 가이드를 충실히 지켜 칼날을 갈았습니다.

숫돌 사용법 칼가는 방법

간혹 칼날을 밀때만 힘을 주라거나, 밀때 80%, 당길때 20%의 힘을 주라는 식으로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밀때 힘을 더 많이 주는 방법을 따라했습니다.

 

그리고 칼날과 숫돌의 각도가 5~20도로 세우라고 되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어느정도 세워야 하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아 최대한 납작하게 눕힌 상태로 칼을 갈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 숫돌에 칼을 갈다보니 각도가 정확히 맞았을 때, '사악사악~'하는 칼가는 소리가 근사하게(?) 들렸고, 칼날과 숫돌의 각도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숫돌의 너비에 비해 긴 칼을 갈다보니 과도는 3구역으로 나눠서 갈았고, 숫돌이 좀 마른다 싶으면 숫돌위에 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며 갈았습니다.

숫돌 사용법 칼가는 방법

 

그렇게 숫돌로 칼을 처음 갈아봤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칼을 갈 수 있었습니다.

숫돌 사용법 칼가는 방법

 

칼의 한 쪽날을 세운 뒤 뒤집어 반대쪽 날도 세웠습니다.

숫돌 사용법 칼가는 방법

 

몇 번 하다보니 이렇게 갈면 되는구나 싶은 요령이 생겨 나머지 칼도 신나게 갈았습니다.

숫돌 사용법 칼가는 방법

 

신혼 초 구입해 오랫동안 사용한 부엌가위도 날이 많이 무뎌져 있었기에, 날을 분리하여 숫돌에 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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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돌 사용법

양 쪽에 모두 날이 서 있던 칼과 달리 가위는 한 쪽에만 날이 서 있고, 각도 역시 칼보다 훨씬 높더군요.

각도가 몇 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위 날이 서 있는 각도에 최대한 맞춰 숫돌에 밀어 연마했습니다.

 

그렇게 5~6개의 칼과 가위를 모두 갈고 보니 일자로 평평하던 숫돌이 눈에 띄게 닳았더군요.

사실 숫돌 받침대 대신 못쓰는 옷가지를 받치고 갈다보니 좌우 수평이 틀어지게 마모된 것이 더 눈에 띄는데, 나무로 숫돌받침을 만들어봐야겠다 싶습니다.

로얄숫돌 1000방

평평하던 숫돌이 움푹 파이면 다른 숫돌로 바꾸거나 숫돌면을 평평하게 갈아내는 작업을 하고 사용해야 한다는데, 지금은 그냥 말려 두었다가 나중에 몇 번 더 사용하고 작업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아, 로얄숫돌 뒷면의 설명서에는 숫돌로 칼을 가는 과정에서 숫돌 표면에 생긴 가루는 씻어 버리지 말고 말려서 계속 사용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숫돌로 날을 세운 칼로 자몽 껍질을 깎아보니, 잘 안들던 칼로 뜯어내기만 했던 두꺼운 자몽 껍질을 날카롭게 베어낼 수 있었습니다.

숫돌로 칼가는 방법

 

가위로 닭을 손질 중인 마눌님께 갈아놓은 부엌칼을 써보라고 내밀었더니 뼈 있는 닭을 칼로 손질하란다며 투덜거리긴 했지만, 닭뼈와 살의 베어낸 단면이 깔끔하네요ㅎㅎ

숫돌로 칼가는 방법

숫돌로 칼을 처음 갈아본 터라 제대로 날을 세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몇 번 숫돌에 갈아보니 대충이지만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1000방 짜리 숫돌 하나로 쓰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반적인 가정용 칼이라면 1000방짜리 숫돌 하나만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듯 싶습니다.

 

사실 몇 년 전 칼갈이를 구입했던 이유가 숫돌을 쓰려면 대단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는데 의외였고, 숫돌과 칼의 각도나 방향, 힘의 배분과 같은 요령은 몇 번 더 해보면 좀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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