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패딩 세탁하는 방법. 손세탁과 세탁기를 함께 사용한 구스다운 패딩 세탁방법

한 여름에 하게 된 겨울 패딩 세탁

장모님께서는 가끔 제게 신발이나 옷을 사서 보내시곤 합니다.

 

죄송한 마음에 제 옷은 제가 사 입을테니 보내지 마시라 말씀드려도 비싼거는 아니고 잘 어울릴 것 같다 샀다고 하시는데, 지난해 가을에는 구스다운 패딩을 보내셨습니다.

 

예전에 침낭을 구입하면서 덕다운/구스다운이 잔혹한 과정을 거쳐 채취된 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앞으로 덕다운/구스다운 제품을 구입하지 않겠노라 마음 먹었지만, 이미 사서 보내주신터라, 어쩔수 없이(?) 겨우 내 따뜻하게 잘 입었습니다.

 

특히 늦가을, 초봄의 캠핑을 다닐 때 가볍고 따뜻하게 잘 입었는데요, 자주 입다보니 겨울이 끝날 무렵엔 패딩이 좀 꼬질꼬질하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4월쯤, 파카, 패딩을 세탁하는 방법에 대한 포스팅들이 한창 올라왔고, 집에서 충분히 물세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스다운 패딩

그렇게 이번 패딩은 집에서 물세탁을 해봐야겠다 마음 먹고 있다가 늦 봄에 한 번의 캠핑을 더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캠핑을 나가게 되면 장작불을 때게 되니 딱! 한 번만 더 입고 물세탁을 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캠핑 다녀온 후 옷장에 넣어 둔 채 잊어버렸네요.

 

여름 옷을 꺼내다가 늦봄까지 입었던 패딩이 눈에 띄어 꺼내보니 팔꿈치며 목덜미, 허리쪽이 꼬질꼬질하게 때가 묻어 있습니다.

구스다운 패딩 세탁법

 

몇 달씩이나 묵혀둔, 찌든 때가 되어 버려 때가 잘 안지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한 여름이지만 겨울 패딩의 물세탁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패딩 안쪽에는 '본 제품은 드라이크리닝을 절대 하지 마십시오'로 시작하는 세탁 안내 라벨이 붙어 있었습니다.

구스다운 패딩

중구난방, 제각각 다른 파카 세탁 방법들

패딩 안쪽에도 드라이크리닝을 하지말고 물세탁하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구스다운 패딩을 집에서 세탁하는 것은 처음이라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파카 세탁 방법', 혹은 '다운 패딩 세탁 방법'과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니 다양한 블로그 포스팅들이 검색되는데 얘기가 제각각 달랐습니다.

 

대부분 드라이크리닝을 피하고 물세탁을 해야한다는 점은 비슷했는데 탈수를 약하게 해야한다, 울세탁 코스로 손상가지 않도록 빨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던 반면 강하게 탈수하여 물기를 최대한 빠르게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까,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한국소비자연맹이란 곳에서 2003년에 내놓은 오리털 점퍼 세탁 및 탈수 방법에 대한 정보가 눈에 띄었습니다.

오리털 점퍼 세탁 방법

이 정보의 요점은

  • 손세탁 후 약하게 비틀어 짜거나 약하게, 짧은 시간 탈수할 경우 때가 제대로 빠지지 않고 건조 후에 누런 얼룩이 남는다
  • 헹굼과 탈수 방법을 다양하게 실험한 결과 강하게 탈수하고 헹굼을 3~4차례 반복하는 것이 올바른 패딩 세탁 방법

이라고 합니다.

헹굼과 탈수가 중요한 오리털 점퍼 세탁

한국소비자연맹이 제시한 정보는 비록 2003년에 발표된, 꽤 오래된 것이었지만 헹굼과 탈수를 3가지 다른 방법으로 실험하여 알려준 덕에 신뢰할만한 정보라고 생각되었고, 이 정보를 나름대로 응용하여 패딩을 세탁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30도 정도 되는 물에 중성세제(울샴푸)를 풀고, 패딩과 모자를 분리한 뒤 물에 담가 적셨습니다.

구스다운 패딩 세탁법

 

패딩에 세제가 잘 스며들도록 손으로 주물러 주었습니다.

역시 패딩이 방수 소재라 그런지 물이 스며드는 느낌 보다는 푹푹 떠오르는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반복하여 꾹꾹 손으로 주물렀습니다.

구스다운 패딩 세탁법

 

목과 소매깃과 팔꿈치, 그리고 허리품과 같이 찌든 때가 있던 부분을 부드러운 칫솔로 문질러주었습니다.

패딩을 물에 적시게 되면 찌든 때가 눈에 잘 띄지 않게 되므로 패딩을 세탁하기 전, 찌든 때가 있는 부분을 눈으로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찌든 때 제거 구스다운 패딩 세탁

 

그런데 부드러운 칫솔은 닿는 면이 너무 좁아 문지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군요.

가이드에 따르면 찌든 때 부분은 부드러운 스폰지 등으로 문지르라고 하는데, 스폰지가 없어서 양손으로 잡고 '부드럽게' 문대는 식으로 찌든 때 제거를 시도해봤습니다.

찌든 때 제거 구스다운 패딩 세탁

 

10여분 가량 찌든 때 제거, 그리고 조물조물 눌러가며 손세탁을 했는데, 과연 이 정도의 손세탁으로 때가 잘 빠질지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랜 시간 세제물에 담가두게 되면 재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여 세탁기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뭐 지금까지는 찌든 때를 빼내기 위한 애벌 빨래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구스다운 패딩 세탁법

애벌 빨래 한 다운 패딩, 세탁기로 본세탁

욕조에 담가 손세탁으로 애벌 빨래 한 다운 패딩을 세탁기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지퍼를 잠근 후, 2~3분 정도 가볍게 탈수하여 세제물을 빼냈습니다.

구스다운 패딩 세탁법

 

그리고 '기능성 의류' 세탁 모드로 본세탁을 했습니다.

앞서 '가볍게 탈수'를 한 것은 세탁물의 무게를 줄여 세탁기가 대용량 빨래로 잘못 설정되는 것을 방지하고, 오염된 물을 한 번 빼내는 의도입니다.

구스패딩 세탁법 본세탁

물은 냉수로 설정하고 울샴푸를 넣어 세탁했는데, 어차피 애벌 빨래를 했으니 기능성 의류, 혹은 울세탁 코스 등으로 가볍게 세탁하면 충분할 듯 싶더군요.

 

기능성 의류 모드로 본세탁이 끝나고 헹굼 과정이 시작되기 직전(가벼운 탈수가 진행된 후)에 세탁기를 정지시켰습니다.

구스패딩 세탁법

 

그리고 세탁기를 헹굼+탈수 전용 코스로 설정하여 헹굼과 탈수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헹굼은 1회, 탈수는 '강'으로 설정했습니다.

헹굼 탈수 구스패딩 세탁

 

첫 번째 헹굼 과정에서는 역시 엄청난 양의 세제거품이 보입니다.

헹굼 탈수 구스패딩 세탁

 

패딩의 세탁은 헹굼을 철저히 하여 옷에 스며든 세제물과 때를 완전히 제거하는게 관건이라고 합니다.

패딩 안쪽을 제대로 행구기 위해, 첫 번째 헹굼과 탈수 과정이 끝난 뒤, 패딩을 뒤집은 상태로 지퍼를 채우고 두 번째 헹굼+탈수 과정을 시작합니다.

헹굼 탈수 구스패딩 세탁

 

두 번째 헹굼+탈수 과정이 끝난 후 다시 패딩을 원래대로 뒤집어 지퍼를 채우고 세 번째 헹굼과 탈수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헹굼+탈수 과정이 한 번씩 추가될 때마다 세제거품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게 보이더군요.

헹굼 탈수 구스패딩 세탁

세제 거품이 보이는 정도에 따라 네 번 정도 헹굼+탈수 과정을 반복하려고 했지만 세 번째가 되니 세제거품이 거의 보이지 않아 헹굼+탈수를 세 번 반복하는 것으로 세탁을 마무리했습니다.

 

세탁을 마친 패딩은 빨래 건조대에 뉘여 1차 건조를 시켰습니다.

역시 패딩 안쪽의 솜털이 덩어리져 뭉쳤고, 덕분에 패딩의 도톰한 느낌 대신 홑겹의 얇은 옷이 된 느낌이 납니다.

건조 구스패딩 세탁

 

12시간 정도 빨래 건조대에 뉘여서 건조시켜 어느정도 마른 상태에서 옷걸이에  걸고 세워서 말렸습니다.

계속 빨래 건조대에 뉘여서 건조시켜도 상관없지만, 패딩의 겹친 부분이 건조가 느린 듯 싶어 옷걸이에 걸고 겹친 부분을 최소로 줄인 상태입니다.

건조 구스패딩 세탁

 

베란다 천장 빨래걸이에 느닷없이 침대보가 같이 걸리게 된 것은 패딩을 애벌 빨래한 뒤 남은 물에 침대로를 넣어 담가두었다가 발로 밟아 다시 애벌 빨래 했기 때문입니다.

 

이불과 같은 부피가 큰 빨래, 혹은 발깔개 등과 같이 오염이 심한 빨래들은 세탁기에 바로 넣어 세탁하는 대신 이렇게 세제를 푼 물에 담가두었다가 발로 자근자근 밟아 애벌 빨래를 합니다.

 

그리고 세탁기에 넣은 뒤 가볍게 탈수를 하고 다시 본세탁 풀코스를 진행하면 빨래가 훨씬 깨끗해 집니다.

침대커버 이불 세탁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대에 너는 과정까지는 제가 주로 하는터라, 발로 침대보를 자근자근 밟고 있으려니 마눌님께서 '남들이 보면 집안 일 엄청나게 돕는 남편인 줄 알겠다'며 볼멘 소리를 하는군요ㅋㅋ

다운 패딩 애벌 빨래, 본빨래, 탈수와 헹굼 반복 후 결과

하루 정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베란다에서 두었더니 패딩이 완전히 말랐습니다.

가장 먼저 찌든 때가 눈에 띄던 팔꿈치, 손목, 허리 부분을 살펴보니, 찌든 때가 깨끗이 잘 빠졌습니다!

구스패딩 세탁방법

 

헹굼과 탈수, 특히 '강' 모드로 탈수하는 과정에서 구스다운이 빠지지 않을까 염려했던게 사실입니다.

건조 후 확인해보니 실밥 사이사이 구스다운이 빠져나와 있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분으로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구스패딩 세탁방법

 

패딩의 세탁 전후를 비교해봤습니다.

세탁 전후 사진을 보면 팔목, 팔목에서 올라오는쪽 재봉선에 때가 많이 끼어 있었는데, 세탁 후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패딩의 전반적인 톤 역시 깨끗하게 바뀌었습니다!

구스패딩 세탁방법세탁 전후, 확연한 차이

페트병으로 패딩의 뭉친 솜털 펴주기

이제 마지막으로 패딩의 뭉쳐 있는 구스다운을 펴줄 차례입니다.

세탁과 건조를 마친 후 패딩의 솜털은 봉재 라인 별로 한 덩어리 씩 뭉쳐 있습니다.

구스패딩 세탁방법

 

빈 페트병으로 패딩의 봉재 라인을 따라 두드려주니 뭉친 구스다운이 펴지면서 원래대로 폭신폭신한 패딩의 형태를 찾아갑니다.

구스패딩 세탁방법

 

건조가 끝난 직후 덩어리 덩어리로 뭉쳐 있는 구스다운을 봤을 때는, 이래서 탈수를 약하게 하라고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빈 페트병으로 가볍게 몇 번 툭툭 두드려주니 구스다운은 쉽게 펼쳐졌고 패딩의 볼륨감이 쉽게 회복되었습니다.

구스패딩 세탁방법

제가 패딩을 물세탁 한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면

초벌 빨래(손빨래) -> 가볍게 탈수 -> 세탁기를 이용한 본빨래 -> 지퍼를 채우고 헹굼과 강한 탈수 -> 세제 거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옷을 뒤집어가며 헹굼과 강한 탈수 3~4회 반복 ->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빠른 건조 -> 빈 페트병으로 뭉친 솜털 펴주기

의 순서입니다.

 

패딩을 물세탁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패딩이 망가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처음 선물받았을 때처럼 밝고 깨끗한 패딩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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