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한 학생때 구입했던 LG 선풍기
얼마전 주문진 부모님댁에 갔다가 방에서 낯익은 선풍기 한 대를 봤습니다.
감색에 가까운, 짙은 단색의 LG 선풍기로 20대 초반에 제 방에서 쓰기 위해 집앞에 있던 LG 전자 대리점에서 구입했던 선풍기였습니다.
그깟 선풍기, 요즘 같으면 인터넷으로 뚝딱 주문했겠지만 당시만해도 인터넷 쇼핑이란 개념 자체가 희박하던 때라 뭔가 대단한 가전제품 하나 구입하는 기분으로 대리점에 가서 가격 흥정도 하면서 샀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이 선풍기 색상이, 얼마전 구입한 올란도 색상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은연중에 짙은 블루톤의 색상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런데 어라? 선풍기 날개가 뚝 부러져 있고 선풍기 망을 고정하는 장치도 모두 사라져 구리선으로 묶인 상태입니다.
부러진 선풍기 날개를 뒤에서 보니, 부러진 선풍기 날개를 때운 자국도 있네요.
알고보니 이 선풍기 날개가 부러진지 꽤 오래됐고, 아버지께서 본인의 노하우로 날개를 붙여 사용했는데 또 부러져 이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아, 새 선풍기 날개를 사서 바꾸면 되는걸 뭐하러 붙여 쓰냐고 잔소리를 몇 마디 하고 나니 좀 무심했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효자 코스프레)
구하기 쉽지 않은 오래된 선풍기의 날개
인터넷을 검색하면 선풍기 날개쯤 쉽게 구할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선풍기 모델명인 FD-1439E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했는데, 워낙 오래된 선풍기라 그런지 해당 모델명으로는 딱 한군데서 검색할 수 있었습니다.
모델명 보다 1997년이란 제조년월이 더 눈에 띄는군요.
선풍기 날개를 검색해보니 날개의 지름과 선풍기 중심축의 지름, 이 두 가지만 충족하면 특정 메이커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선풍기 날개의 지름은 선풍기 뒷면에서 35cm(14인치)임을 확인했고, 중심축의 지름만 확인하면 되는군요.
선풍기 중심축의 지름을 확인하는 방법은 모나미 153볼펜을 끼워보면 됩니다.
모나미 153볼펜을 선풍기 날개 구멍에 끼워 볼펜 축이 자유롭게 통과하면 9mm, 볼펜 축이 걸리면 8mm 중심축이라는군요.
저희 집 선풍기는 볼펜축이 걸리는 것을 보니 8mm로 사면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선풍기들의 날개는 제조사에 관계없이 날개 지름과 중심축 지름만 맞으면 된다고 하지만, 옛날 선풍기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주문해보자 싶었지만 맞지 않는 날개일 경우 선풍기 날개 가격보다 왕복택배비가 더 들 것 같더군요.
대형 마트에도 선풍기 날개를 판매하고 있는 걸 봤지만 '개봉시 반품 불가'라는 스티커를 보니 전용 선풍기 날개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17년된 LG 선풍기 날개는 인터넷을 통해 딱! 한군데, 일렉몰 쇼핑몰에서 판매중이었습니다.
선풍기 날개치고는 꽤 비싼, 무려 9500원에 택배비 3000원을 물어야 했지만, LG 전자 서비스센터에서도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전용 날개인 만큼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습니다.
선풍기 날개를 주문한지 이틀이 지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꽤 큰 박스 속에는 비닐 한 장 달랑 감긴 선풍기 날개가 있더군요.
신문지라도 구겨서 넣어주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나마 깨지지 않고 도착했으니 다행입니다.
선풍기 날개 교체하는 방법
포장은 허술하지만 그래도 선풍기 날개를 꺼내놓고 보니 번쩍번쩍, 사용하지 않은 신품 날개입니다.
이제 선풍기 날개를 교체해야하는데, 본문 처음에 쓴 것 처럼 선풍기 망을 고정하는 고리가 모두 달아나버린 상태입니다.
때문에 선풍기 망 고정고리 사진은 2년전 작성했던 선풍기 청소 포스팅에서 가져다 씁니다.
2012/07/16 - 먼지 때문에 말많은 선풍기, 직접 청소해 보니
대개의 선풍기망 고정 고리는 고리를 아래로 잡아당겨 분리할 수 있으며, 사진과 같이 나사를 풀고 잡아당기는 제품도 있습니다.
어쨌든 선풍기망 고정고리를 모두 풀고 앞쪽 망을 제거했습니다.
이제 기존 선풍기 날개를 제거해야 하는데요, 선풍기 날개 뚜껑을 보면 풀림과 '죄임' 방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선풍기라 그런 것인지 '조임' 대신 '죄임'이라고 써 있는게 재미있네요 ㅎㅎ)
기존 선풍기 청소 포스팅을 보니 선풍기 날개 푸는 방법을 신경써서 표시한 이미지가 있어 다시 사용합니다.
사진과 같이 선풍기 날개를 잡은 상태에서 날개 뚜껑의 '풀림' 방향으로 돌리면 제거할 수 있습니다.
선풍기 날개 뚜껑만 풀면 선풍기 날개는 앞으로 쉽게 빼낼 수 있습니다.
새 선풍기 날개와 부러진 선풍기 날개입니다.
좀 비싸지만 전용 날개를 주문했더니 선풍기 날개에 새겨진 무늬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제품이네요.
선풍기 앞뒤 망에 먼지가 많이 끼어 있어 젖은 걸레로 먼지를 싹싹 닦아냈습니다.
이제 선풍기 중심축에 새 선풍기 날개를 끼울 차례입니다.
선풍기 중심축을 자세히 살피면, 선풍기 날개를 잡아주는 쐐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풍기 날개를 뒤집어보면, 선풍기 중심축의 쐐기에 딱 맞는 홈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홈을 쐐기에 맞춰 끼우면 됩니다.
참고로, 예전 선풍기 청소 포스팅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을 보니 저희 집 선풍기 날개축의 고정부와 부모님댁 선풍기 날개축의 모양이 다르더군요.
호환 날개를 사지 않길 잘했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선풍기 날개축에 날개를 끼웠으면 날개 뚜껑을 끼우고 '죄임' 방향으로 돌려 고정합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선풍기 망 고정장치를 대신해 케이블 타이로 선풍기 망을 고정했습니다.
선풍기망 3군데 정도를 케이블타이로 단단히 고정해주니 선풍기를 켜도 전혀 떨림이나 소음이 없네요.
이렇게 17년된 선풍기의 날개를 교체하는 작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랫만에 전원을 넣어보니 시원한 바람이 잘 나오는군요.
선풍기 날개를 교체하는데 든 비용은, 날개값 9500원에 택배비 3000원, 총 12500원이 들었습니다.
호환 날개는 택배비 포함 6000~7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데다, 2만원 후반이면 저렴한 신품 선풍기 한 대를 구입할 수 있으니 12500원짜리 선풍기 날개의 가성비는 좀 애매한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20대 초반이던 1997년에 구입하여 정들었던(?) 선풍기라 그런지 12500원을 들여 쌩쌩하게 잘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돈들여 고치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오래된 선풍기지만, 이제는 주문진 부모님 댁에서 수고해주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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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8.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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