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여행 마지막 날 - 여객선 결항 덕에 울릉도나물 농부, 김동자님을 만나다

기상 악화로 울릉도에 갇히다

울릉도에서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던 시각에서 불과 1시간 남짓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기상 악화로 인해 모든 여객선의 출항이 금지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동항의 날씨는 조금 흐려지긴 했지만 당장은 출항해도 아무 이상이 없을 것 같은데, 여객선은 출항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강릉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저동항 여객 터미널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멘붕상태에 빠졌고 일부는 여객선 운항사 측에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애객선 운항사 측의 주장은 천재지변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 여객선 출항 허가를 내는 것은 해운항만청의 권한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승객들은 기상 악화로 2시에 출항 예정이던 여객선을 다시 5시30분으로 돌린 것은, 독도행 여객선을 운행하기 위한 무리수가 아니었냐는 것이었는데요,

 

일부 승객들은 거칠게 항의하면서 급기야 약간의 몸싸움까지 벌어지고 일부는 해양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울릉도 여행 저동항 여객선 선착장

 

저희 가족 역시 오전에 숙소에서 짐을 다 챙겨 나왔고, 렌터카도 반납하고 울릉도를 떠날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갑자기 배가 뜨지 못하는게 당황스럽고, 직장에 출근해야하는 식구들은 당장 월요일 출근을 어떻게 할자 걱정하고 있었지만

 

저는 과연 배가 끊긴 울릉도에서 며칠만에 나갈 수 있을지, 당장 오늘 묵을 방을 잡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94년 여름, 울릉도에 무박 2일 예정으로 들어왔다가 발이 묶여 1주일을 지냈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첫 번째 울릉도 방문때도 태풍에 발이 묶였고, 20년 만의 방문에도 발이 묶인 울릉도, 묘한 데자뷰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울릉도 여행 1994년 사진1994년 여름. 울릉도. 추억.

울릉도 여행시 주의사항 1  :

기상 악화로 배가 뜨지 못할 수 있으므로 여행 이후의 일정을 여유있게 잡는 것이 좋다.

울릉도에 들어올 때는 맘대로지만, 나갈 때는 맘대로 나가지 못하고 며칠씩 묶일 수 있다.

 

갑자기 저동항에 발이 묶인 300명 가량의 승객들이 각자 알아서 숙소를 잡아야하는 상황, 일단 숙소를 잡아야 했습니다.

특히 9명이 움직이는 저희 가족은 꽤 곤란한 상황이었는데요, 마눌님이 울릉도 여행 계획을 세우던 중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울릉도 주민께 급히 연락했습니다.

 

알고 지내던 분도 아니고 단지 블로그를 통해 알게되어 전화 통화 몇 번 한게 전부인데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분도 아니라 전화하기도 애매했지만, 고맙게도 전화를 받자마자 차를 몰고 저동항으로 달려와 주셨고, 직접 나서서 저동항 근처 민박집 주인과 흥정까지 해 주신 덕에 정말 쉽게 민박집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 여행 저동항 민박집

울릉도 여행시 주의사항 2 :

기상악화로 출항 금지령이 내린 경우, 당일에 출항 금지령이 해제되는 경우는 없으므로 괜한 기대말고 빨리 숙소를 알아본다.

여객선 운항사 직원과 아무리 싸워봐야 발이 묶인 승객들에게 숙소 제공 등의 편의를 전혀 제공하지 않으므로 그럴 시간에 숙소를 알아보는 편이 낫다.

 

다행히 저동항 주변에 있는 숙소를 잡은 뒤, 어차피 더 머물게 되었으니 편히 쉬자 마음먹고, 저동항으로 나가 회감을 사왔습니다.

4마리에 2만원이라는 한치 다섯 마리와

울릉도 여행 저동항 한치 횟감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회감, 해삼을 3만원 어치 샀습니다.

저동항 한켠에서 횟감을 팔던 아주머니는 울릉도 특산물인 홍해삼을 한마리 척~ 끼워주셨습니다.

물론 안된다고 하는 아주머니를 장모님이 구워삶아(?) 얻어낸 수확입니다ㅎㅎ

울릉도 여행 저동항 해삼 홍해삼 횟감

 

비린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다 회를 먹을 돈이면 고기를 선택하는 쪽이지만 유독 해삼은 좋아하는데요, 해삼과 한치 5만원어치를 샀더니 9명이 충분히 먹고 남을 만큼 되더군요.

울릉도 여행 저동항 해삼 홍해삼 횟감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인 해삼 @,.@

 

울릉도가 맺어준 인연 - 김동자 아주머니

강릉항으로 떠나는 배가 묶인 날 저녁, 일기 예보대로 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날씨는 거짓말 같이 개였지만 파고가 높아 오전까지 출항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여객선 운항사나 민박집 모두 그간 경험에 따르면 오후나 되어야 운행 허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후 1시 30분에 강릉항으로 가는 배가 뜨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미 1주일이나 갇힌 경험이 있던 터라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있었는데 말이죠.

울릉도 여행 저동항 여객선 씨스타

 

여객선이 출발할 때까지 3시간 정도가 남아 저동항 아래쪽 촛대 바위쪽으로 가족들과 가볍게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울릉도 여행 저동항 촛대바위

 

그리고 어제 오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전화 한 통에 저동항까지 달려와주신 김동자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드렸더니 또 다시 1톤 트럭을 몰고와주셔서 잠시 김동자 아주머니의 댁으로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좁고 가파른 길을 1톤 트럭으로 능수능란하게 운전하는 모습이 멋져서 사진 한 장 찍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진을 너무 못찍어 죄송합니다(__)(--)(__)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김동자 아주머니께서는 울릉도 저동항 쪽에서 명이나물, 부지갱이, 미역취 등의 농사를 짓는 울릉도 토박이로, 김동자의 울릉도나물 블로그를 통해 직접 재배한 울릉도 나물을 판매하기도 하고, 울릉도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저동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비탈의 밭에서 이 분의 집과 밭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위에 올라가 있는 모노레일을 부르는 중

 

 

이번 울릉도 여행을 하면서 숱하게 봤던 밭의 모노레일을 태워 주겠다고 하십니다.

가파른 경사의 밭에서 사람과 짐을 옮기는데 쓰는 이 모노레일, 3사람이 한꺼번에 자리를 잡고 탈 수 있을 정도로 꽤 큼직하더군요.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말 그대로 '모노' 레일인지라 가파른 경사를 올라갈 때는 꽤 스릴있었습니다 ㅎㅎ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울릉도 여행을 하면서 전망 좋은 장소 여러 곳을 다녔지만,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둘러보는 저동항 전경은 또 다른 울릉도의 절경입니다.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산비탈 가득 녹색 빛의 나물들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명이나물입니다.

울릉도에 와보니 식당에서나 밭에서나 이 명이나물을 참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명이나물은 씨를 뿌리고 수확할 때까지 5~6년이 걸릴만큼 오랜 시간 공들여 길러야 한다는군요.

예전에는 울릉도에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는데, 외지인들이 뿌리까지 싹쓸이를 해가는 통에 귀한 몸이 되었다고 합니다.

명이나물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명이나물의 잎은 참 매끈하게 생겼습니다.

명이나물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요건 부지갱이인지, 미역취인지 잘모르겠네요.

모노레일을 타고가면서 김동자 아주머니께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눈앞에 펼쳐진 전경을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 기억이 정확히 나질 않네요 ㅎㅎ

부지갱이 취나물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빽빽하게 자란 것이 참 건강해보입니다.

부지갱이 취나물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산비탈의 넓은 밭에 한 가득 자라고 있는 녹색의 나물들을 보면서 눈이 호강을 했습니다.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요건 흔히 와사비라고 부르는, 고추냉이입니다.

올해 고추냉이를 처음 심었다고 하셨는데, 차광막 아래 있는 고추냉이를 보니 저희 집 커피나무들이 생각나더군요.

꽤 덩치가 큰 커피나무들의 차광막도 새로 달아주어야하는데 말이죠. 이래저래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다보니 이런 넓은 밭이 참 부러웠습니다.

고추냉이 와사비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김동자 아주머니께서는 울릉도 나물을 기르고 파는 것 뿐 아니라 울릉도를 좀 더 널리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계셨습니다.

산비탈의 넓은 밭을 울릉도 체험 학습장으로 만들어 울릉도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무엇보다 농사일로 바쁘실 텐데, 일면식도 없는 외지 사람의 밑도 끝도 없는 전화 한 통에 저동항까지 달려와주신 마음씀씀이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울릉도에서 여객선이 하루 연착된 덕에 좋은 인연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울릉도 출발 강릉행 여객선의 출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30~40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돌아본 것이 아쉬웠는데 마눌님께서는 저와 상의도 없이 여름 휴가때 울릉도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까지 덜컥 했더군요 ㅎㅎ

부지갱이 취나물 울릉도 여행 울릉도나물 김동자아주머니 모노레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울릉도를 출발한 지 3시간 30분만에 강릉항에 무사히 도착했고

강릉항 안목항 울릉도 여행

 

해 지기전에 강릉항에 도착한 덕에 늦은 오후의 햇볕을 즐기며 동탄의 저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강릉항 안목항 울릉도 여행

 

20년만에 찾은 울릉도, 이번에는 울릉도 곳곳을 돌아봤던 덕분인지 예전보다 훨씬 아름답고 볼거리 많은 곳이었습니다.

일찍 따뜻해진 날씨로 인해 예년보다 벚꽃이 일찍 만개해버렸다죠.

그 덕에 벚꽃 구경을 따로 가긴 어렵게 되었지만, 울릉도 곳곳에 핀 벚꽃을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벚꽃 울릉도 울릉도여행2014년 4월 3일~6일, 울릉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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