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에서 본 문학의 숲, 이름에 끌리다
이번 1박2일의 평창, 정선 여행은 늦가을 울긋불긋한 단풍이 제대로 들어 눈이 호강하는 여행이었습니다.
눈돌리는 곳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나무와 숲이 펼쳐져 있으니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이른 봄부터 늦은 여름까지 줄기차게 캠핑을 다니면서 녹색 잎의 신선함은 참 많이 느낀 탓인지 울긋불긋한 단풍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라면 하나의 포스팅에 몰아서 하고 말텐데, 이번 여행은 평창, 봉평의 단풍 구경과 정선 민둥산 등산의 느낌이 워낙 달라서 그런지 무려(!) 세 번에 나눠 포스팅하게 되는군요ㅎㅎ
여행 첫 날, 이효석문학관과 이효석생가, 그리고 당나귀를 구경한 후 원래의 계획은 근처에 즐비한 메밀음식점 중 하나를 골라 갈 예정이었지만, 이곳까지 오는 자동차 안에서 워낙 배부르게 먹은터라 그다지 내키질 않더군요.
숙소인 무이밸리로 바로 들어갈까 하다가 길에 서 있는 이정표에서 '문학의 숲'이란 글씨를 발견했습니다.
문학의 숲이라...이름에서 오는 느낌이 왠지 그럴싸 했고, 이효석문학관에서 1km 조금 넘는 거리라 부담없이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보니 길가 배추밭 너머로 문학의 숲이라 써 있는 간판이 보입니다.
키작은 당나귀 모형은 이곳 봉평에서 참 많이 보게 됩니다 ㅎㅎ
음...300미터만 가면 문학의 숲이 있나보네요.
어라? 그런데, '대형주차완비'라고 하는 글씨가 왠지 쌩~ 합니다. 도착하면 왠지 커다란 식당이 우리를 반기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키큰 자작나무가 즐비한 이효석 문학의 숲에 도착!
식당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우리를 맞이한 것은 키 큰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한, 초가지붕과 너와지붕입니다.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 입구에서는 잔잔한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더군요.
입구로 다가가자 '메밀꽃 필 무렵'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바위와 인형들이 눈에 띕니다.
문학의 숲 매표소, 어른은 2000원, 학생 1500원, 어린이 1000원의 입장료를 받는군요.
그런데, 역시나 평일이라 그런지 매표소에는 아무도 없네요.
역시 평일 여행의 특권이라 생각하고 무료 입장을 했습니다!
무료 입장, 평일 여행에서 가끔 만나는 즐거움!
맑은 가을 하늘에 낮게 드리우는 햇볕이 무척 강렬하지만 시원한 오후입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길가의 커다란 돌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첫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효석 문학의 숲, 이 곳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돌에 새겨진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며, 숲속 풍경을 감상하며, 군데군데 연출된 메밀꽃 필 무렵의 장면 장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말하자면 '메밀꽃 필 무렵 테마파크'라 할 수 있겠네요.
타자 연습을 했던 사람이라면 기억날, 메밀꽃 필 무렵의 시작
입구에 들어서자 '조선달', '허생원'과 같이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붙은 너와집이 있습니다.
안을 들여다 봤더니 벽에 방문객이 적어놓은 글이 붙어 있네요.
아예 벽에다 글을 적어 붙여 놓은 덕분인지, '나 여기 왔다'는 식의 낙서를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걸어올라가니 또 당나귀 모양으로 만든 벤치가 눈에 띄고, 한 켠에는 버섯 종자를 심은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문학의 숲 길을 따라 올라가는 내내 돌에 새겨진 메밀꽃 필 무렵을 읽을 수 있습니다.
조선달과 허생원, 충주집
좀 더 올라가면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충주집으로 향하는 조선달과 허생원, 저와 마눌님도 그 뒤를 따라갑니다.
낮부터 충주집에서 한잔 하고 있는 동이
문학의 숲은 나무와 숲이 무척이나 우거진데다 가을 단풍이 멋지게 들어서인지 걷는 내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경사가 살짝 있지만, 그리 높은 경사가 아니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찬찬히 걸어올라갈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메밀꽃 필 무렵의 또 다른 장면, 물방앗간이 나타납니다.
물방앗간의 물레방아는 실제 물이 흘러 물이 차면 열심히 돌아갑니다!
이효석 문학의 숲에서 만난 늦가을 풍경
물방앗간 뒤쪽의 자그마한 연못(우물?)에 비친 가을 하늘을 담아보려고 이리저리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아쉽게도 물에 비친 가을 하늘은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나무 기둥에 매달아 놓은 새집, 늦은 오후라 그런지 새는 볼 수 없었지만 색색깔의 새집이 무척 앙증맞은 느낌이네요.
늦가을 오후의 낮은 햇볕을 잔뜩 받은 자작나무도 유난히 멋졌고
둘이서 이곳저곳 여행을 자주 다니는 덕에 그리 어렵지 않게 봐 왔던 너와지붕도 분위기 덕분인지 더 운치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효석 문학의 숲의 백미는 역시 길가에 새겨진 메밀꽃 필 무렵을 읽어가는 재미가 아닐까 싶네요.
여행지를 봉평으로 잡을 때만해도 이효석 문학관이나 이효석 생가를 찾아볼 생각만했지, 문학의 숲에 대한 정보는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왔는데, 이효석 문학의 숲에 와서 가을 정취를 한껏 느꼈습니다.
평창, 봉평까지와서 문학의 숲을 빼놓고 간다면 구경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 느낄 정도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저희는 11월에 접어들어 봉평을 찾은 덕에 메밀꽃은 전혀 볼 수 없었던게 아쉬웠습니다.
별 생각없이 찾은 봉평, 워낙 근사한 풍광을 경험한터라 내년에 메밀꽃이 필때 다시 한 번 찾아야겠다 생각까지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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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과 여행/여행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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