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진 무소음 시계, 무브먼트를 바꿔보자
저희 집 벽에 걸려 있는 시계, 결혼하면서 구입한 것이니 4년 남짓 사용한 제품입니다.
유화 배경이 나름 멋지게 보여 구입했었는데요, 만원 중반대의 가격에 유리 덮개가 고정된 시계의 모양새도 나름 괜찮아 만족스럽게 써왔습니다.
이 벽시계를 고를 때 옵션 중 '무소음' 옵션이 있었습니다.
시계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째깍째깍 하는 소음이 들리지 않는, 초침이 물흐르듯 움직이는 제품이라 1~2천원인가 더 값을 지불하고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침실에도 걸어놓을 요량으로 같은 스타일의 벽 시계 두 개를 구매한 터라, 무소음 여부는 무척 중요한 것이었죠.
오픈 마켓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시계지만 나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계에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째깍~째깍 하는 초단위의 소음이 아닌 츠르르르~~~ 하는 소음이었는데요, 낮에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밤에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우면 꽤 신경쓰일 정도의 소리였습니다.
한 번 거슬리기 시작하면 점점 더 신경쓰게 되는게 시계 초침 소리죠.
얼마전 밤에는 침대에 누웠다가 시계 소음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벽에서 떼어내 건전지를 빼버렸습니다.
시끄러운 벽시계, 더 이상 못참겠다!
떼어낸 벽시계를 버릴 생각까진 아니었고, 벽시계의 핵심인 무브먼트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인터넷에 '시계 무브먼트'를 검색하니 저희 집 벽시계에 달린 것과 같은 모양의 무브먼트들이 여럿 검색되더군요.
자세히 살펴보니 벽시계용 무브먼트는 대부분 크기가 같은 규격품인듯 싶었는데, 가격대는 단돈 1000원부터 1만원대까지 다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벽시계용 무브먼트는 일반형, 저소음, 무소음(고급형) 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워낙 가격대가 저렴한 제품이라 그런지 저소음과 무소음 제품, 일반형과 고급형의 구분이 참 애매했습니다.
비슷한 제품인 듯 보이는데 어떤 판매자는 무소음 고급형이라고 1만원대에 판매하고 다른 판매자는 저소음 제품이라며 3천원~5천원대에 판매하기도 하는 상황이더군요.
스즈끼(SUZUKI), 웰겐(Wellgain) 등 메이커를 표기한 제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원산지가 중국이라 가격이나 메이커로 제품의 품질을 판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구분 사항은 무브먼트 나사 높이였습니다. 나사 부분의 높이가 7mm부터 20mm가 넘는 것까지 무척 다양했습니다.
무브먼트의 나사 높이가 중요한 이유는, 벽시계 몸체(케이스)의 두께 때문입니다. 벽시계 뒷면에서 앞면으로 통과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나사 길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사실 저희 집 벽시계는 MDF 판을 둥글게 파내어 몸체의 두께를 줄여 놓은 형태라 나사 길이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가장 짧은 7mm 무브먼트 나사 길이의 제품을 주문했습니다.
저희 집 벽시계에 달려 있던 무브먼트의 나사 높이는 대략 7mm정도 되었고 같은 제품으로 사면되겠다 싶더군요.
벽시계에서 무브먼트를 분해하는 방법
벽시계에서 무브먼트를 분해하는 과정은 약간의 눈썰미만 있다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일단 벽시계에서 건전지를 빼내고 벽시계 케이스에서 커버를 떼어내야 합니다.
커버 분리 방법은 벽시계마다 차이가 있는데, 저희 집 벽시계는 뒷면의 육각 볼트 네 개를 풀면 쉽게 분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시계 바늘을 빼낼 차례입니다.
초침, 분침, 시침의 세 개로 이루어진 시계 바늘은 그냥 손으로 가볍게 잡아 당기면 빼낼 수 있습니다.
이제 무브먼트와 벽시계 몸체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풀 차례입니다.
나사의 생긴 모양을 보니 원래는 나사 양쪽을 함께 고정할 수 있는 공구가 있을 듯 싶었지만 그냥 일자 드라이버로 한 쪽 홈만 걸고 돌려도 그리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습니다.
벽시계 본체에서 분리한 무브먼트입니다.
앞서 벽시계 본체 뒷면이 얇게 가공되어 있다고 했는데요, 줄어든 두께를 보강하는 의도인지 커다란 와샤 두 개가 들어 있네요 ㅎㅎ
와샤를 빼면 드러나는 Made in China 문구, 새로 사는 무브먼트는 Made in China를 피하고 싶었지만 시중에는 차이나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ㅠㅠ
벽시계에 새 무브먼트 끼우는 방법
새로 도착한 무브먼트입니다.
'스즈끼 무소음 고급형 무브먼트'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제품이지만 가격은 대략 3500원 정도, 무브먼트 2개에 바늘 2쌍, 배송비까지 포함하여 만원 남짓한 비용이 들었습니다.
벽시계에 원래 끼워져 있던 무브먼트와 비교해봤습니다.
크기는 쌍둥이다 싶을 정도였고, 시간을 맞추는 레버의 위치나 내부 톱니바퀴의 배치 등에 차이가 있네요.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것은 새 무브먼트에 건전지를 끼우고 소리를 들어보니, 정말 무소음이라 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무브먼트도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 또 소리가 커질지 모르겠지만(소음의 원인은 무브먼트 내부의 톱니바퀴가 마모되면서 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은 대만족입니다.
무브먼트의 나사 길이도 비교해봤습니다. 거의 비슷하죠?
둘 다 7mm 나사 라고 하는데, 새로 주문한 무브먼트(왼쪽)의 나사가 살짝 짧은 느낌도 듭니다.
이제 새 무브먼트를 끼워야겠죠.
원래 시계에 있던대로 와셔를 끼우고 벽시계 뒷면으로 밀어넣었습니다.
무브먼트의 규격이 같은터라, 뭐 딱히 요령이라할 것도 없었는데요, 앞서 언급한대로 벽시계 몸체의 두께와 무브먼트 나사의 높이만 잘 맞추었다면 이 단계에서 딱히 신경쓸 것은 없습니다.
무브먼트와 벽시계 몸체를 고정하는 나사도 꽉 잠갔습니다.
무브먼트의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시계 바늘 선택
벽시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계 바늘의 모양과 색상입니다.
저는 단순히 시간 파악만 잘되면 그만이지 싶어 검은색의 단순한 바늘을 주문했는데요, 시계 바늘의 색상과 모양, 길이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으니 벽시계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무브먼트와 함께 시계 바늘도 바꿔보면 좋겠네요.
시계 바늘을 선택할 때는 모양과 색상 뿐 아니라 해당 무브먼트에 맞는 규격의 시계 바늘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 저는 원래 끼워져 있던 시계 바늘을 그대로 쓰고 싶었는데, 무브먼트 판매 업체의 설명을 보니 시계 바늘의 규격이 두 종류더군요.
무브먼트에 시계 바늘을 고정하는 지름에 따라 달라지는 듯 싶은데 지름이 얼마인지는 표기되어 있지 않았고, 해당 무브먼트에 맞는 제품인지의 여부만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무브먼트를 구입할 때는 해당 무브먼트에 맞는 바늘을 함께 구입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혹시나 싶어 새 무브먼트에 기존의 바늘(오른쪽)을 끼워봤더니 크기가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무브먼트에 바늘을 끼우는 순서는 시침 -> 분침 -> 초침 순입니다.
가장 먼저 시침을 끼워야 하는데요, 처음에는 이렇게 손으로 눌러 끼워보려고 했는데, 무브먼트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무작정 힘을 주자니 바늘이 휘어버릴 것 같기도 합니다.
잠시 생각끝에 볼펜대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볼펜에서 뚜껑을 분리하여 심을 빼낸 볼펜대입니다.
볼펜대를 이용해 시침을 꾹~ 누르자 손으로 누를 때와는 달리, 꽤 깊이 들어가며 고정됩니다.
시계 바늘을 손으로 눌러 끼우려 했을 때는 사진보다 훨씬 적은 정도만 들어갔는데, 볼펜대를 이용하니 훨씬 깊이 고정 되는군요.
시계 바늘이 좀 지저분하다 싶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보호용 비닐이 붙어 있어 떼어냈습니다.
분침도 같은 방법으로 볼펜대를 이용해 꾹~ 눌러끼웠습니다.
초침은 볼펜대를 이용할 필요없이 손으로 누르면 끼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시계 바늘을 끼울 때는 시침, 분침, 초침이 12시를 정확하게 향하도록 끼워야 합니다.
벽시계 바늘을 끼울 때 중요한 포인트 또 한가지는, 옆에서 봤을 때 시침, 분침, 초침이 평행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바늘을 끼운 뒤에는 무브먼트 뒷면의 시간 조정 다이얼을 돌려 바늘이 기울어지지 않는지, 시침이 벽시계 바닥면과 닿지 않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손으로 바늘을 눌러 끼우다보면 바늘이 휘어져 바닥면에 닿기 쉬운데, 역시 볼펜대를 이용하면 보다 수월하게 시계 바늘을 꽂을 수 있습니다.
벽시계 다시 조립하기
벽시계 본체에 무브먼트와 시계 바늘까지 끼운 후 건전지를 끼워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으면, 이제 벽시계를 원래대로 조립해야겠죠.
저희집 벽시계의 유리를 고정하는 나사, 오랫만에 살펴보니 까맣게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금속 광택제를 이용해 나사 머리의 녹을 깨끗이 제거했습니다.
메탈 폴리시(Metal Polish)라고 붙은 저 광택제, 당구에 취미가 있는 분이라면 익숙한 그림이죠?
깨끗하게 광을 낸 나사와 유리를 끼우고 육각볼트로 고정하는 것으로 벽시계 조립 작업은 완료되었고
완성된 벽시계는 다시 벽에 걸렸습니다.
단순한 검정색 사각 바늘이지만 그래도 시계 바늘을 새로 바꿔 그런지 분위기가 확 달라진 느낌입니다.
침실에 있던 벽시계도 일사천리로 무브먼트와 바늘을 바꿨습니다.
침실 벽시계의 무브먼트를 바꾸는데 원인제공을 한 시계 소음이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네요.
저희 집에는 이 두 개의 벽시계 외에도 또 다른 두 개의 벽시계가 있는데요, 살펴보니 역시나 이번에 구매한 것과 같은 규격의 무브먼트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혹시 벽시계의 건전지를 바꿨는데도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거나, 째깍째깍하는 소음이 신경쓰여 벽시계를 바꾸고 싶다면, 저소음(무소음)무브먼트, 그리고 시계 바늘을 구해서 바꿔보세요.
그리 어렵지 않게 새로운 벽시계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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