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섭외 및 여행 스케줄 작성은 마눌님 전담입니다
제 캠핑 관련 포스팅에 가끔 '캠핑장 섭외는 마눌님 담당입니다'라는 문장이 등장하곤 합니다.
캠핑 뿐 아니라 여행을 떠날 때 역시 여행지 선정이나 여행 스케줄, 준비물 등을 챙기는 것은 대부분 마눌님께서 하고 계십니다.
가끔 여행이나 캠핑 등의 행사에서 짐꾼과 운전사 역할 외에도 추가 역할을 담당할 것을 강요할 때가 있지만 마눌님께서 워낙 준비를 꼼꼼하고 철저하게 하시는터라, 저는 편한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ㅎㅎ
간만의, 캠핑이 아닌 여행을 떠나기 전날, 마눌님은 저에게 숙지하라며 스케줄 카드를 내놓지만 저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가 숙지하지 않아도 마눌님께서 스케줄대로 움직일테니 말이죠 ㅎㅎ
여행, 캠핑을 갈때마다 등장하는 꼼꼼한 시간표
이효석 문학관, 메밀꽃은 없었지만 청명한 늦가을 경치를 즐기다
마눌님께서 첫 목적지로 정한 곳은 이효석 문학관입니다.
평창군 봉평면에 자리잡고 있는 이효석 문학관, 사실 '이효석'이라 하면 자동적으로 '메밀꽃 필 무렵'이란 단어가 툭 튀어나오긴 하지만 어릴적 국어시간에 읽었던 정도라 어떤 내용, 어떤 전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어쨌든 이효석 문학관에 도착했고, 입구에는 이효석 선생의 책 제목이 붙어 있는 건물을 지나게 됩니다.
그런데 '메밀꽃 필무렵'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게 '모밀꽃 필 무렵'인가요?
왠지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줄기차게 발음하던 아나운서의 발음같이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메밀꽃? 모밀꽃?
조금 더 걸어올라가니 연필과 물레방아가 멋드러지게 서 있는 매표소가 나타납니다.
그런데...입구에 차단기가...흠...왠지 느낌이 쌩~하네요.
매표소 문에는 '매표마감'이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저희가 찾은 날은 월요일, 이효석 문학관의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라는군요.
이효석 문학관 홈페이지에서 꼼꼼히 읽어봤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휴관일을 미리 잘 확인해야...
이효석 문학관의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네요.
다행히 휴관일에는 전시실의 문은 닫혀 있지만 이효석 문학관의 정원은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깨끗하게 꾸며진 이효석 문학관의 정원 양쪽에 전시실과 연구 자료실 건물이 있습니다.
낮은 벽돌 건물이 참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정원에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나무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햇볕이 따뜻한 날이라 좀 앉아보고 싶었는데, 전날 비가 왔는지 벤치가 젖어 있어 앉지는 못했습니다.
정원 안쪽에는 이효석 선생의 조형물이 있습니다.
이효석 선생께서는 원고지에, 메밀꽃 필 무렵을 쓰고 계셨군요!
마눌님께서는 굳이 이효석 선생의 옆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겠다고 합니다.
이효석 문학관을 둘러보다 뒤쪽 등산로처럼 준비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넓찍한 빈터가 나타납니다.
깨끗하지만 좀 횡한 느낌이 드는 넓은 공간을 보면서, 여기서 캠핑하면 좋겠다는 우스개 소리를 해봅니다.
공터 앞쪽에 '국가중요시설물'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지금은 빈터이지만 뭔가 중요한 시설이 있던 자리라는 뜻일까요?
국가중요시설물이라는 글씨외에는 설명이 없어서 살짝 궁금해졌습니다.
평창 봉평 ,주변 경관이 워낙 깨끗하고 낮은 동네라 작은 동산에 올라왔는데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군요.
특별할 것은 없지만, 맑은 가을 날씨에 노랗게 물든 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그래도 단풍하면 역시 붉게 타는 단풍이죠.
이효석 문학관 곳곳에는 붉은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어 노랗게 물든 나무들 사이에서 울긋불긋한 포인트가 되어주는군요!
그다지 특별한 것 없었던 이효석 생가
휴관일이라 한적했던 이효석 문학관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이효석 생가라고 가리키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이효석 생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써 있는 안내문에, 실제 이효석 생가 자리는 여기서 700m 떨어진 곳이며, 이효석 선생의 출생 당시의 모습이 남아있질 않고, 개인 소유라 부지 확보가 어려워 이 곳에 복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 설명을 읽고 나서 본 탓인지, 낡은 건물도 아니고 새로 지은 건물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이 드네요.
이효석 생가는 터가 그다지 넓지 않아 슬쩍 돌아보고 나올 정도입니다.
저는 집 한켠에 쌓아둔 장작 더미를 보면서 또 캠핑 생각을 했습니다. 아...캠핑병...
당나귀의 고장, 당나귀의 순한 눈매에 푹 빠지다
이효석 생가에서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멀리 축사같은 건물에 말인지 당나귀인지 동물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메밀꽃 필 무렵의 동네이니 당나귀겠구나 싶어 다가갔더니 역시나, 두 마리의 당나귀가 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시간, 이 녀석들도 심심했던지 사람이 다가오자 틈새로 고개를 내미는군요.
주변에 건초가 떨어져 있어 주워 내밀었더니 서슴치 않고 받아먹습니다.
키가 작고 머리가 크고 통통한 당나귀, 만화로는 많이 봤는데 실제로 볼 기회는 그리 흔치 않죠.
덩치가 작은 편이라 위압감없이 참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이 회색 당나귀는 키가 50~60cm 정도 밖에 안되는 꼬꼬마입니다.
처음에는 검정당나귀의 새끼인가 싶었는데, 근처에 있던 주민께서 종이 다른 미니 당나귀라고 합니다.
어쩐지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슬쩍 슬쩍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엄마 당나귀와 아기 당나귀 맞나? 갸우뚱 했는데 말이죠.
주민 말로는 당나귀는 사탕이나 땅콩을 주면 참 좋아한다는데, 저희는 그런걸 가지고 있지 않아 건초 몇 개만 집어주다가 아쉽게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당나귀 축사 길건너 배추밭에 추수가 끝난 배추 잎이 보이기에 몇 개 집어들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기대했던대로 잘 받아 먹는군요. 큰 배추잎을 잘도 끊어먹습니다 ㅎㅎ
배추잎을 사이에 두고 마눌님과 당나귀의 한판 씨름!
그런데 배추잎을 받아든 당나귀는 푸른 잎만 잘라먹고 흰 부분은 툭 던져버리는게 무척 신기했습니다.
알고보니 이 당나귀들은 관광객이 많을 때는 관광객들을 등에 태우는, 당나귀 체험용이라고 합니다.
한적한 가을날의 분위기 때문일까요? 사람이 있을 때는 사람을 등에 태우고, 사람이 없을 때는 이렇게 축사안에 있다가 사람이 다가오자 무척이나 반가와하는 당나귀를 보니 왠지 싸~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평창 무이밸리펜션, 경관은 일품! 시설은...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숙소로 예약한 평창 무이밸리펜션으로 향했습니다.
이효석 문학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금새 도착했는데요, 역시 하늘이 맑고 나무가 많은 동네라 그런지 들어가는 입구부터 경관이 근사합니다.
무이밸리펜션은 이런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마치 알프스 산골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방으로 들어오니 작지만 나무로 된 천장에 첫 인상은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수려한 경관과 대조적으로, 무이밸리펜션의 내부 시설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듯 보였습니다.
좌변기 시트 안쪽에 곰팡이가 피어 있고, 두 채의 이불 중 하나에도 곰팡이가 눈에 띄고, 싸구려 스프링이 들어간 침대 역시 허리가 배기더군요ㅠㅠ
홈쇼핑에서 싸게 팔았더라도,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여행지를 평창으로 정하게 된 것은 홈쇼핑에서 구매한 무이밸리펜션 이용권 중 한 장을 지인으로 부터 받은 덕분입니다.
사실 한 달쯤 전에 예약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한 달 뒤의 일정, 비수기임에도 예약이 다 찼다며 3만원의 추가금을 내고 근처의 펜션으로 유도해 그다지 내키질 않았고, 꿋꿋이 숙박이용권으로 예약을 했더니 시설로 보답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이밸리펜션의 시설은 중-중하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워낙 공기가 맑고 나무가 많아 기분은 무척 상쾌했습니다.
저녁이 되니 날씨가 좀 쌀쌀해져서 밖으로 나온 펜션 손님들은 하나도 없었지만 저희는 캠핑화로와 코베아 리틀썬을 준비해간 덕에 밖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먹으며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다음 여행지인 민둥산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무이밸리 진입로의 키 큰 나무들이 떨어뜨린 노란 낙엽길을 달리는 기분은 정말 상쾌했습니다.
경관이 워낙 근사해서, 실망스런 펜션 시설이 상쇄되는 느낌
이렇게 좋은 경관이 있으니 펜션 내부 시설만 좀 잘하면 정말 인기가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또 들었지만, 주변 경관이 워낙 근사해서 그런 생각도 금새 사라지고 없더군요.
1년 내내 캠핑만 다니다가 간만에 난방이 잘되는(뜨끈한 바닥 하나는 높이 평가합니다) 펜션에서 하루를 보냈더니 피곤한 줄도 모르고 민둥산 등반을 할 수 있었는데요, 민둥산 등반기는 이미 어제 포스팅했으니 읽지 않은 분들은 참고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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