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이 나는 천연양초, 진짜 과일 껍질로 만들어보자!
얼마전 만들었던 소이빈 왁스초와 팜왁스 초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물건이네요.
일단 초에 불을 켜면 그을음이 없으면서 맑은 기름 형태로 천천히, 오랫동안 타들어가는게 그동안 태워왔던 파라핀 초와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실제로 소이빈 왁스/팜왁스 초를 만들 때 집에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 만들었던 초는 욕실에 켜두니 신나게 타면서 2~3일만에 이미 다 없어졌는데, 소이빈 초는 하루 두어시간씩, 4~5일 가까이 태웠는데도 절반 이상이 남아 있네요.
그을음없이, 오래 태울 수 있는 팜왁스, 소이왁스 초
앞서 초를 만들때 소이빈/ 팜왁스 각 1kg을 주문했는데, 팜왁스 500g 이상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미 꽤 든든한 수의 초를 만들어두었으니 남은 팜왁스를 쓰려면 시간이 꽤 흘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어느날 마트에서 오렌지와 자몽을 집어온 마눌님께서 무언가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중 하나인 오렌지. 얼만지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오렌지를 반으로 자르고
칼을 이용해 껍질과 과육을 분리합니다.
약간의 작업(?) 끝에 오렌지 껍질만 남았습니다. 과육은 껍질을 온전하게 보존하면서 추출하느라 비주얼이 좀 그랬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네요 ㅎㅎ
이번에는 오렌지보다 훨씬 큰, 자몽입니다.
요즘 마트에서 2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더군요.
사이즈가 꽤 큰 편입니다.
자몽 역시 과육만 쏙 빼먹고 껍질만 남겨두었습니다.
팜왁스를 녹여 부으면 자몽/오렌지 초 완성!
오렌지와 자몽 껍질은 바람과 햇볕이 잘 통하는 곳에서 3일 정도 말렸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오렌지 껍질은 거의 딱딱하게 마른 반면, 자몽 껍질은 안쪽 하얀 섬유질이 워낙 두꺼워 그런지 꾸둑꾸둑한 느낌이 드는군요.
그래도 의도했던 용도로 쓰는데는 별 문제 없을 듯 합니다.
주의 :
며칠내로 태울 양초라면 별 문제없지만, 오랫동안 두었다 태울 초라면 과일 껍질을 완전히 말려야 합니다.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초를 부어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과일껍질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팜왁스를 유리병에 부어 중탕으로 녹였습니다.
심지를 올려둔 자몽 껍질에 녹은 팜왁스를 부어줍니다.
사진에는 두꺼운 주방 장갑을 끼고 있지만, 팜왁스의 온도는 65도 정도로 맨손으로 병을 잡아도 그리 뜨겁지 않습니다.
자몽이나 오렌지 껍질 자체에 향이 있어 별도로 에센스를 넣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이제 룰루랄라 굳기를 기다립니다.
팜왁스는 굳으면서 눈결정과 같은 형태로 반짝거리는게 특징인데요, 녹은 팜왁스가 굳어가면서 은은하게 오렌지 색상이 비쳐올라오는게 자몽 과육의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말린 자몽 껍질에 따뜻한 팜왁스를 부어주자 자몽향이 은은하게 퍼지는게 팜왁스 초가 완성되기 전이지만 꽤 기분이 좋습니다.
팜왁스가 완전히 굳으면 오렌지 빛은 사라지고 하얀 결정 형태로 남습니다.
자몽-팜왁스 초에 불을 붙이자, 분위기 좋게 타오르는군요. 자몽 껍질 바깥으로 은은한 노랑 불빛이 비치며 타들어가는게 썩 맘에 듭니다.
자몽 껍질로 만든 팜왁스초는, 비주얼, 분위기, 은은한 향까지, 대성공!
오렌지 껍질 자체의 심지를 이용한 초는 장식용으로...
한편, 오렌지 껍질을 이용한 팜왁스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실은 오렌지 껍질에 올리브유를 부어 초처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오렌지 심지를 그대로 이용해볼 생각이었습니다.
오렌지 초에 삐죽 올라온 심지, 오렌지에 달려있던 원래의 심지입니다.
하지만, 결과는...실패입니다.
바싹 말린 상태인데다 올리브유와는 성질이 다른, 굳어있는 팜왁스라 그런지 심지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군요.
실패인 것을 알고 바로 해체작업에 들어갈까 싶었지만, 그래도 오렌지 껍질에서 향이 은은하게 나온다며 그냥 장식품처럼 두자는 마눌님 분부가 계셨습니다.
그래, 좀 더 큰 오렌지라야 했어!
과일 껍질은 마르면서 수축을 하게 되는데, 오렌지 껍질 역시 처음보다 작아지면서 초를 담아 쓰기엔 좀 작네요.
심지 문제가 아니었더라도, 그냥 장식으로 두고 보는 용도가 되지 않았을까, 위로해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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