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 본 양초 만들기, 근사한 프리미엄 양초가 뚝딱!

천연 양초 만드는 방법,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재료 준비!

유난히 양초를 좋아하는 마눌님 덕분에 마트 쇼핑 품목에서 양초가 자주 포함되곤 합니다.

 

양초를 켰을 때의 따뜻한 느낌도 좋을 뿐더러 생선 구이를 한 후에 잡냄새를 없애는 효과도 좋은터라 양초를 즐겨 켜곤 합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판매되는 양초는 좀 큼직하다 싶으면 만원은 훌쩍 넘을 정도로 가격이 만만찮은데다, 가격이 점점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인터넷으로 양초를 좀 저렴하게 구입해볼까 확인하다보니 양초 재료들이 꽤 많이 검색되는군요.

게다가 시중에 판매되는 양초의 대부분은 파라핀으로 만들어진 반면 양초 재료는 콩으로 만든 소이왁스(Soy Wax)나 팜왁스(Palm Wax) 등의 천연 왁스들도 꽤 인기인 듯 싶습니다.

 

만드는 법도 그닥 어려워보이지 않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소이왁스와 팜왁스 각 1kg의 주문, 결제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양초 심지 재료도 꽤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요, 내심 자작나무로 만들었다는 우드심지가 탐났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탈 때 그을음이 덜 생긴다는 스모크리스(Smokeless) 심지와 심지 고정틀을 주문했습니다.

 

소이왁스는 비누를 칼로 깎은 듯한 형태, 팜왁스는 작은 구슬 알갱이 같은 느낌입니다.

양초 용기 준비후 왁스 녹이기 시작!

양초를 만들려면 양초를 담을 용기가 있어야겠죠.

저희 집에는 이미 양초를 담아 사용했던 넓고 낮은 유리병이 몇 개 있어 이것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병 안쪽에 묻어 있던 양초 찌꺼기들을 제거해야하는데, 신문지를 뭉쳐 힘주어 닦아내니 생각보다 쉽게 닦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심지를 바닥에 고정하고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심지가 쓰러지지 않도록 잡아주었습니다.

 

왁스 2kg이다보니 쨈 유리병, 이빨이 나간 와인잔, 재활용 통에 담겨 있던 뻔데기 깡통 등 집에 있는 이런저런 것들을 전부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소이왁스를 녹이기로 하고 빈 우유팩에 소이왁스를 담아 중탕했습니다.

 

수북하게 담겨있던 소이왁스는 물이 끓어 녹기 시작하자 쑥쑥 내려갑니다.

그만큼 소이왁스를 더 보충해주었는데요, 500ml 우유팩에 만만치 않은 양의 소이왁스가 투입되었습니다.

 

우유 빛깔이던 소이왁스가 녹으니 노란색 콩기름 처럼 변했습니다.

소이왁스는 녹는점이 낮다던데, 녹은 후 온도를 재봐도 50도가 채 넘지 않습니다.

녹는점이 낮아 천연 에센스 등의 향을 넣어도 향이 증발하거나 변할 우려가 적다고 하는군요.

 

이쯤에서 비누 만들기 재료로 샀던 라벤더 에센스가 등장했습니다. 

천연 에센스라 나름 비싸게 샀지만 비누, 페브리즈 등등 꽤 다양하게 사용했는데, 양초에도 투입하게 되는군요.

사실 향이 확 느낄 정도가 되려면 왁스 무게의 10~20%쯤 투입해야 한다는데, 비누/페브리즈를 만들면서 늘 기대했던 것 보다 향이 짙었던 터라 스무방울 정도만 떨어뜨렸습니다(실은 남아있는 에센스의 양이 얼마되지 않았습니다ㅡㅡㅋ).

 

에센스가 잘 섞이도록 저어주고 준비한 용기에 소이 왁스를 부었습니다.

뜨겁지 않아 우유팩을 맨손으로 잡고 부어도 위험하지 않네요.

 

유리병과 뻔데기 깡통을 모두 채웠고 투명한 콩기름 같던 색깔은 시간이 지나 굳으면서 불투명해지더니 원래의 우유빛깔로 돌아갑니다.

 

소이왁스를 모두 녹여 붓고난 후, 팜왁스를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소이왁스를 두어번 녹이자 우유팩에 왁스가 스며드는 상황이 발생하여 우유팩 대신 빈 유리병을 사용했습니다.

색깔을 내는 색소를 따로 구입하지 않았던 터라 소이왁스는 색깔없이 그대로 녹였는데, 좀 밋밋하지 않느냐는 마눌님의 말씀에 따라, 집에 있던 새빨간 초 조각을 두어개 떨어뜨렸습니다.

 

원색의 초 조각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복숭아 색깔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팜 왁스는 굳고 난 후 표면이 눈 결정 형태가 된다는데, 그 느낌도 꽤 신기합니다.

 

그런데 팜 왁스를 좀 급하게 부었던지 심지 옆에 구멍이 뚫렸군요. 헤어 드라이어를 이용해 열풍으로 녹였습니다.

 

팜왁스 붓기가 끝난 후, 집에 있던 양초 조각들을 모아 녹였습니다.

양초를 태우고 나면 늘 남기 마련인 이 조각들은 부피가 꽤 있는 편이라 버리기도 그렇지만 제대로 쓰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한데 쓸어담으니 편하네요.

비록 양초가 타면서 생긴 그을음등이 섞여있지만 녹일때만큼은 색깔이 꽤 괜찮습니다.

찌꺼기 양초들의 부활

라벨까지 만들어 붙이고 꾸며야 프리미엄 양초 완성

뻔데기 캔에 담은 초는 마눌님에 의해 색지가 붙여졌고 이렇게 꾸며졌습니다. 노란색 뻔데기 깡통도 이렇게 꾸며 놓으니 꽤 볼만하군요.

 

밋밋한 병에 붙일 라벨을 내놓으란 마눌님 명령에 따라 판매중인 라벨 디자인을 살짝 도용해 짝퉁 라벨을 만들어드렸습니다.

거북아거북아 라벨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을테다.jpg

 

짝퉁(?) 라벨을 붙이고 리본을 감아주니 나름 분위기 있는 프리미엄 양초가 탄생했습니다.

 

빨간색 초는 찌꺼기 초를 모아 녹인 것입니다.

녹였을 때는 꽤 근사하던 색깔이 굳고 나니 볼품없이 변했습니다.

게다가 양초 왁스 중 파라핀은 굳는 과정에서 수축이 심하게 일어나 수축 방지제를 넣어야 한다는데, 그런 걸 따로 넣지 않아서 인지 굳는 과정에서 심지를 따라 움푹 파이기까지 했네요.

 

하지만 찌꺼기 양초 조각으로 만든 재활용 양초라도 욕실에 켜놓으니 특유의 눅눅함이 사라져 훌륭하게 쓸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든데다, 천연 왁스를 쓴 프리미엄 양초라 그런지, 왠지 더 느낌이 근사합니다.

 

역시 양초는 실내 조명을 끄고 봐야 분위기가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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